| 6·25전쟁은 수많은 전쟁영웅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영웅적인 공훈을 수립했음에도 전쟁의 혼란과 행정력의 미비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역사의 뒤꼍에 묻혀 있는 영웅들도 적지 않다. 앞으로 매주 월요일 알려지지 않은 영웅들을 소개하며 이들의 활약을 재조명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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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영사관 김현명 총영사가 감봉용 경감에게 추서된 충무무공훈장을 그의 손자 감상우 씨에게 전수하고 있다.(2014. 8. 27) LA영사관 제공 | ||
서울과 평양 잇는 요충지1949년 개성지구 철도대장 임명
고(故) 감봉용 경감은 6·25전쟁 초기 개성전투에서 활약한 전쟁영웅이다. 일제 식민지 시절인 1910년 3월 21일 황해도에서 출생해 성장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조국의 독립에 기여하겠다는 큰 뜻을 품고 있었다. 그는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경찰에 투신해 신생국가의 치안질서 확립에 기여했다. 불과 2년 후인 1950년 6·25전쟁이 발발했을 때 그는 개성철도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정부는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제주 4·3 사건과 그해 10월 19일 발생한 여순사건을 계기로 내무부 치안국(현 경찰청)과 각 시도의 경찰국에 비상경비사령부를 설치해 후방 지역 무장공비 소탕 작전을 수행했다. 1949년 4월 22일에는 국가의 기간 동맥인 철도의 안전운행을 보장하기 위해 철도경찰대를 발족시켰다. 그때 감봉용 경감이 개성지구 철도대장으로 임명됐다.
감봉용 경감이 근무하고 있던 개성은 고려왕조의 500년 도읍지였을 뿐만 아니라 서울과 평양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그렇지만 남북을 분단하는 38도선이 개성 북쪽에 있는 송악산(488m)을 통과하고 있었다. 개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송악산을 반드시 확보해야만 했다. 그러나 38도선은 지리적인 지형지물과 관계없이 지도상에서 설정된 경계선이었다. 따라서 남북은 서로 유리한 지형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계속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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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성 시내 남대문의 최근 모습 | ||
남북의 경쟁은 분쟁으로 발전했다. 한발 앞서 북쪽에 강력한 진지를 구축한 북한군은 미군으로부터 뒤늦게 진지를 인수한 국군 제1사단의 진지공사를 계속 방해했다. 1949년 5월 3일에는 북한군이 공사 중인 국군을 급습하면서 송악산전투가 시작됐다. 다음 날인 5월 4일 제1사단은 육탄10용사의 살신성인에 힘입어 송악산 진지를 되찾을 수 있었다.
감봉용 경감은 북한군의 도발을 억제하고 저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철도에 의한 보급로가 확보돼야 함을 통감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문산을 거쳐 개성에 이르는 경의선 철도는 취약 구간이 많았다. 언제라도 적의 공격을 받을 수 있었다. 철도가 단절되면 개성은 주민과 함께 시가지 전체가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 철도는 개성 확보를 위한 동맥과 같았다. 감봉용 경감은 평소 대원들에게 어떠한 상황에서도 철도를 지켜내야 한다는 불퇴전의 의지를 심어주고 있었다.
6·25발발 후퇴 없이 완강 저항 대장 포함 43명 장렬한 최후
1950년 6월 24일 토요일이 되면서 육군은 그동안 계속돼 오던 비상경계령을 해제하고 많은 병력에 휴가와 외박을 허용했다. 그러나 감봉용 경감은 최근 적의 이상 징후를 우려해 전 대원의 비상대기를 명령했다. 감봉용 경감의 비상조치는 다음 날 아침 4시쯤 북한군의 기습공격이 시작되면서 기우가 아니었음이 확인됐다.
북한군은 정예인 제1사단을 고랑포 정면에 투입하고, 제6사단과 13대의 T-34 전차를 개성 정면에 투입해 집중적인 공세를 감행했다. 개성을 방어하고 있던 제12연대 제2대대는 그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들은 남쪽으로 후퇴를 계속해 김포반도로 철수했다. 개성경찰서 병력도 대대와 함께 철수했다. 그러나 철도의 안전을 보장해야 할 철도대는 철수할 수 없었다. 감봉용 경감은 전 대원에게 철도대 본부를 사수하도록 명령하고 주변의 요충지를 점령해 방어태세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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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 덮인 송악산과 개성공단의 모습. 필자제공 | ||
순조로운 진격을 계속하고 있던 북한군은 예상치 못했던 철도대의 저항에 당황했다. 그들은 철도대 건물을 이중, 삼중으로 포위한 후 점차 포위망을 조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철도대의 저항이 워낙 완강해 더 이상 공격하지 못했다. 그들은 다른 통로로 진출 중이던 5대의 전차를 불러들여 철도대 공격에 투입했다. T-34 전차가 포격을 계속하며 진격하자 철도대 건물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때가 오전 8시쯤이었다.
감봉용 경감과 대원들은 방공호로 대피했다. 적들은 그때를 노린 듯 포위망을 압축해 방공호에 수류탄과 자동화력을 퍼붓기 시작했다. 방공호에서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된 감봉용 경감과 대원들은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며 돌격을 감행했다. 오전 8시30분쯤이었다.
국군의 조직적 철수 계기 마련대원들 인적사항 확인에 난항
감봉용 경감과 대원들이 적 포위망을 돌파하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대원들은 적에게 대한 남아의 기개를 과시하며 장렬한 최후를 마쳤다. 대원 54명 중 감봉용 대장을 포함해 43명이 전사하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그 가운데 3명이 구사일생으로 포위망을 뚫고 탈출해 당시의 상황을 증언함으로써 그들의 장렬한 최후가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개성 철도대의 전과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포위망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북한군의 피해가 적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사실은 북한군이 공격하기만 하면 국군이 모두 항복할 것이라는 그들의 허황된 꿈을 꺾으면서 그들의 사기를 크게 저하시켰다는 것이다. 또한 6월 25일 새벽부터 거침없는 진격을 계속하던 북한군의 진격이 개성 철도대에 의해 저지되면서 방어준비태세가 미흡했던 국군은 부대의 건제(조직 및 편성)를 추슬러 조직적으로 철수할 수 있었다.
정부는 호국의 별이 된 감봉용 경감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기 위해 그의 위패를 국립서울현충원에 모시고(49-8-099) 있으며, 국방부는 한국전쟁사(제1권 844~845쪽)에 그의 활약과 전사 상황을 수록했다. 국가보훈처는 이런 사실들을 기초로 감봉용 경감에게 무공훈장 수여를 상신했다. 국가보훈처의 건의가 육군본부와 국방부의 엄격한 심의를 거쳐 국무회의에서 의결됨으로써 감봉용 경감에게 충무무공훈장 추서가 결정됐다. 무공훈장은 미국 LA에 거주하고 있는 그의 유가족을 수소문해 2014년 8월 27일 LA영사관 김현명 총영사가 감봉용 경감의 손자 감상우 씨에게 전달했다.
감봉용 경감에게 뒤늦게나마 충무무공훈장이 추서되고 그의 유족에게 전수된 것은 무척이나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그와 함께 싸우다 전사한 50여 명의 대원은 전공 확인과 훈장 수여는 고사하고 인적사항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6·25전쟁 중에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참전용사의 공적 발굴과 후속조치를 위해 더욱 많은 노력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최용호(사) 전쟁과 평화 연구소장>
[ 출처 : 국방일보 http://kookbang.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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