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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8사단 제10연대가 포병의 지원을 받아 적의 남진을 지연시킨 연곡천 하류의 모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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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문리에서 바라본 제8사단 제10연대의 38도 선 방어진지 모습. | ||
6·25전쟁 초기 8사단 북한군에 포위당해
18포병대대 포격 지원으로 섬멸 위기 넘겨
목숨 걸고 사단장에 직언…‘군인정신 표상’
이석권 상사는 6·25전쟁 초기 강릉전투에서 수훈을 세운 전쟁영웅이다. 그는 1928년 1월 15일 평안북도에서 출생했으며, 1945년 광복과 함께 남북이 38도 선에 의해 분단되자 자유를 찾아 월남했다. 서울시 동대문구 276번지에 정착한 그는 1948년 11월 20일 경상북도 포항에서 창설된 제18연대 창설요원으로 입대했다. 기초군사훈련을 수료한 그는 부산시 해운대에 있는 기술병과 학교에서 병기 관련 주특기교육을 이수했다.
이 상사는 전문교육을 마친 후 제18포병대대 창설요원으로 부임했다. 제18포병대대는 강릉에 있는 제8사단을 직접 지원했다. 이정일 대령이 지휘하는 제8사단은 제10연대와 제21연대로 편성돼 있었다. 제10연대는 춘천·홍천지구를 담당한 제6사단의 동쪽으로부터 동해안까지 26㎞ 구간의 38도선 경계를 담당했다. 제21연대는 동해·삼척 일대의 해안선 경계와 후방지역작전을 담당하고 있었다. 이석권 상사는 사단사령부와 함께 강릉에 있는 제18포병대대 본부 군수과에서 탄약 보급을 담당했다. 그는 탄약 보급이 화력지원의 가장 기본요소라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평소 업무의 우선순위를 적시 탄약 보급에 두고 있었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군의 기습 남침이 시작됐다. 제8사단이 담당하고 있던 강릉 북쪽 38도 선에서 북한군 제1경비여단과 제5사단 제10연대가 남하했다. 제21연대가 담당한 동해안에서는 제945육전대가 강릉과 삼척 사이의 정동진에 상륙하면서 제10연대와 제21연대가 분리됐다. 또한 제766유격연대는 임원진에 상륙해 사단의 후방을 차단했다. 국군 제8사단은 북한군의 전후방 동시공격으로 포위섬멸 당할 위기에 처했다.
제8사단장 이정일 대령은 제21연대에 긴급명령을 발령해 강릉으로 이동하도록 했다. 제21연대는 삼척 일대의 탄광에서 차량을 징발해 6월 25일 밤 제945육전대의 차단선을 피해 강릉으로 이동한 후 강릉 남쪽의 군선강 일대에서 제945육전대의 북상을 저지했다. 38도 선에 배치된 제10연대는 연곡천 일대로 철수해 주저항선을 점령했다. 제8사단은 강릉을 중심으로 북쪽은 제10연대가 연곡천 일대에서, 남쪽은 제21연대가 군선강 일대에서 적의 남하와 북상을 저지하고 있었지만, 적의 전투력은 압도적이었다. 시간이 지체되면 제8사단은 적의 포위망에 갇혀 섬멸될 판이었다. 그때 제18포병대대는 적 포병에 대한 대포병사격과 함께 보병부대를 지원하기 위한 제압사격을 가했다. 그러나 M-3포의 전술사정이 짧아 제압사격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포병대대는 제1·2포대를 사천천 남쪽의 사천초등학교(강릉시 사천면 미노리) 운동장에 전개해 연곡천 일대를 지원하고, 제3포대는 군선강 일대에 화력을 지원했다.
이석권 상사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제18포병대대는 북한군의 남침 전에 충분한 탄약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사단사령부 탄약고에 저장된 탄약을 추진된 포병 진지까지 적시에 보급하는 것이었다. 이석권 상사가 동분서주하며 탄약 보급을 담당했다. 그러나 탄약 수송 차량이 부족했다.
그때 사단사령부 연병장에는 사단지휘소를 이동시키기 위해 군수품과 행정문서를 적재한 차량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이를 목격한 이석권 상사는 사단장에게 달려가 따졌다. “유사시에는 북진공격을 한다고 하더니 왜 후퇴만 하고 공격은 하지 않습니까? 또 저것은 무엇입니까? 문서가 전쟁합니까? 포탄이 있어야 전쟁을 합니다. 포탄 운반차를 주십시오”라고 당시로서는 당돌하게 건의했다. 사단장 이정일 대령은 “네 말이 옳다”라며 옆에 수행하고 있던 참모에게 “즉각 충분한 탄약운반 차량을 조치해주라”고 지시했다. 그 광경을 지켜본 참모들은 분개했다.
일개 부사관이 사단장에게 감히 그런 무례한 행동을 취했으니 당장 총살형에 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전장에서 즉결처분권이 남용되던 시기였다.
이석권 상사는 사단 헌병부장 김인경 소령이 지휘하는 헌병에게 체포됐다. 그는 총살형이 집행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이석권 상사는 태연자약했다. “사단이 공격하는 장면만 볼 수 있다면 당장에 죽어도 한이 없겠다”라는 것이었다.
그의 군인다운 태도에 감명받은 참모들은 이석권 상사를 즉각 석방하고 충분한 차량을 배정해 탄약 수송을 도왔다. 그때부터 제18포병대대의 화력이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제18포병대대 15문의 포가 포탄의 제한 없이 지속적인 포격을 가하면서 연곡천과 군선강 일대가 탄막으로 뒤덮였다. 북한군 부대는 한동안 연곡천과 군선강을 넘지 못했다. 제8사단이 북한군의 전·후방 동시공격을 저지하면서 대관령으로 철수할 수 있었던 것은 제18포병대대와 이석권 상사의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당시 여건에서 이석권 상사의 탄약 보급을 위한 신념과 책임의식은 귀감이 되기에 충분했다. 이석권 상사는 초기전투 이후 부상을 당했지만, 치료 후 현지임관해 장교로 근무한 후 중령으로 예편했다.
강릉전투에서 그가 보여준 용감한 활약은 6·25전쟁 기간은 물론 정전협정 이후에도 계속됐을 것으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전쟁 와중에 이석권 상사에게는 어떠한 무공훈장도 수여되지 못했다. 이제라도 그의 전공과 활약에 부합하는 상훈이 수여돼야 한다고 믿는다.
<최용호 전쟁과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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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5㎜ M-3 곡사포를 사격하는 포병의 모습. | ||
[ 출처 : 국방일보 http://kookbang.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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