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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 연합뉴스 | ||
1. 김정은 정권의 기본성격
(1) 정권기반의 강고성과 취약성 공존
김정은 정권의 기반은 강고성과 취약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3대에 걸쳐 쌓여 있는 강력한 체제유지 시스템이 뒷받침하고 있다. 3대세습 기간 동안 북한의 모든 국가구조와 사회구조, 주민의식이 김일성 일가 체제에 맞도록 조직되어 왔기 때문에 이것이 하루아침에 쉽게 무너지지는 않는다. 또한 북한은 고도로 감시체제가 발전한 나라이다. 특히 군과 당의 최고위층은 일거수일투족이 철저히 감시받고 있기 때문에 감히 딴 마음을 먹기조차 힘들다. 일반 주민들이 어떤 행동을 한다거나 집단적인 힘을 과시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김정은 시대를 떠받치고 있는 권력층이 운명공동체를 이루고 있고 엘리트 조직망도 강고하다. 때문에 김정은이 현재의 독재시스템과 공포통치를 잘 활용한다면 일정기간까지의 정권유지는 가능할 수 있다.
문제는 김정은의 권력기반이 김일성, 김정일에 비해 훨씬 치약하고, 다 망해가고 있는 국가를 물려받았다는 점이다. 김정은은 아주 젊은 나이에 노출이 되어 조용히 권력과 권위를 쌓을 수 있었던 아버지에 비해 월등히 불리하다. 북한 주민들과 간부들이 김일성을 보는 시각과 김정일을 보는 시각이 다르듯이 김정일을 보는 시각과 김정은을 보는 시각이 또 다르다.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이 김일성에 대한 충성심의 절반 정도였다면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은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의 절반 혹은 그 이하이다.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의 3대 핵심요소인 공산당독재, 국유제, 계획경제가 모두 파괴됐고 개인독재를 강화하며 그냥 굴러가는 대로 굴러가다가 현재의 체제로 온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북한 체제는 붕괴되는 과정의 과도기가 비교적 안정되어 보이는 정도일 뿐이다. 북한 체제의 붕괴는 시간문제이다.
김정은은 모험적이고 호전적이며 조급함까지 보이고 있다. 김정은이 수시로 핵심측근들을 무자비하게 숙청하는 것이나 남북관계나 대외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핵실험과 군사도발을 감행하는 것을 볼 때 북한체제의 불안정성, 역동성은 과거에 비해 훨씬 높아졌다. 김정은이 워낙 제멋대로고 오락가락하며, 젊고 미숙해서 정책수립이나 집행능력이 매우 떨어지는 통치 스타일을 지속할 경우 체제불안 요소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본다. 북한의 김정은이 과시하는 행동을 많이 하지만 김정일에 비해 치밀한 독재자가 아니기에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는 북한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은 부족해 보인다. 김정은의 경우 김정일과 달리 전략전술적인 사고나 위기관리능력이 많이 떨어진다고 보기 때문에 치밀한 전략전술에 입각해서 정책을 결정하기보다는 감정이나 충동적 판단에 많이 좌우되어 정책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향후 김정은의 통치능력이 더 발전할지 아니면 자신의 자리에 익숙해질수록 더 나태해지고 관성화 되고 거칠어질지 지금으로선 짐작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정도 수준의 리더십이 앞으로도 지속된다고 한다면 현 북한체제도 이끌기가 쉽지 않다. 국제적인 고립과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김정은이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몇 배 더 복잡해진 북한체제를 잘 이끌고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향후 한중관계의 변화, 북중관계의 변화, 주민의식의 변화, 간부들의 의식 변화 등이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설사 그의 통치능력이 더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그의 권력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가능성보다는 그 반대의 가능성이 더 높다. 김정은의 거친 리더십과 좌충우돌하는 정책운영이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킬 수 있다.
2. 김정은 정권의 기본노선
(1) 핵무기와 ICBM 지속적으로 개발
김정은이 제시하고 있는 핵심적 노선은 핵과 경제의 병진노선이다. 북한의 핵개발은 김정일의 유훈에서도 나왔기 때문에 김정은으로서는 핵은 포기할 수 없는 국시이다. 북한 핵무기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첫째 국가안보, 둘째 체제안보 및 지도자의 개인안보, 셋째 군지휘관 및 기타 간부들에 대한 장악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 북한 정권은 핵이 있어야 체제유지가 가능하다고 확신하고 있다. 북한은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절대로 핵을 포기할 수 없다고 여긴다. 북한에게 핵무기는 매우 중요한 것으로 핵무기를 유지하기 위해 매우 유연하고 신축적이고 다양한 전략을 수시로 구사할 것으로 예측된다.
북한은 자신들이 핵을 포기하지 않더라도 미국이 군사공격을 해 올 가능성은 없다고 확신한다. 실제 북한이 핵무기를 고집했을 경우 주변국들은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 유일하게 방법을 갖고 있는 나라가 중국이나, 중국으로서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이 북한의 붕괴에 따른 동북지역의 혼란이다. 물론 중국이 적극적인 설득 노력에도 북한이 계속 고집을 부리면 정권의 교체라는 강경한 태도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핵을 빌미로 대남관계를 이용하려 들 수 있다. 그렇다고 남한과의 핵협상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핵무기는 보유용이기에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고, 협상을 해도 체제보장을 담보로 미국과 하면 했지 남한과 하려들 이유가 없다. 다만 핵무기 존재를 과시함으로서 대남위협과 협박을 통해 경제지원을 얻어내는데 활용할 수는 있겠지만 핵협상 자체는 애초에 생각하지도 않는다. 향후에도 북한은 핵실험을 위한 유리한 여건 조성, 핵실험 이후의 상황 정리, 긴장 조성을 통한 내적 결속 추구 등의 여러 가지 목적을 위해 대남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다. 장사포나 각종 미사일 도발에 이어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실험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2) 경제개발과 개혁개방의 추구
핵과 경제 병진노선의 중요한 포인트 및 핵심적 변화는 경제발전노선이다. 우선 김정은은 경제발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이며 의지나 적극성이 강하다고 보인다. 북한의 국민소득을 측정할 방법은 없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증언을 종합해 본다면 현재의 북한의 실질국민소득이 1인당 1,200~1,500달러 정도는 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북한의 실질 국민소득은 건국 이래 최대수준이 아닌가 판단된다. 북한 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는 김정은이 추진해 온 개혁·개방의 성과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김정은은 개혁개방에 대한 의지가 김정일보다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정은은 경제개발을 위해 대외개방과 내부개방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대외적인 개방은 수출수입의 확대, 외국 투자의 적극적 유치, 특구 지정, 인력 수출의 확대 등을 말하고, 대내개방은 거주 이전의 자유, 이동의 자유 등을 훨씬 더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활성화 되면 북한 경제에 활력이 될 것이다. 이렇게 개혁개방을 하고 농업개혁을 하면 북한 경제가 발전하여 김정은 체제에서도 1인당 GDP 2~3천 달러까지 가능할 수도 있다. 여전히 북한에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온갖 비효율적인 요소가 많지만 북한의 경제규모가 워낙 작고 잠재력은 매우 큰 만큼 현 단계에서는 개방만 어느 정도 진행되면 큰 무리 없이 경제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경제는 제4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고, 체제위기에 따른 개혁개방의 성공가능성이 매우 낮다는데 있다. 김정은이 개방과 수령절대독재의 공존을 동시에 추구하려고 하지만 이는 현실 불가능한 접근이다. 그러한 공존은 치밀하고 정교한 독재의 기술과 강력하면서도 균형잡힌 리더십이 뒷받침되어야만 그나마 가능한 것이다. 김정은은 아직까지 이런 면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의 경제발전이 이뤄지고 북한의 개방이 확대된다면 북한 사회는 점점 과거와는 크게 다른 사회로 변모될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을 이끄는 방식도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 요구되고 곳곳에 숨어 있는 사회불안, 정치불안의 요소들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물론 장기적으로 북한이 개혁개방에 성공을 해서 연착륙을 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북한이 중국을 통한 경제발전 노선에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를 기울인다면 그 성공가능성은 조금 더 높아질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개혁개방에 성공할 가능성은 약 20% 정도일 것이다. 개혁개방을 하다가 겁을 먹고 중단하고, 여러 문제가 심해진 상태로 혼란 속에서 유지될 확률이 10~20%, 개혁개방 과정에서 좌초하고 붕괴될 가능성이 60~70% 정도이다.
(3) 한국과의 긴장관계 추구
북한의 대남전략은 강경정책과 유화정책을 배합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지속할 것으로 예측된다. 당분간은 국제사회의 유례없는 대북제재에 맞서서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고 대남도발을 도모해 남북관계의 긴장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북한 내부의 정치적 위험성이 고조될 경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대남 긴장관계를 더욱 고조시킬 수 있다. 지금까지 김정은은 남북관계의 위기를 부추겨 체제유지의 도구로 활용하여 왔다. 북한 내정의 필요성에서, 혹은 군부통제의 필요성에서 언제든지 도발은 가능하다. 실제로 김정은은 최근에 개성공단 폐쇄와 각종 군사도발과 같은 대남 강경정책을 구사하여 남한으로부터의 체제위협에 적극 대응하여 왔다. 실질적 전쟁 의지가 없었던 김정일과는 달리 젊고 혈기 넘치는 김정은의 의도를 정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에 전쟁연습을 위한 도발 가능성이 상존한다. 김정은이 자신의 지도력을 확보하고 과시하기 위해 도발적인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미국으로부터의 체제보장, 북중 동맹관계의 유지를 목표로 한 김정은의 대남전략은 대남도발의 위험성을 언제나 내포하고 있다. 김정은이 남북관계과 과도하게 가까워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유이다.
물론 북한이 중국과의 동맹관계에서 이탈하게 되고, 주변국으로부터 고립무원의 상태에 놓이게 된 조건에서 이를 탈피하기 위한 일환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열의를 보일 수는 있다. 향후 김정은이 개혁·개방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공시키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게 되면 남한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이를 도모하려 들 수는 있다. 이 경우에 체제불안이 야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남관계를 적절히 활용하려는 대남 유화전략을 구사하려고 들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의 존재 자체를 두려워하고 남북 간의 적절한 긴장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남북관계 발전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설사 김정은의 한국과의 관계개선 의지가 강하다고 하더라도 관계개선과 퇴행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북한의 체제유지와 남북관계는 양날의 칼이라 할 수 있다. 하나를 얻고자 하면 하나를 잃을 수 있다. 우리는 김정은이 본격적으로 개혁개방에 들어설 경우나,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려 할 때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차원에서 유연하고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3. 북한의 경제구조
(1) 지나치게 중국에 의존
북한 경제는 아주 빠른 속도로 외부 의존형 체제로 바뀌었다. 1990년대까지는 북한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매우 낮았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경제의 대외의존도,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아져 있는 상태다. 북한 경제의 대외개방성을 급격하게 높인 것은 2009년 북한의 제2차 핵실험 이후 중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전략을 펴면서부터이다. 북한의 핵개발을 동결하는 대가로 다방면적인 경협을 확대한 것이다. 북중무역은 꾸준히 늘고 있었지만 2009년 이후 더욱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북중무역은 2009년 26억 8천만 달러, 2010년 34억 7천만 달러, 2011년 56억 4천만 달러 등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그 이후 성장 폭이 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북중무역의 비중이 높다. 북한은 경제규모가 매우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전체 GDP 대비 무역량이 매우 많은 나라, 다시 말해 무역의존도가 매우 높은 나라로 되었다. 무역 규모가 극히 미미하던 나라에서 순식간에 무역의존도가 세계적으로 높은 나라로 변했다. 무역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주로 중국에 집중되고 있기는 하지만 인적교류도 빠르게 확대되었다. 2013년 기준 20만 6,600명이 정식으로 비자를 발급받아 중국을 방문하였다. 이 중 9만3,300명은 취업비자를 발급받아 중국에서 일했다. 최근 들어 핵문제로 인한 북중관계에 균열이 생겨 대중무역 규모나 중국방문 인원이 감소 추세에 있지만 여전히 중국은 북한경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 사경제, 시장경제에 주로 의존
현재 북한은 국유영역의 비중은 굉장히 줄어들고 있고 개인들의 상업활동 이라든지, 혹은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공장의 생산이라든지, 혹은 개인이 소유한 배에서 하는 어업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북한 경제의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따라서 국유영역은 굉장히 축소되고 있는 것에 비해서 사영역은 대단히 빠른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북한의 국영기업이 정상적으로 운영이 되지 않기 때문에 북한의 생산과 소비를 국가에서 계획해서 결정하고 지시하는 것이 불가능해 졌다. 북한에서 국영경제가 완전히 붕괴되었기 때문에 북한 당국은 생산계획을 아예 짜지도 않을 뿐만아니라, 아주 형식적인 생산계획을 짜더라도 북한에서 계획경제는 의미도 없고 관료들 중에서도 계획경제에 신경 쓰는 사람들도 아예 없다. 영경제가 주도하고 있고 계획은 할 수도 없다. 현재의 북한경제는 시장경제로 전환을 맞이하고 있고 북한 경제를 주도하는 것은 자본주의 경제이다. 사농업을 제외하고는 국유 부문이 주도하는 경제영역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농업 역시 북한이 명확한 개혁방향을 제시하지 않지만, 사영 방향으로 바뀔 것이 확실히 되고 있다. 북한이 사회주의라고 하지만 사회주의식 경제는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자본주의적 재산권이나 시장경제 질서가 보호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상적인 자본주의도 아니다. 자본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적인 보호와 규제다. 시장을 보호하고 재산권을 보호해야 하는 측면에서 보자면 북한은 완전한 자본주의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두 가지 경우를 놓고 볼 때는 자본주의에 훨씬 가깝다.
북한사회의 시장화도 지난 20여 년 동안 일관되고 명확한 추세로 진행이 되고 있다. 정부당국의 태도와 상관없이 시장화가 일관되고 강력한 추세로 진행되어 왔다. 현재 북한에서 주택 등 부동산 거래에는 불투명한 측면이 매우 많지만 일반상품시장 같은 경우는 이미 완전히 시장화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획경제의 핵심특징 중의 하나가 국가 고시가격이다. 지금 북한에서는 상품을 시장가격 이외의 다른 가격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장가격이 완전히 정착이 되었다. 모든 것은 철저히 시장가격으로만 거래되기 때문이다. 일반상품시장 뿐만 아니라 노동도 시장화가 많이 진전되고 있다. 사적으로 노동력을 고용하는 일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북한에 투자한 외국기업들이 사적으로 북한 근로자들을 고용할 뿐 아니라 북한인에 의한 사기업도 많이 늘어나서 이들에 의해 고용된 사람들도 꽤 많아졌다. 북한의 수산업도 대부분 국영기업의 외피를 쓴 개인 소유의 선박과 개인이 고용한 근로자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비중이 매우 높다. 개인 소유의 가내수공업에 고용되어 일하고 있는 사람들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북한에서 주택거래도 빠르게 확대되어 왔고 금융분야도 시장화가 더디지만 진척되고 있다. 부동산의 개인소유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지 않는 점이나, 금융분야의 시장화도 고리대금업 수준이라 아직은 안정적으로 시장화 되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도 확산되는 추세를 보일 것이다.
(3) 공업 기반은 완전히 붕괴
북한은 해방 이전까지만 해도 아시아 최고의 산업시설을 가지고 있는 공업지역이었다. 세계 5위의 비료질소공장이 있었고 풍부한 발전량을 자랑하는 수력발전소와 소련의 원조를 활용한 제철소 건설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사회주의 건설 초기에는 철도, 도로, 항만 등 기반 산업시설도 남한보다 훨씬 우수했다. 1950년대 중후반에는 공산권 중에서 북한의 공업기반과 능력은 서너번째 수준까지 이르렀다. 북한은 1960년까지만 해도 남한에 비하여 제철능력 90배, 제강능력 13배, 비료 9배, 시멘트 생산 5배, 그리고 자동차공업에서도 남한보다 앞서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 중후반 이후 북한의 공업 기반과 산업 시설은 과도한 군수산업에의 치중에 따른 자원배급의 왜곡과 산업시설 노후화,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국제적 고립으로 급속히 붕괴되었다. 지금에 와서는 붕괴된 공업시설을 자력으로 다시 복구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게 되었다. 주체와 자립이, 고립과 폐쇄로 이어진 체제와 정책실패의 결과이다.
현재 북한의 국영기업 공장 가동률은 10%도 안 된다. 그것은 군수공장까지 포함해서 그런 것 이고 군수 공장을 배제하면 가동률은 5% 이하이다. 공업을 기반으로 했던 북한 경제는 완전히 붕괴되었다. 북한경제의 대부분은 광업, 농업, 수산업이 차지하고 있다. 북한에서 군수품 생산공장을 제외한 일반 국영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곳이 거의 없다. 북한은 아주 낮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공업경쟁력이 극히 떨어지는 비생산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공업은 중국에 하청 계열화되어 있다. 그나마 돌아가고 있는 것은 중국 기업의 하청을 받는 기업이나 중국기업이 직접 투자한 기업이다. 심지어 활발하게 운영되는 광산의 상당수는 중국 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것이다. 북한은 광물을 내다파는 것과 인력을 수출하는 것 말고는 기댈 것이 없다.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것이 관광업이다. 그래서 곳곳에 리조트를 기획하고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성공한다할지라도 북한경제의 회생을 보장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아니 오히려 현재의 상황에서 볼 때 비효율적인 자원배분으로 북한경제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근본적인 처방이 없는 한 북한경제는 살아날 수 없다.
4. 국제사회 제재와 북한의 미래
최근 북한 핵실험에 따른 북한에 대한 국제적 고립은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다. 현재 수준의 국제적 고립이 지속된다면 북한체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북한경제는 과거와는 달리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제재에 매우 취약하다.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제가 상당기간 지속된다면 북한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북한이 1990년대 훨씬 어려운 상황도 버텼기 때문에 이번에 외부에서 경제 제재를 하더라도 잘 버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북한이 아주 폐쇄적인 국가라는 사실에 근거한다. 그러나 북한 내부 경제가 붕괴되고 중국의 지원이 확대되면서 북한 경제는 아주 빠른 속도로 외부 의존형 체제로 바뀌었다. 가장 대표적인 수출 주도형 국가인 한국의 1970~80년대보다도 월등히 높은 비중이다. 중국이 북한에 조금만 제재를 가한다고 하더라도 북한 경제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중국이 북한의 버릇을 고쳐놓아야 되겠다는 입장에서 강력한 경제제재를 가한다면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은 극심해질 수 있다.
북한의 명줄을 중국이 쥐고 있는 형국인데 중국의 제재 참여 정도는 북한체제의 생존과도 직결된다. 북중무역이 북한 전체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90%를 넘고 북한의 중국에 대한 인력수출도 날로 늘고 있는 조건에서 중국의 대북제재 동참은 북한의 숨통을 조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북한이 광산업과 무역 등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급격하게 줄어들면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만약 북한 내 중국의 광업 기업이 철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 이들 기업에 취직한 근로자가 입게 될 타격도 크다. 북한의 생필품은 주로 중국에서 수입하는데, 외화가 부족하고 무역이 원활하지 않으면 생필품 공급에도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중국이 강력한 제재를 취하면 종합적으로 향후 북한의 GDP는 10~30% 정도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고, 주민의 체감 소득은 30~5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대중국 무역 의존도를 감안할 때 외부 의존형 경제에 가해지는 경제 제재는 상당할 것이다. 설사 중국이 일정 기간 후에 제재를 느슨하게 한다면 북한이 어느 정도 시간은 벌겠지만 국가 전체의 기본 기반이 취약해져 있는 만큼 체제위기를 완전히 극복할 수는 없다.
중국 정부에서는 현재 북한을 망하게까지는 하지 말자는 의견과 원칙을 일관되게 밀고가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북한 정권에 비판적이지만 미국에 대항하는 대미완충지역으로서 북한의 역할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에, 북한정권이 중국의 국익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는 존재로 인식하는 경향이 상존한다. 문제는 과거에 비해 북한이 미국을 견제하는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있으나 말썽도 자주 일으키고 중국의 국제적 위신도 떨어뜨리는 낙제점의 완충지대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국민들도 김정은 정권의 비이성적이며 온갖 무례하고 호전적인 행동들에 점차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제멋대로이고 어디로 튈지도 모르는 북한정권을 언제까지 중국이 보호하고 나서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와 국민들이 김정은 정권은 결국 붕괴될 수밖에 없고 중국이 할 수 있는 선택은 김정은 정권이 조금이라도 연장되는데 도움을 주느냐, 아니면 조금이라도 그 수명이 줄어드는 데 기여하는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중국 국민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들도 90년대와는 달리 개인의 이익에 매우 민감해져 있기 때문에 경제사정이 악화되면 매우 빠른 속도로 정권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국가가 주민들의 생존을 보장해 주지 못하는 조건에서 경제가 어려워지면 북한주민들의 생존을 위한 자생적 시장주의는 강화될 수밖에 없다. 경제사정의 악화에 따른 시장기능의 저하, 내수시장의 침체는 북한주민들의 고통을 가중시켜 체제불만을 강화시킬 것이다.
5. 한반도의 미래와 우리의 준비
(1) 북한의 체제전환과 급변사태 대비
북한의 체제전환을 멀지 않은 장래로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의 변화가 불가피한 바, 대북전략의 과감한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 정부의 대북전략은 북한의 붕괴 가능성을 중요한 옵션의 하나로 상정하고 대북전략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붕괴되기 전에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지, 붕괴를 빨리 촉진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늦추는 것이 좋은지, 붕괴될 때 그리고 붕괴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등이 대북정책의 중심에 와야 한다. 역대 정부가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대북정책을 폈지만 이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어차피 김정은 체제가 붕괴될 것이라면 조기붕괴가 더 나을 수 있다. 북한 체제가 연착륙 할 수도 있겠지만, 김정은 정권이 끝내 붕괴될 경우엔 우리는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다. 어설픈 관망은 북한 내 내전과 전쟁 위험성을 키우는 화를 자초할 수도 있다. 김정은이 수시로 핵심측근들을 무자비하게 숙청하는 것이나 남북관계나 대외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핵실험과 군사도발을 감행하는 것을 볼 때 북한체제의 불안정성, 역동성은 과거에 비해 훨씬 높아졌다. 북한 체제의 불완전성과 체제붕괴의 가능성에 대비하는 급변사태 대응전략의 모색이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의 대북정책은 포용에서 레짐체인지까지 고려한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해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매뉴얼을 체계적으로 마련해놓아야 한다. 이를 제대로 마련해 놓지 않으면 국가적으로도 혼란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남북관계의 관리를 위해서는 대화나 교류가 필요한 측면도 있지만 북한 내부에 변화가 생겨 체제가 붕괴될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물론 김정은이 개혁·개방 움직임을 보이면 적극 지원해야 하지만, 김정은 정권이 끝내 붕괴될 경우엔 북한의 재건을 위해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붕괴 이후의 구상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의 급변상황에 대비한 정책적 준비, 재정적 준비, 인적 준비를 지금부터 해야 한다.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북한지역의 안정화와 치안확보, 핵무기 및 대량살상무기, 대량난민 사태, 인도적 지원 등 북한문제의 발생과 함께 취해야 할 대응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렇게 되지 않게 하겠다거나, 그때 가서 생각해도 될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북한 급변 대비전략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어야 한다.
통일은 우리가 하기 싫다고 거부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현재의 북한정권과 통일이 가능하지 않다면 북한의 정권을 바꿔서 통일하는 것은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이다. 북한의 현 정권이나 현 체제를 유지하는 조건에서 통일하는 것은 형식논리상 이상적이겠지만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통일은 북한의 수령독재체제가 붕괴돼야 가능하며, 흡수통일만이 유일한 현실적 통일 방안이다. 흡수통일은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필연적 귀결이다. 어째든 우리는 통일과정과 통일이후 통일을 방해하는 수많은 난관과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한반도 통일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전인미답의 길이다. 고난 없는 성공이 있을 수 없듯이 우리의 지혜와 통일에 대한 의지가 한반도 통일의 힘이 될 것이다. 발상의 전환과 능동적인 대응만이 이를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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