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경제원의 ‘정명운동’이 한 권의 책으로 완결되었다. 여러 해에 걸쳐 진행된 연구와 발표에 바탕을 둔 『용어전쟁 : 정명운동』은 현진권 원장의 열정과 집념이 이룬 결실이다. 이 책에서 제안된 ‘정명’이 널리 사용되어, 우리 사회에서 개념으로 인한 혼란과 갈등이 줄어들길 바란다. 발표자는 사상과 이념 부분에서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였다.
용어 正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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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분 正名
‘정명’은 名分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신분과 처지를 지칭하는 이름이 있다. 제대로 된 사람은 각기 자기에게 주어진 이름에 적합하도록 처신하는 것이 바로 명분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공자는 제나라의 경공이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물었을 때,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라고 했다. 신분과 처지에 적합하도록 행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사회가 조화롭고 안정되게 유지되려면 사회 구성원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 ‘정명’으로 표현된 것이다. 이것은 마치 교향악단에 비유될 수 있다. 교향악단에서 각각의 악기들이 자신에게 맡겨진 소리를 잘 낼 때 전체적으로 아름다움이 탄생한다.
현대 사회는 전통사회와 달리 대단히 복잡하게 작동한다. 현대의 거대 사회는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협동하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개인이 무슨 일을 할 것인가는 신분이 아니라 각자의 선택에 따라 결정된다. 선택에 따라 결정된 자리에는 직분이 주어진다. 자유주의 사회에서 직업 선택의 자유가 보장되며 어느 누구도 자신의 의지에 반하여 직업이나 직분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개인이 선택한 각각의 직분에는 그 직분에 맞는 업무와 과제, 책무가 주어진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각각에서 주어진 직분을 잘 수행할 때, 正名이 실현된다. 그러나 과거나 현재를 불문하고 정명은 실현되기 어렵다.
정명을 창도한 공자는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아 정상적인 상태를 회복하려면 천자는 천자, 제후는 제후, 대부는 대부, 백성은 백성의 본분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이름과 실제가 일치해야 한다는 정명사상을 설파한 것이다. 공자는 위나라 임금이 공자 자신에게 정치를 맡기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야 물론 이름을 바르게 하는 것(正名)입니다.” 라고 하였다. 정명사상은 모든 이름은 각각의 본질을 가지고 있으며, 현실에 서 그 이름의 본질이 실행되어야 한다는 사상이다. 임금과 신하, 아버지와 자식은 각각의 역할이 있으며, 각자 이 역할을 잘 수행할 때 “천하의 도가 바로 선다(天下有道).”는 것이다.
이런 정명사상은 플라톤의 이상국가론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플라톤은 철인 군주와 그를 보조하는 군인과 경찰, 생활필수품을 보급하는 일꾼인 농부, 장인, 상인들, 세 계급으로 구분하고 그들에게 엄격한 역할을 부여하였다. 그리고 사회 정의 또는 안정은 각 사람이 각자에게 적합한 기능을 잘 수행하고 다른 사람들을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계층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각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기능을 수행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정명론의 핵심은 이름(개념)과 그 이름이 지시하는 사물의 본질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이름과 그 이름이 지시하는 것이 일치하지 않을 때 사회는 혼란에 빠진다. 더구나 공공부분에 종사하는 정치인과 공직자들이 자신의 이름에 맞는 역할을 하지 않을 때 사회는 혼란에 빠진다. 요즘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적 어려움의 대부분이 正名의 부재에서 유래한 것이다. 공직자들이 ‘해야할 일’은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는 것이 문제다. 자신에게 주어진 고유한 직분을 게을리하면서, 자신의 자리와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예산과 권한을 확장하면서 규제와 통제를 강화한다. 때로는 직위를 이용하여 부정부패를 일삼기도 한다. 우리 사회의 이러한 부조리를 바로잡기 위해 名分을 바로 세우기 위한 정명 운동이 필요하다.
출처: 자유경제원 (http://www.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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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섭 강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http://www.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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