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들 속에 등장하는 미국은 언제나 정의의 사도로 묘사 되어있다. 지구를 침략하려는 수많은 외계인에 맞서 미국은 지구방위사령부의 역할을 해낸다.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의 미국은 자국의 안보를 어떻게 지킬까? 각종 테러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는 미국은 지난 2001년 9.11 테러를 기점으로 미 국토 안보를 위한 ‘테러대책법(Anti-terrorism legislation)’을 유지하고 있다. ‘애국법(Patriot Act)’으로도 잘 알려진 이 법은 테러에 대한 수사의 편의를 위해 시민의 자유권을 제약할 수 있도록 제정된 법률이다.
애국법 중 몇 가지 예는 다음과 같다.
① 결사의 자유: 정부는 범죄행위의 증거가 없어도 종교단체와 정치단체를 감시할 수 있다.
② 신체의 자유에 관한 권리: 미국민은 기소되지 않은 단계에서도, 혹은 불리한 증언에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전에라도 구치당할 수 있다.
③ 불법 수사로부터의 자유: 정부는 테러리즘에 대한 수사를 위하여 상당한 근거가 없이도 미국민의 서류나 소유물을 수색·압수할 수 있다.
④ 언론의 자유: 정부는 도서관 직원이나 전기통신회사의 종업원 등 테러리즘 수사와 관련된 기록의 제출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받은 자가 이를 받은 사실을 누설한 경우 그 자를 기소할 수 있다.
⑤ 법적 대리에 관한 권리: 정부는 구치소에서의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접견을 감시할 수 있다. 또한 죄를 범한 것으로 인정되는 미국민과 변호사와의 연락을 불허할 권한을 갖는다.
⑥ 신속하게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 정부는 재판 없이 미국민을 무기한으로 구치할 수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맞는지 심히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더욱 미국 국민들은 애국법 때문에 일상생활도 못할 것처럼 보인다. ‘9.11테러’라는 전대미문의 테러 공격을 경험한 미국인들은 다소 이 애국법으로 인해 불편함이 있더라도 공공의 이익과 국가 안보를 위해 이 법률을 허용하고 있다. 국가 안보의 위기는 곧 개인의 위기로 다가 온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 애국법이 있다면 한국에는 국가보안법이 존재한다. 각종 테러단체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는 미국이나 현존하는 주적인 북괴와 그 동조세력들에게 위협을 받고 있는 한국의 안보 위험도는 서로 비슷해 보이지만 대응 방식은 매우 다르다.
안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사관들이 사전에 정보를 포착하고 그에 따른 수사가 진행 되어야 하는데 한국은 수사관들의 역할을 스스로 규제하고 있다. 또한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도 수사관들의 손발을 묶어두고 있는 형편이며 테러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대응방식에도 많은 허점을 남겨 놓고 있다.
지난 연평도포격 사건 때처럼 북한이 무력을 동원하여 직접적인 공격을 해야지만 테러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우리의 안보 환경을 더욱 위태롭게 만든다. 용산사태와 같이 특정 단체 회원들이 용산의 한 건물을 점검하고 살상무기인 화염병으로 무장하며 서울시민들을 상대로 공격을 가했지만 정부는 이를 단순한 불법폭력 시위쯤으로 여기며 무장도 안한 경찰관을 불구덩이 속으로 밀어 넣었다.
쌍용자동차의 공업용 볼트 새총이나 한진중공업 사태로 부산을 무법지대로 만든 사건에서도 정부는 테러리즘을 망각하였다.
그뿐 아니다. 대한민국을 부정하며 반국가단체로부터 지령을 받아 활동하던 간첩들이 체포 되었는데도 대한민국 헌법을 그들의 반헌법적 정신과 행위를 지나치게 존중해주고 있다. 그런 세력들에게 전문 변호인이 나서서 범죄 혐의를 보호해 주고 있다. 그들이 사회에서는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피고인이지만 수사기관에 들어서고 전문 변호사가 붙는 순간 그들이 갑이 되고 수사관이 피고인이 되는 웃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미국도 간첩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없어서 애국법을 만든 것이 아니다. 문명이 진보하는 것처럼 안보를 위협하는 테러행위 또한 진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 시설을 점령하거나 다수의 시민들을 상대로 무차별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테러 행위이다.
과거 한국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여 무고한 시민들을 위협할 수 있는 조직폭력단체들을 대거 체포 하여 처벌한 바 있다. 그 덕분에 한국은 외국의 야쿠자, 삼합회, 마피아와 같은 범죄 조직의 위협은 감소한 대신 이적단체가 주도하는 대규모 범죄 위협은 뿌리 뽑지 못 하였다.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이적단체와 국민의 안보를 위협하는 반사회·폭력 단체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수사권 보장과 감시, 이적단체에 대한 강제해산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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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객원기자 sagin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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