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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연합뉴스 | ||
서울 마포구 홍익대 정문 앞에 설치된 ‘일베’ 상징 조형물을 훼손한 남성 3명이 경찰에 입건됐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1일 조형물을 부순 혐의로 20살 김 모 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김 씨는 이날 새벽 2시 20분께 조형물을 훼손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됐으며, 다른 2명은 전날 오후 10시께 조형물을 부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30일 등장한 이 조형물은 홍익대 조소과 4학년 홍기하 씨가 학과 ‘환경조각연구 야외조각전’에 출품하려고 과제로 제작한 작품이었다. 이달 20일까지 전시될 예정이었으며 작품 이름은 ‘어디에나 있고, 아무 데도 없다’였다.
조형물 사진이 SNS 등으로 퍼지면서 보수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를 상징하는 손가락 모양으로 작가가 일베를 옹호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왔다. 작품에는 철거를 요구하는 쪽지가 붙었고, 급기야 계란이 던져지기도 했다.
이에 홍 씨는 31일 입장문을 내고 “사회에 만연하게 존재하지만, 실체가 없는 일베라는 것을 실제로 보여줌으로써 이에 대한 논란과 논쟁을 벌이는 것이 작품의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난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고, 결국 손가락 부위가 훼손된 채 발견됐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김씨가 쓴 것으로 보이는 ‘홍대 일베석상 파괴 전말’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작성자는 자신이 조형물을 파괴했다면서 “우발적이 아니라 계획된 행동이다. 작가나 학교 측이 법적인 책임을 묻는다면 떳떳하게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일베보다 더 무서운 것이 이런 짓 하는 놈들”이라며 “작가 의도와 관계없이 작품에 ‘일베 옹호’라는 딱지를 붙이는 해석적 폭력에 물리력을 동원한 실력 행사까지…어떤 대의를 위해서 타인의 표현 자유를 폭력적으로 짓밟아도 된다고 믿는 자들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혐오의 대상이라 해도 그것을 파괴로 맞서야 한다는 논리는 그야말로 현대 문명에 역행하는 전체주의 논리”라며 “누구도 표현의 자유를 파괴할 순 없다. 일베를 파괴한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파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일베 조형물을 만든 학생은 단순히 관심을 끌기 위해서가 아니라 명확한 예술적 의도로 하나의 작품을 구상했다”며 “또한 학교 측은 작가와 지속적으로 논의했고 전시를 허가했다. 작품으로써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작품을 만든 홍 씨는 이날 “작품을 훼손하는 것도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하지만, 그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며 “의도에 대한 마녀사냥식 비판, 거짓된 정보들, 그리고 작품을 훼손하는 행위도 일베가 하는 것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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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익 기자 msjs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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