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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일 오후 서울 서초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서 열린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11명 인신구제청구 기자회견에서 천낙붕 변호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6.5.24 ⓒ 연합뉴스 | ||
Ⅰ. 서언
인신보호법은 2007. 12. 21. 제정되어 2008. 6. 22. 부터 시행되었다. 입법 당시 주로 예상한 것은 개인이 지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잡아다가 10년, 20년씩 노역시키는 경우도 있고 정신병자나 부랑아로 시설에 구금시키는 등의 사례, 전염병 예방을 위한 격리, 정신보건법상의 강제입원 등의 사례를 예상했고, 실제 위 법 시행후 1년 6개월간의 통계에 의하면 90% 이상이 정신의료기관에 강제입원된 환자가 병원장을 상대로 하여 인신보호법상의 구제청구를 한 것으로 나타나 당초 입법 의도에 맞는 적용이 이루어져 왔다.
그런데, 지난 4월 중국내 북한 식당을 탈출해 대한민국에 입국한 여종업원 12명에 대하여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탈북자 기본권 보장을 위하여” 인신보호법상 구제청구를 했다고 하면서 이로 인한 “(탈북여성) 가족 안위는 정부가 책임질 문제”라고 주장하면서 “이들도 자의로 탈북했다면 어느 정도 감수했을 것”이라고 발언했다고 보도되었다. 민변 소속 변호사들은 탈북여성의 가족들로부터 위임장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인신보호법상의 구제청구를 했고 2016. 6. 21. 서울중앙지법 형사 32단독 이영제 판사가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이판사가 인신보호법 제10조 제2항에 의거하여 탈북여성들에게 소환장을 발부했으나 수용자인 국정원 대리인 변호사는 탈북여성들이 심문기일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하였고 출석할 경우 북한에 있는 가족들의 신변이 위험해 질 수 있으므로 향후에도 출석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국정원 대리인 변호사들은 민변 변호사들의 대리권의 적법성 여부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였고 이영제 판사는 북한 가족들이 위임장 작성시 촬영한 동영상 및 위임장 원본을 제출할 것을 명하고 인신보호법상으로 탈북여성의 출석이 필수적인 것이 아니므로 심문을 종료하려 하였으나 민변 변호사들은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낸 상태이다.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당초 입법 당시 사용되리라고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사안에 대하여 인신보호청구를 함으로써 그러한 행위가 인도적 견지에서 인권 보호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었고 실제 탈북 여종업원들과 동병상련의 처지에 있는 탈북민들은 이에 대하여 격렬히 항의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북한 서세평 대사는 지난 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32차 유엔인 권이사회 ‘인권 보호와 증진에 관한 일반 토의’에서 한국 정보원들이 북한 종업원들을 납치했다면서 인권침해 주장을 하면서 북한 여종업원들이 외부 세계와 접촉이 단절된 채 표현의 자유 권리와 법률적 보호를 거부당하고 있다고 주장하였으나 김인철 대사는 “북한 종업원들이 자유 의사에 따라 한국에 입국했고 한국 정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이들을 수용했고 이러한 북한 종업원들의 탈출은 북한 해외 노동자들이 직장에서 탈출하는 것 이외 다른 방법이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면서 북한노동자들이 탈출하는 이유에 대하여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요구하였다. 이런 상황 하에서 민변의 인신보호법상 구제청구가 과연 인도적 견지에서 용납될 수 있는 것인지, 인신보호법상 적법요건에는 맞는 것인지 많은 비판이 있다.
Ⅱ. 인도적 견지에서 본 이 사건 청구의 위법 부당성
민변의 이 건 인신보호법상 구제청구는 인권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탈북민들과 북한 잔류 가족들에게 심각한 생명, 신체상의 위협을 가하는 인권 침해이다.
북한 체제는 유엔총회가 2014년 및 2015년 광범위하고 체계적이며 조직적인 인권 유린이 자행되고 있다고 규탄하면서 2년 연속 북한 인권 상황 및 그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라는 결의안을 통과시킬 정도로 인권보장이 되지 않는 나라이고, 21세기 유례를 찾기 힘든 전체주의 체제이다. 북한 체제는 핵개발로 인한 갈등이 고조되면서 경제 제재가 강화되는 가운데 체제 유지를 위하여 탈북자의 가족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하고 있고 자의에 의한 탈북이 확인되는 경우 기존의 사는 곳에서 산골이나 수용소로 추방되거나 그렇지 않다 하여도 도청, 미행 등 심한 감시를 당하고 언제 처형될지 모르는 불안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 많은 매체의 보도와 탈북민의 증언으로 확인되고 있다.
북한을 탈출했다가 강제북송되는 경우 처형되거나 수용소로 보내지며, 일부 선전용 가치가 있으면 이를 활용하다가 그 활용용도가 다하면 비슷한 운명을 맞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탈북자들의 증언 역시 그러한 보도를 뒷받침하고 있다. 실제 2013년 5월 라오스에서 강제북송된 탈북 청소년 9명 중 2명은 처형, 7명은 수용소로 감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민변의 이번 인신보호법상 구제청구는 탈북여종업원들에게 너의 목숨을 내놓거나 가족의 목숨을 내놓으라는 무시무시한 협박으로 비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탈북민들을 만나 들어보면, 그들이 느끼는 분노와 공포심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살아온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깊고 강하다.
민변의 이번 구제청구는 인권을 보호해야 할 변호사들이 표현의 자유 등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인신보호법상 구제청구의 보호대상인 탈북민들의 생명과 자유를 위협하는 인권 탄압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변협이 추천한 박영식 인권보호관이 직접 탈북여종업원들을 만나 그들이 자의에 반하여 감금되거나 수용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확인하여 주었음에도 자의에 반하는 감금 주장(사실상 북한의 납치 주장과 다를 바 없다)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증거도 없이 북한 당국의 납치 주장에 동조하는 이 건 청구는 맹백히 북한 당국의 압력을 전달하는 통로로 악용되고 있으며 이러한 현실에 대한민국의 변호사들이 관여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Ⅲ. 인신보호법과 이 사건 청구의 위법성
1. 민변 변호사들의 대리권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고 본다
인신보호법상 구제청구권자는 “피수용자”, 그 법정대리인, 후견인, 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 동거인, 고용주 또는 수용시설 종사자도 포함된다. 이는 통상적으로 이 법의 적용대상이 정신병자, 행려병자 또는 윤락녀와 같이 자신의 의사표현을 제대로 하기 어렵거나 또는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수용될 개연성이 비교적 높다고 생각되는 이들을 위하여 구제청구권자를 피수용자 이외의 자들에게까지 비교적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심지어 2010. 6. 10.개정으로 수용시설 종사자도 포함시켰다).
그런데, 이 사건과 같이 구제청구서에 형식상 “피수용자”로 기재된 탈북종업원들과 같이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표현할 수 있는 자들이 인신보호법상의 구제청구심사를 명백히 거부하는 경우, 게다가 그 거부 사유가 당해 절차에서 보호대상인 “피수용자”가 자신 또는 가족의 생명,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주장하는 경우에도, 법률 문언상 청구권자인 가족들의 위임이 있었다고 하여 이 사건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기본적인 법의 정신이나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 인신보호법상 “피수용자” 이외에 가족 등에게도 구제청구권을 인정하였다고 하여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피수용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다는 것 및 “피수용자”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 사건과 같이 당해 구제청구의 대상자인 탈북여종업원들이 이 건 인신보호구제청구심판을 거부하고 있고 북한 전체주의 정권의 성격 및 그 체제하에 볼모로 있는 가족들의 안위를 생각하면 이 절차를 거부 하는 것이 탈북여종업원들의 이익에도 명백히 부합된다.
이런 상황에서 가족들의 대리권을 주장하는 것은 기본적인 법의 정신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또, 민변 변호사들은 북한의 가족으로부터 위임장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것이 과연 가족들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하여 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 지 심히 의문이다. 민변은 2016. 5. 16.경 탈북 여종업원들의 가족들은 민변 장경욱 변호사 앞으로 위임장을 보내달라고 했고 그 다음날인 5. 17. 재미 종북매체인 민족통신 노길남은 평양에서 종업원 가족들을 만나 위임한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촬영하고 5. 18. 칭화대 정기열 교수가 평양을 방문하여 가족들이 작성하였다는 위임장을 받았다고 한다.
북한 전체주의 정권이 이미 납치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체제하의 주민이 자유로운 의사를 표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의문이다. 전체주의 체제의 정점인 김정은이 납치라고 규정한 상황에서 그 가족에게 어떤 자유가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인신보호법상의 구제청구권자인 가족의 진정한 의사로 인정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2. 탈북여종업원들은 인신보호법상의 ‘피수용자’가 아니므로, 이 건 구제청구는 각하되어야 한다.
인신보호법상 “피수용자”는 자유로운 의사에 반하여 의료시설, 복지시설, 보호시설(이하, 수용시설)에 수용, 보호 또는 감금되어 있는 자를 말하며, 자의에 기하여 수용시설에 입소하여 머무르고 있는 자는 “피수용자”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구제청구를 각하하여야 한다.
탈북민이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탈북민지원법)에 기한 보호를 받으려면 재외공관이나 그 밖의 행정기관의 장(각급 부대의 장을 포함)에게 직접 보호신청을 하여야 한다고 하여 보호절차의 개시가 자의(自意)에 기하여 시작되는 것임을 분명하게 하고 있다(동법 제7조 제1항). 탈북여종업원들 역시 자신이 자의로 작성한 보호신청서에 기하여 이 건 보호가 시작되었으므로 보호절차의 시작단계에서부터 자의에 기한 것이었다.
한편, 변협이 추천한 인권보호관 박영식 변호사가 수 차례 탈북여종업원들을 만났고 그들이 인신보호법상 구제청구를 원하지 않으며 대학 진학을 위해 자기소개서 작성법, 영어공부를 하는 등의 보호를 받고 있고 조용하게 대한민국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기를 원하다고 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비추어 보면, 탈북여종업원들이 수용시설에 입소할 때나 지금이나 그 장소에 머무는 것이 자의에 반하는 것이 아니므로 인신보호법상의 “피수용자”가 아니다.
인신보호법상 심문기일에는 구제청구의 대상인 피수용자를 심문기일에 반드시 소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동법 제10조 제2항), 그 법 자체에서 재판장이 피수용자가 자의에 반하여 수용시설에 감금되어 있는 것인지를 그 피용자를 직접 심문해서 확인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인신보호법의 규정과 위에서 본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건 구제청구는 서면심리만으로도 더 이상 심리하지 말고 각하시켜야 할 사안이다.
3. 이 건 인신보호법상 구제청구는 보충성의 요건을 결여하였으므로 각하되어야 한다.
인신보호법 제6조는 다른 법률의 구제절차에 따른 구제를 받을 수 있음이 명백한 때에는 법원이 결정으로 각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제6조 제1항 3호),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상당한 기간 내 그 법률에 따른 구제를 받을 수 없음이 명백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탈북민지원법 제7조, 제8조, 동법 시행령 제12조, 제13조, 제14조, 제15조에 따르면, 국정원장은 통일부장관에게 통보하기 전 임시 보호 처분 또는 그 밖의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고 일정한 경우 직접 보호결정을 할 수 있고, 국정원장이 직접 보호결정을 하는 사안 이외에는 통일부장관이 보호결정을 하도록 하고 있다. 위 법 제32조는 이 법에 따른 보호 및 지원에 대한 처분에 대하여 이의가 있는 보호대상자는 처분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 통일부장관에게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통일부장관은 이의신청을 받은 경우 지체없이 검토하여 위법 부당한 경우 그 시정이나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임시보호처분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의견이 갈릴 수는 있다고 생각되지만 법 제32조에 국정원장의 처분을 제외하고 있지 않으므로 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인신보호법의 제정 과정에서 인신보호청구 대상을 열거주의에서 포괄주의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법무부가 보충성의 요건을 강하게 제기하였고, 법사위 소속 국회의원들의 논의 과정에서도 다른 법률의 구제수단이 있는 경우에는 인신보호법의 적용을 하지 않는 것으로 한 것으로 판단된다. 견해에 따라서는 다른 법률에서의 구제수단이 있는 경우를 영장 등의 경우와 같은 정도로 법관의 관여가 있는 경우의 의미로 해석하기도 하나 국회의 입법 과정에서 논의한 입법자의 의사에 배치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국회법사위 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영미 및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고 법무부의 의견을 들어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없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Ⅳ. 결어
민변의 이번 인신보호청구는 인권 보호를 내세우고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유엔에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인권유린 국가로 규탄한 북한의 선전에 동조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구제청구를 한 민변 변호사 스스로 “이들도 자의로 탈북했다면 (가족들의 불이익은) 어느 정도 예상했을 것”이라고 하여 탈북여종업원들이 법정에서 공개적으로 자의로 탈북했다고 한다면 북한에 볼모로 잡힌 가족들이 탄압을 받을 것을 알고 있다. 북한 전체주의 정권이 가족을 인질로 잡고 탈북 여종업원과 그 가족의 생명,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을 위협하는 행위에 민변 변호사들이 본의든 아니든 협력하는 결과가 되는 것에 심각하게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 인신보호법상의 구제청구를 한 민변 변호사들은 자신들이 탈북민들 사회에 어떤 고통을 가하고 있는지를 깊이 생각하고 이 건 청구를 취하하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출처: 바른사회시민회의 (http://www.cub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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