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탈북자의 법적 지위와 안전의 보장
1. 헌법 제3조와 탈북자의 헌법상 지위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의 의미 내지 헌법 제4조와의 관계에 대해서 많은 논란이 있지만, 헌법재판소는 양 조문을 조화롭게 해석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12)
이를 위하여는 먼저 남북한 관계의 특수성이 인식되어야 한다. 남북한의 관계는 일반적인 국내관계와도 다르고 그렇다고 일반적인 국제관계와도 다른, 말하자면 현재로서는 분단되어 있지만 통일을 지향하고 있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한은 대내적 관계와 대외적 관계에서 미묘한 복잡성을 보인다.
헌법 제3조의 규정에 따라 대내적으로는(즉 대한민국의 국내법상) 북한이 독립된 주권국가가 아닌 불법집단으로 인정된다. 그렇게 보지 않는다면 북한과의 접촉 등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국가보안법 등의 헌법적 근거가 상실될 것이다. 그러나 대외적으로 북한이 국제법주체로 활동하고 있다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적어도 대외적으로는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여야 한다.
이러헌 헌법 제3조의 의미는 탈북자의 법적 지위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현실적 의미를 갖는다. 헌법 제3조에 근거하여 탈북자가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될수 있기 때문이다.13)
2. 탈북자의 안전보장 및 정착지원의 필요성
남북한의 관계는 매우 미묘하다. 한편으로는 통일을 지향하는 동반자의 관계라는 측면을 가지고 있는가 하면, 과거 전쟁을 치렀고 현재에도 전쟁이 완전히 종료되지 않은 상태로 적대적 대립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탈북자들의 지위가 매우 불안정하고, 특히 중국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의 인권이 매우열악한 상황에 있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탈북자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의 필요성과 정당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이다.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외국 정부 또는 불법집단에 의해 신변의 위협을 겪고 있는 상태에서 우리 정부가 이를 방치할 경우에는 정부가 국민의 보호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의무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기 때문이다.14)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적지 않는 논란이 있었다. 법적으로 명백히 우리 국민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남한 주민과 북한 주민을 달리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의 경우는 몰라도 외국, 특히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자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에는 외교적 마찰의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기도 했다.15)
문제는 이러한 정부의 태도로 인하여 탈북자의 인권침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대되었다는 점이며, 이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에 대해서는 –사안의 특성상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다지 알려진 바 없다. 결국 탈북자, 특히 중국에 거주하는 탈북자는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며,16) 설령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라 하더라도 입국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들의 신원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것은 탈북자 본인뿐만 아니라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심각한 위해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밖에 탈북자들이 남한 사회에 적응하는 것도 결코 간단하지 않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더욱이 정치적 체제의 상이점뿐만 아니라 경제구조의 차이, 사회문화적 격차로 인한 충격
등을 극복하기 위해서 정부 차원의, 나아가 사회 전체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3. 현행법상 탈북자의 법적 지위에 관한 보장의 불충분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상 탈북자의 법적 지위 및 이들에 대한 지원법제는 결코 충분히 갖추어져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탈북자의 지원에 관한 기본법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17)은 중국 등에 거주하는 탈북자에 대해서는 제4조 제2항에서 “대한민국은 외국에 체류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지원 등을 위하여 외교적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는 원칙적 규정만을 두고 있을 뿐이며, 대부분의 조항들은 국내 입국한 탈북자들에 대한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법률에 의한 탈북자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은 제10조 이하의 정착지원시설에 관한 규정들, 제13조의 학력 인정, 제14조의 자격 인정, 제15조와 제15조의2의 사회적응교육 등, 제16조의 직업훈련, 제17조의 취업보호 등, 제17조의3의 영농 정착지원, 제17조의4의 세제혜택, 제18조의 특별임용, 제20조 주거지원 등, 제21조 정착금 등의 지급, 제22조 정착자산형성의 지원, 제24조 교육지원, 제25조 의료급여 등, 제26조 생활보호 등에 한정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지원이 적은 것이라고만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과거 탈북자들의 국내 정착과정에 대한 평가에 비추어볼 때 충분하고 효율적인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특히 탈북자들의 신원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노출된 경우에 그로 인한 불이익의 문제들도 가볍게 여길 것은 아니다.18)
탈북자의 인권 문제는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뿐만 아니라 중국 등 외국에 거주하는 탈북자의 인권 문제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의 마련으로 확장되어야 하며, 국내 입국한 탈북자의 경우에도 마치 다문화가정의 문제와 유사하게 사회적⋅문화적 충격에 대한 극복을 중심으로 재조정될 필요가 있다.19) 단순히 생존의 문제 내지 경제적 자립의 문제로만 축소시켜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2) 헌재 1997.1.16 92헌바6등 결정도 이러한 고민 속에서 내려진 것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이 판례에서 헌법재판소는 “현단계에 있어서의 북한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임과 동시에 대남적화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전복을 획책하고 있는 반국가단체라는 성격도 함께 갖고 있음이 엄연한 현실인 점”을 인정함으로써 양 측면을 동시에 고려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13) 대법원의 판례도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의 국적을 당연히 갖는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1996.11.12. 선고96누1221 판결).
14) 과거 소말리아 해적에 의해 우리 국민들이 위해를 입었을 때, 아덴만의 여명 작전을 통해 우리 군이 개입하여국민들을 구한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명백한 것이다.
15) 이와 관련하여 대한민국 정부의 탈북자 문제와 관련한 외교기조를 조용한 외교에서 적극적 외교로 바꾸어야한다는 주장들이 적지 않았다. 이에 관하여는 고성준⋅고경민⋅김일기, 재중 탈북자 문제와 한국 정부의 정책:“조용한 외교”와 “적극적 외교” 사이에서, 한국동북아논총 제67권(2013), 241-260쪽 참조.
16) 중국 내 탈북자들의 인권상황에 관하여는 김강녕, 제2장 탈북자의 인권침해실태와 보호방안, 통일전략 제6권 제1호(2006.8), 41-85쪽; 김수암, 탈북자의 현황 및 인권, JPI정책포럼 2010-30 (2010.10), 1-14쪽 참조.
17) 오랜 표류 끝에 2016년 3월 3일 북한인권법이 제정(시행일은 2016.9.4.)되었으나 이 법률은 북한주민의 인권보호에 관한 원칙적인 조항들을 두고 있을 뿐이고, 탈북자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기본법은 여전히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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