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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정치적 통합의 가능성 (대학부 : 장려상) 김승용장려상-대학부 ● 김승용 동국대학교
  • 블루투데이
  • 승인 2012.09.11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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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통합의 가능성

장려상-대학부 김승용 동국대학교

1.

우리나라 정치 발전사에서 진보는 종북세력과 땔 수 없는 사이였다. 종북세력은 곧 좌파였고, 좌파는 곧 진보세력과 동의어나 다름없었다. 이 도식은 지금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라고 생각한다. 레드컴플렉스는 곳곳에서 우리 사회의 창조적이고 건전한 비판을 묵살하는 주요 수단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좌파와 우파는 양립불가능하고, 양자가 서로를 적대시하는 풍토가 팽배해 있는 것도 이러한 영향에서 비롯되었다.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의식은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적 구분을 극복하고 더욱 창조적인 발전을 이룩해야 한다는 것이다
. 진보의 그늘은 문제의식을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단추를 꿰매는 작업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진보의 그늘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종북세력의 활동들을 분석하면서 종북세력 자체를 이해하는 작업이 선행된다면 그들에 대한 맹목적 비판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비판을 통해 주체사상 자체의 무의미함을 인지하도록 만들 수 있다.

여기에서 종북세력은 대화상대 자체가 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지만
진보의 그늘에서 보여지는 몇몇 사례들은 종북세력이 비합리적이고 광신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이론과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 역사의 발전과정이 진리가 드러나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종북세력들의 주장들과 논리 역시 무너질 수밖에 없는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진보와 종북세력을 구분하는 작업은 이분법적 사고에 가져온 폐해를 극복하는 여정의 첫걸음이다
. 진보와 종북세력을 구분한다면 건전한 진보세력들과 공통된 기반 위에서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동일한 토대와 전제 위에서 대한민국 사회의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더 이상 양립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보수와 진보가 대한민국 정치를 이끌어가는 축으로 기능한다면 한국사회는 정치적으로는 대립의 시대에서 상생의 시대로 밝은 미래를 만들어 낼 것이고, 북한과의 평화적 통일에서는 중요한 장애물로 작용했던 남남갈등역시 건전한 해결방안이 모색될 것이다.

2.

비교적 최근에 이르기까지 종북은 진보의 그늘아래에서 증식과정을 계속했다. 동구권이 몰락하고 난 이후에도 종북세력은 시대의 흐름을 인지하지 못하고 북한을 이상사회로 여기거나 주체사상을 기존 공산주의를 대체하는 이념이라고 인식하였다.

그들이 수많
은 정황증거를 목도했음에도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으로 계속 남아있을 수 있는 요인은 그들 자신의 편협한 인식이 일차적이지만 이차적으로는 레드컴플렉스로 대표되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이 계속 우리 사회를 지배했기 때문이다.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고 참과 거짓
이라는 이분법적사유는 양립가능성과 통합의 가능성을 처음부터 배제시키고 상대방의 주장은 전적으로 거짓말이라고 받아들이게 하였다. 몇 년 전 발생한 천안함 사건역시 수많은 정황증거들이 포착되었음에도 몇몇 사람들에게 아직까지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 기인한다.

진실을 외면하는 종북세력의 심리적 기반에는 우리 사회에 뿌
리박힌 이분법적 사유가 자리 잡고있다. 그들의 인식을 변화시킬 가능성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민혁당> 사건의 주요 인물이었던 김영환의 경우를 살펴보면 종북세력이 대화 자체가 불가능한 비합리적 집단이 아니라는 근거를 발견할 수 있다. 김영환은 <조선노동당>에 입당하고 지하당을 조직하고 운영할만큼 남한 종북세력의 중심으로 활동했는데, 북한을 방문하고 실상을 확인하면서 북한과의 연대를 끊고 <민혁당>을 해체시키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그 이후에도 몇몇 조직들이 계속 종북활동을 이어갔지만
<민혁당> 해체는 종북세력에게 치명타나 다름없었다. 종북세력이 만일 광신적 집단이었다면 이와 같은 내부 변화는 이뤄질 수 없었을 것이다. 김영환의 사례를 통해 북한 사회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종북세력들의 인식을 바꾸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1990년대 중반 북한에서 발생한 엄청난 기근은 이후 종북세력이 급속하게 약화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북한 사회가 얼마나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인지 확인하면서 주체사상과 종북이 스스로 생명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따라서 종북세력에 대한 맹목적 비판 보다는 그 자체를 이해하고 무의미함을 알려주는 작업이야 말로 더욱 합리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변화의 추이 역시 이러한 접근에 설득력을 실어준다
. 1980년대 대학가에서 주체사상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것은 자유진영과 공산진영 사이에 대립과 체제경쟁이계속되었던 외부적 요인과 정부를 비판하는 것 자체를 묵살하는 경직된 사회구조 때문이다. 그런데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동구권이 붕괴되고 소련이 해체되면서 체제경쟁은 종식하였고 군부정권이 몰락하고 문민정부를 시작으로 민주주의적 질서가 한국사회에 자리 잡으면서 시민의식과 한국사회가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지금은 주체사상의 무
의미성을 시민들이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시민의식이 과거에 비해 성숙해졌다. 1994년 김일성의 사망에 몇몇 종북세력들이 조화를 보내거나 조문을 갔었던 사실과 김정일의 죽음을 맞이하는 한국 사회의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종북세력이 땅을 딛고 설 자리는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스스로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종북세력 자체를 이해하
고 설득하는 과정이 이루어진다면 숙청과 탄압의 역사로 점철된 대한민국 정치발전사에서 커다란 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3.

이분법적 사유를 극복하는 방안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통한 합리적 접근과 함께 한국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의 토대 위에서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야 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이분법적 사유에서는 건전하고 비판적인 진보진영과 종북세력이 하나의 정치세력처럼 여겨졌기 때문에 대화 자체가 불가능했다.

대화와 소통은 동일한 전제의 기반 위에
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분법적 사고에서는 동일한 전제를 공유할 것이라는 가능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 나아가서 여러 가지 정황들을 단일한 프레임으로만 인식하기 때문에 사태를 파악하는 시야도 좁아진다.

그래서 진보적 지식인들 중에서도 건전한 비판을 가하는 사람들조차 종북세력으로 매도해 창조적 발전을 저해하기도 하였
. 그들의 좌파이론 역시 정치철학적으로도 비판이론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좌파담론 자체를 매장하고 악()으로 간주한다면 그만큼 우리 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도 줄어들 것이다.

이들 건전한 진보적 비판은 기존 종북세력과 구분하여 바라봐야 하며
, 정치적 공론장의 참여주체로 인정해야 한다.건전한 진보지식인이라면 북한의 인권문제를 두고 종북세력들처럼 외면하거나 논점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반민주적 행태라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진보와 보수 모두 민주주의적 질서와 가치를 이념의 기초로 삼고 있으므로 북한의 반민주적 행태와 부패하고 전근대적 통치는 민주주의적 이념에 위배되는 행동이다.

북한을 두고 발생하고 있는 남남갈등
(南南葛藤)은 통일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을 바라보는 인식 자체가 균일하지 않다보니 통일을 이룩하는 과정 역시 일치점을 찾지 못하고 끊임없는 갈등 속에서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계속 변화하
는 대북정책 역시 남남갈등에서 비롯되었다. 건전한 안보의식을 전제하는 모든세력과 연대하고 북한에 대한 이해를 동일한 전제 위에서 고민하고 대화를 시도한다면 남남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

4.

지금까지 진보의 그늘이 가져온 함의를 정치철학적으로 분석해보았다.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이분법의 사고과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대립을 거듭했다. 종북세력에 대한 역사적 이해를 시도한 진보의 그늘은 대립을 해소하고 공통된 전제 위에서 대화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북한 사회에 대한 이해가 더욱 증진되어가고 있으며 민주주의적 가치가 확산되어 가고 있는 와중에 있기 때문에 대화의 가능성이 가지는 정치적 의미는 더욱 가치 있다
.

그러므
로 종북세력을 그 자체로 분석하고자 하는 시도는 곧 대화의 지평을 넓혀주는 시도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서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향해 가는 초석을 마련하는 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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