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의 그늘』 독후감
장려상-중고등부 ● 이재찬 숭문고등학교 3학년
교무실을 지나가다가 응모 포스터를 보았다. 평소 이런 분야에 관심이 많았기에 즉시응모하기로 마음먹었다. 포스터를 찬찬히 뜯어보니, 표지에 있는 ‘지하혁명조직’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지하혁명조직이라면 공산주의, 사회주의화를 위해 지하에서 은밀히 활동하는 조직이다. 나는 이 단어를 보자마자 <태백산맥>의 염상진 패거리를 떠올렸다.
의문이 들었다. <태백산맥>의 배경은 1949년으로, 60년도 더 된 일이다. 다른 혁명조직들도 얼추 비슷한 시대에만 활동했을 것이다. 머나 먼 과거의 잔재가, 지금의 진보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일까? 왜 지하혁명조직을 다룬 책의 이름이 『진보의 그늘』인 것일까? 지하혁명조직 옆에 붙은 단어도 내 눈길을 잡아끌었다. ‘~과 북한.’ 북한과는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책을 읽으면서야 나는 하나씩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고, 의문에 대한 답을 알 수 있었다.
제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이석기 의원. 이 의원은<민혁당>(민족민주혁명당)이라는 지하혁명조직의 일원이었다. 이석기 씨가 몸담은 <민혁당>은 핵심 인사만100명에 영향권 안에 있었던 사람도 적게는 수천, 많으면 1만 명까지 된다고 한다.
엄청난 숫자다. 그야말로 ‘종북의 메카’다. 이 지하당에서 이석기 씨는 넘버 5의 고위직이었고, 2년 6개월 형을 선고받고 수감 됐다. 그런데 전향도 하지 않고 사면복권을 받았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그는 국정을 담당하는 국회의원이 되었다. 이 의원 때문에 대한민국은 종북(從北) 논란에 휩싸였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근간을 부정하고 악마의 교리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자(전향하지 않았으니)를 국회의원에 올려놓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의문에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진보’ 측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색깔론이다.’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나 볼법한 구시대적인 진영 논리다.’ 심지어는 ‘사법살인이다.’는 말도 나왔다. 나는 여기서 전율했다. 누구 때문에 그런 말이나왔는지도 모른단 말인가?
대한민국은 건국 이래 최대의 적화 통일위기를 맞고 있다. 차라리 무장공비가 내려왔다면 괜찮겠다. 보이는 족족 처단할 수 있으니. 하지만 이들처럼 합법적으로 역적 행위를 하는 자들은 함부로 척결할 수도 없다. 이들은 진보라는 이름 아래, 민주주의라는 이름 아래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명확한 실체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이들을 가만히 내버려두었다가는 반드시 우리나라는 멸망한다.
저 붉은 무리들이 대한민국의 강토를 시뻘겋게 물들이고 말 것이다. 월남의 패망 교훈을 생각해보라. 부정부패와 무능함도 큰 이유지만, 첫째가는 패망 원인을 꼽으라면 ‘내부의 적’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민을 선동하는 무리들 때문에 안보의식이 사라졌고 그 사이로 월맹이 비집고 들어와 결국 멸망했다. 이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종북의 실체를 잘 알아야 한다.
우선 적을 아는 것부터 모든 일이 시작된다. 그 실마리를 『진보의 그늘』에서 얻을 수 있었다. <민혁당>은 공안과 사법의 공세에 공식적으로는 사라졌다. 그러나 이들은 주체사상과 종북 정신을 버리지 못했다. 이 자들을 구심점으로 생겨난 것이 <민주노동당>이다. <민주노동당>은 2011년, 총선 대약진을 위해 여러 좌파 세력을 끌어들여 <통합진보당>을 창설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계 세력이 주가 되다보니, <통합진보당>의 성향도 종북, 주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통합진보당>은 과거 <민혁당> 세력의 보금자리인 것이다. 이렇듯 현재의 종북 세력을 알기 위해서는과거 지하혁명조직에 눈길을 돌릴 필요가 있다. 지하조직은 언제나 종북, 주사를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진보의 그늘』은 지하혁명조직의 흐름을 정연하게 훑어나간다. 1부는 1990~2000년대의혁명조직을, 2부는 1960~1970년대의 혁명조직을 다루었다. 각 시대는 여러 가지 혁명 조직으로 분류된다. 1부에선 <민혁당>, <중부지역당>, <구국전위>, <일심회>, 2부는 <통혁당>, <인혁당>, <남민전>으로 구성된다. 이 점이 내 마음에 들었는데, 전체적인 맥락에서 섞어 서술할 경우에는 많은 개념이 한꺼번에 튀어나와 혼동하기 쉽다. 이렇게 파트가 분류되어 있어, 이해하기도 쉽고 하나하나 확실히 알아갈 수 있었다.
1960~1970년대의 지하혁명조직은 민주화 세력으로 둔갑해서 활동했다. 민주화 세력에서 엇나가 사회주의를 신봉하게 된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이들은 독재의 그늘이 다가올 때마다 터져 나온 민주화 요구에 슬쩍 끼어들어 같이 독재 타도를 외쳤다. 민주화 인사들과 뜻하는 바는 같았지만, 목적은 나라를 적화하려는 데 있었다. 반공군사정부가 버티고 있다면 그들의 공산/사회화 목적은 공염불에 그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극점에 서 있는 사회주의를 위해 민주화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가증스러우리만큼 모순적이고, 우습기도 하다. 시간은 흘러 1980~1990년도부터 지하혁명조직은 더욱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른다. 이들이 주체사상을 신봉하기 시작한 것이다. <민혁당>의 강령만 봐도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본격적으로 종북의 길로 들어섰다.
故 황장엽 선생이 말씀하시기를 김일성대학 2학년만 되어도 주체사상의 모순을 깨닫는다는데 우리나라 지하혁명조직 세력은 어떻게 된 건지 안타깝기만 했다. 인민 굶겨 죽이는 독재 정권을 정당화하는 이념을 어떻게 신봉할 생각을 했을까? 나로서는 모르겠고 이해하지도 못하겠다.
그런데 이런 악마의 교리 신봉자들이 자생적, 독자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을 깨닫고 큰 충격을 받았다. 나는 북한 정권이 공작원이나 간첩을 보내 주체사상을 전파하여, 사회, 공산화 투쟁을 하던 사람들이 혹해서 넘어간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1985년부터 김영환 씨가 강철이라는 이름으로 운동권 내에 주체사상을 설파하면서부터 퍼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지금까지도 설치며 나라를 안에서부터 망치는 사상을 우리나라 사람이 들여왔다. 게다가 김영환 씨는 주체사상을 주체사상 비판서로 공부했고, 지금은 북한 민주화 운동을 하고 있다고 하니 아이러니함에 충격이 배가 됐다. 이외에도 이 부분은 내게 충격을 많이 주었다. <일심회> 사건도 그렇다. 이 사건은 2006년에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6년밖에 안 됐다. 이렇게 최근까지 지하혁명조직이 설쳤다. 여기까지 읽고 나서야 나는 이 책의 제목을 실감했다. 『진보의 그늘』. 지하혁명조직은 1940~1950년대에나 볼 수 있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언제고 나라가 뒤집어지는 소위 ‘혁명의 때’를 기다리며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진보라는 나무를 말려 죽이는 시커먼 그늘임에 틀림이 없다.
책을 따라 지하혁명조직의 실체와 진상을 알아가다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동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들은 암(暗)적이고 암(癌)적이다. 저자는 객관적으로 역사만 서술하고 있을 뿐이지만,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든다. 아주 적나라하고 자세하게 지하조직들을 폭로했기 때문이다.
지하조직들은 예나 지금이나 진보와 민주주의의 뒤에 숨어서 활동한다. 자신을 포장한뒤, 은밀하고 비밀스럽게 자신들의 사상을 널리 퍼뜨린다. 물론 진짜 주체사상이나 종북 사상은 의심을 받게 마련이므로, 약간 희석시켜서 국민들을 세뇌시킨다. 희석액은 ‘진보’ ‘민주’ ‘민족’ ‘평화’ ‘통일’ ‘자주’ 같은 듣기만 해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그럴듯한 것들로 준비한다.
이 사상을 들은 국민들은 민주, 민족 등 우리의 감성을 울리는 단어에 감동을 받고 이들 사상에 빠져든다. 그러나 이것들은 전부 적화통일에다 옷을 입힌 것이나 다름없다. <통혁당>은 <통일혁명당>의 준말이고 <남민전>은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의 준말이다. 이 두 사례만 봐도 열거한 위의 고결한 단어들이 얼마나 악용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 그럴듯한 겉모습의 장막 아래 어둠에는 적화를 목적으로 하는 자들이 도사리고 있다. 그렇기에 이들은 암(暗)적이다.
암(癌)적이라는 것은 지하혁명조직은 정말 암세포 같다는 뜻이다. 암세포처럼 번식력이 왕성해서 정상세포들을 끌어들여 몸을 순조롭게 장악해 나간다. 김성주는 이 원리를 잘 알고 있어서 이렇게 말했다. ‘주체사상으로 1천명만 무장시키면 총 한 방 쏘지 않고도 남조선을 해방시킬 수 있다.’ 그런 말을 왜 했겠는가? 주체사상으로 무장한 이들은 민족이니 민주니 허울 좋은 단어들을 남발해 가며 국민들을 선동하고 대적관을 약화시킬 테고, 주체사상을 다른 이들에게도 퍼뜨려 그들도 주사파로 만들 것이다.
국가기밀을 넘겨주는 건 물론이다. 그렇게 하면 우리나라는 안에서부터 무너진다. 이것만으로도 나라 안보에 치명적인데,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북한과 연관까지 맺었다. 포스터를 보고 떠올랐던 의문, 북한과는 무슨 연관관계가 있을까?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알 수 있었다. <통혁당> 사건 때는 허봉학이 북한에서 남파되었다. <남민전>은 북한의 적화노선을 추종했다. <중부지역당>은 아예 <조선노동당>의 지부고,<민혁당>은 공작암호까지 받아 활동했다. 결국 어떤 식으로든 우리의 주적을 신봉하고 연계를 맺어 활동했다. 이들을 척결하지 않고 있다가는 온 몸은 암세포로 뒤덮여 정상세포는 남아나지 않을 것이고 최후를 맞게 될 것이다. 전신이 암 덩어리라 절단해도 소용이 없게 될 것이다.
책의 마지막장을 덮고 나는 생각에 잠겼다.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두 가지 감정은 확실했다. 하나는 일종의 반성이다. 요즈음의 종북 사태를 보면서 나는 종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을 불태웠지만 어떻게 이들을 척결하여 국가 안보를 반석처럼 튼튼히 해야 할 지는 전혀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그저 말로만 ‘척결해야지’ ‘처단해야지’ 중얼거렸던 것이다. 종북에 대해 분노에 찬 말을 내뱉는다고 그들이 마음을 고쳐먹겠는가? 지하혁명조직 활동을 그만두고 갑작스레 전향이라도 하겠는가? 나는 그동안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했다. 앞으로는 『진보의 그늘』과 같이 이들의 뿌리와 특징, 이념논리를 지적한 책을 많이 탐독하여 실효가 있는 대책을, 이성적으로 그들을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을 세워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얼핏 엿볼 수 있었던 희망의 여운이다. 이렇게 우리 사회 곳곳에서 암약하는 지하조직을 폭로하여 그들을 간파해낼 수 있도록 돕는 책이 나왔다. 이 책을 읽어 자유민주주의의 적들의 진상을 알아낸다면 그들을 막아내고, 그들로부터 승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자유의 승리로 이어지는 발걸음으로, 『진보의 그늘』을 걷어낸 손길로 먼 훗날까지 기억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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