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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진보의 그늘』 독후감 (대학부 : 우수상) 류재민우수상-대학부 ● 류재민 고려대학교
  • 블루투데이
  • 승인 2012.09.1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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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그늘』 독후감

우수상-대학부 류재민 고려대학교

혁명이라는 말은 누구에게나 가슴 벅찬 단어다. 내 손으로, 내 힘으로, 내가 믿는 동지들과 세상을 바꾸고 역사를 이루는 일만큼 사람에게 매력적인 일은 또한 없을 것이. 특히나 젊은 날의 혁명에 대한 꿈은 누구에게나 커다란 낭만이다.

정의에 대한 어렴풋한 감정들로 사회를 짓누르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어른들과 기득권에게 저항하고 진정한 정의가 무엇인지 보여 주겠다는 신념, 그리하여 내가 원하는 세상을 이루고픈 열망은 가히 청춘이기에 가져볼 수 있는 무한한 특권이다.

누가 그 꿈을 탓하랴. 시대가 변해도 어김없이 혁명을 꿈꾸는 청춘이야말로 가장 청춘다운 모습인 것을. 1945년에 해방되어 1948년에 건국되었으니 사람 나이로 따지면 어느덧 노년에 접어든 대한민국에게 과연 지난 청춘 때에 꿈꾸었던 혁명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지금은 과연 우리는 무엇을 혁명해야 하는가.

감옥에 갇힌 유년의 꿈

진보의 그늘은 그 부제처럼 북한과 연계된 남한의 지하혁명조직에 대해 역사가가 역사서를 쓰듯 파헤치고 있다. 저자는 각 시대에 걸쳐있던 다양한 조직들에 대해 검토하고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으로까지 끌어다놓고 있다. 자신의 과거에 얽혀있던 옅은 흔적들을 천천히 파헤치는 일이었으니 픽션보다는 팩트에 무게가 가득 실린 저술이라 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주사파의 탄생은 1980년대이지만, 그것이 어느 한 순간 탄생했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그 이전으로 거슬러 누가 그 뿌리에 닿아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철저하게 북한의 정치체제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밝혀졌음에도 여전히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까닭은 그만큼 오래된 역사가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건국 초기에 사회주의 세력과 자유주의 세력의 대립은, 어쩌면 단순히 평등자유가치를 놓고 다툰 이념대립이었을지 모른다. 무엇이 무엇인지 모르는 채, 바깥세계에서 유행하고 있던 이념들로 그럴듯하게 조국을 건설하려던 시간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유의 순수는 세상을 알아가고 조금씩 인생을 겪게 되면서 그 빛이 사라지는 법, 남북이 전쟁을 거치면서 명확하게 서로 대립하는 관계가 되면서부터 활동한 지하조직들로 인해 초기의 이념들은 순수성을 잃어버렸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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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혁당>, <인혁당>, <남민전> 등 저자가 추적한 지하 조직들은 끊임없이 자신이 현재 살고 있는 조국을 등지고 북의 정치세력과 연계하고자 했고, 그들의 지령을 받으며 간첩활동을 벌였다. 물론 저자의 말대로 그들이 역설적으로 국가존립과 자유민주주의 유지에 기여한 측면도 있다. 또한 그 조직에 대해 전적으로 싸잡아 구성원 모두가 간첩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권력유지를 위한 무고한 희생자가 있었던 우리 역사에 비추어볼 때 부끄러운 주장이다.

이재오 의원의 진술처럼 보다 순수한 마음으로 민주화를 위해 그 조직에 가담한 인물도 분명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이켜보건대 일부 구성원들과 달리 지하조직 그 자체는 순진했을망정 결코 순수하지는 못했다. 정말로 민주주의가 필요했다면, 그리고 그것을 위해 사회주의적인 이념과 원칙이 필요했다면 스스로 노력하여 원칙을 세우고 세상을 바라보며 방안을 간구하는 것이 옳았다.

그러나 노력하지 않고 쉽게 목표를 이루고자 외부(북한)에서 주어지는 것에 무비판적으로 순응하는 것은 노예근성이다. 지하조직들은 능력과 노력의 부재를 간
단하게 해결하기 위해 이상적 사회주의 국가처럼 포장된 북한의 잘못된 지시에 기댔다.

지금처럼 미디어가 발달한 시기도 아니었기에 더한 고통을 겪고 있으며 더 못한 체제임을 알지 못했고, 그런 북한에 손을 내민 것은 크나큰 실수였다. 가령 엄한 부모가 있어 반항하고 싶다고 해서, 부모보다 더 악한 부모의 원수가 내리는 지시를 받고 부모를 해하려는 것과 같다고 할까.

자신이 바라는 꿈을 이루기 위하여 도전하는 것은 용감한 일이지만, 그 꿈을 위하여 자신을 교묘히 이용 할 뿐인 적을 숭배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행위는 구조를 양산한다. 패착에 빠진 장수는 계속해서 패착의 구조에 갇힐 수밖에 없, 반항을 시작한 아이는 계속해서 반항을 유지하게 된다. 설령 그것이 잘못되었다 해도 말이다.

정치 활동도 마찬가지이다. 한번 보수적인 행위를 시작한 정치세력은 보수 구조에서 정치를 행할 수밖에 없고 진보적인 행위를 시작한 정치세력은 진보 구조에서 정치를 행할 수밖에 없다. 지하세력들 또한 북한과 연계한 자신들의 행위로 인해 계속해서 그 구조에 갇힐 수밖에 없었고, 잘못된 일이었음에도 빠져나올 수 없었다.

결국 건국 초기의 사회주의 세력이 평등이라는 이상만으로 꾸었던 꿈은 정치범 수용소에 갇힌 것처럼 점차적으로 아주 지독한 감옥에 갇혀버린 것이다.

위험했던 젊은 날의 낭만들

1960~1970년대를 지나 청춘들의 민주화 운동이 치열했던 1980년대야말로 현재까지 문제가 되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의 핵심 뿌리이다. 저자는 마르크스-레닌주의는 정교하지만 복잡했고 정작 우리가 당면한 통일 문제에 관해서는 언급이 없었기에 보다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매력적인 민족해방(NL)이론을 받아들인 점을 지적하며 주사파가 착각한 잘못을 일깨워준다.

남한보다 더 못한 북한이었음에도 제대로 실상이 알려지지 않았고, 우리와 다른 이념으로 세워졌으니 무작정 우리보다 나은 반대의 현실을 가지고 있으리란 착각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체철학을 만든 황장엽도 남으로 건너와 비판한 마당에, 남한 주체사상의 원조라 불렸던 김영환조차 북의 실상을 보고 결국 자신의 행위가 양산했던 구조에서 빠져나와 북한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마당에, 북한의 사상과 체제가 우리보다 나을 것이란 생각은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지 알 수 있다.

젊은 날일수록 감정이 앞선다. 감정만이 진실이며, 감정으로 이성을 포장한다. 대한민국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뜨거웠던 1980년대 역시 그랬다. 민주화에 역행하는 정치의 횡포가 있었기에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은 그야말로 시대정신이었다.

그 뜨거운 청춘들을 감히 누가 탓할 수 있으랴. 그러나 좀 더 냉정해야했다. 그때, 서투른 감정만으로 통일과 자주를 외치며 북한을 언제든 마음 열 준비가 된 관대한 존재로 여긴 것은 잘못이다. 래도록 꿈꾸었던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말로만 쌓던 가치들이 서서히 완성되었기에 더더욱 가능해보였겠지만 같은 땅에서 분단이라는 대립에 처해서는 결코 순순히 평화가 이루어질 수 없다. 그 대립하는 상대가 전적으로 우리 편이 되어줄 거란 생각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착각이다.

낭만적인 위험한 환상 속에서 <민혁당>이나, <중부지역당>, <구국전위>, <일심회> 사건등이 벌어졌고, 그 면면들이 여전히 조심스럽게 이어져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특히나 앞서언급한 사건 중 관심 있게 보았던 것은 <민혁당> 사건이다.

이미 심각한 아사문제와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실체가 드러났음에도 환상 속에서, 또한 자신들의 행위가 양산한 구조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국가가 직면한 위기(90년대 말의 외환위기)를 똑바로 마주보고 헤쳐 나갈 용기를 갖지 못하고, 북한을 여전히 이상사회로 여기며 허망한 구원의 손을 바란 것만 같아 어딘가 씁쓸했기 때문이다. 빚더미에 시달리는 이가 로또 한방에 거는 희망을 바라보는 기분 같은 것이랄까.

한 마디로 위험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는 내내 대한민국의 평화와 통일이라는 자신의 큰 꿈에 대해 부질없고 가능성 없는 희망에 기대 청춘을 보내버린 듯한 느낌이 든 탓이다. 말이 주체이지, 실제로는 결코 주체적이지 못한 주체사상에 기대 지나온 시간들. 아니 자신들이 기대고 있는 그 사상의 근원조차 모른 채 막연히 희망이라 기댔던 시간들. 안타까웠다.

냉철하게 바라보지 못하고 중간과정 없이 원하는 목표를 단박에 이루고 싶었던 시간을 나 역시 지나왔기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지나온 나의 청춘들이 위험했던 것처럼, 한국은 지나온 역사 속에서 그랬었다.

여전한 정치, 여전한 희망

사실 <민노당>이 부상하던 시기에 그동안 소외된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수 있을 것 같아 무척 반겼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른 모습이 자주 보였다. 노동자들을 위한 정당이 노동 인권에 치중하지 않고 무엇 때문에 북한을 나서서 옹호하는 것일까, 눈앞에서 도저히 부인할 수 없는 공격을 당하는데도 왜 분노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들이 자주 들었다.

그러나 책을 통해 내가 그동안 <민노당>으로 대변되는 소수정치세력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종북노선을 놓고 다투고 갈라지는 것도 그저 단순한 정치싸움으로만 알았고 시끄럽게 다투는 요즘의 상황도 그 내막을 자세히 알지 못했지만 그 이면에는 저자가 회색지대라 명한, 여전히 NL인 세력들이 자신들의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민노당>에 집중했다는 사실과 그 조직들이 아직도 잔존해 있음을 알게 되었. 오래도록 붙잡아온 희망의 끈을 놓아버리면 삶의 이유나 자존심이 전속력으로 무너질 것이기에 그러는 것일까.

지난 국민의 정부가 펼쳤던 통일정책은 성과도 있었지만 동시에 평화란 결코 이상적인사고와 방식으로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님을 일깨워주었다. 남북이 단일팀으로 올림픽에 출전하고, 스포츠로 세계에 이름을 알리고, 경제적 교류가 잦아지고 상호 의존이 심화되면 평화가 가능할 것이란 생각들은 그때는 이루어질 것 같은 희망이었지만 지금 냉철하게 되돌아보면 어딘가 부족했고 수정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자신들의 이상에 갇혀 부족함을 바라보지 못하고 수정을 가하지 못하는, 진보하지 못하는 진보들이 있. 결코 그것이 진보세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정한 진보라면, 북의 정치체제를 찬양하기보다는 차라리 당장의 굶주림에 직면한 채 탄압받고 있는 북의 인민들을 돌아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여전한 정치에서, 여전한 희망에서 벗어나 새 희망을 찾는 것이 필요한 듯싶다.

북한은 결코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다. 일전에 학교에서 사회학 수업을 들으며 사회주의 이론에 대해 배우는 동안 그들이야말로 철저하게 자본의 독점이 이루어진 불평등 사회이며, 자본뿐만 아니라 정치권력까지 완벽하게 통제되는 독재사회임을 알 수 있었다.
그에 반해 남한은 정치적 권력이 대중에게로 넘어오고 있으며, 자본 역시 민주화를 요구받고 있는 현실이다.

그들이 근본적으로 추구했던 이념이 평등이라면 그 가치가 보다 잘 구현된 남한이야 말로 그들이 더 인정하고 따라야할 대상이 아닐까? 오히려 남한이기에 자신들이 그러한 활동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하지 않을까?

진보란 말 그대로 더 나아가고 발전한다는 뜻이다. 이념적으로 보수였든 진보였든 우리는 진보를 통해 가난을 벗어났고 근대화에 성공했으며 민주주의를 이루었다. 결코 진보의 가면을 쓴 채 퇴보를 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북을 바라보지 않고 온 힘을 다해 스스로를 향해 노력했다면 지금 한국의 정치는, 북한 주민들의 삶은 더 건강해지지 않았을까조직에 가담했던 이들이 북한과의 연계를 인정한 만큼 이제는 남은 이들도 구조에서, 착각에서, 잘못에서 벗어나 혁명할 수 있는, 청춘다운 무한한 용기가 필요하다.

악랄한 독재체제 속에서 여전히 우리가 마주해야할 북한 인민들의 처절한 현실에 희망을 조금, 보태주기 위해

심사평

홍성기 교수
학생운동의 낭만성을 인정하면서 그 순수성이 사라져가는 과정을 잘 이해했다. 한국역사에서 좌우 대립의 성격을 나름대로 파악하려고 노력하면서도 진영논리의 위험성을 잘 기술했다. 노동자 정당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그 내부의 속사정에 대한 일반적인 무지를 잘 기술했다. 또한 낭만적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의 무모함도 잘 기술했다.

인터뷰

자기소개

고려대 4학년에 재학 중인 대학생입니다. 책을 읽었던 것은 학교는 한대련 탈퇴로 인해 시끄럽고 학교 밖에서는 <통합진보당> 사건으로 시끄러운 때였습니다. 두 곳 모두에서 NLPD라는 용어가 나왔는데 이게 뭐 길래 이렇게 이슈가 되는지 의문을 갖고 찾아보게 됐습니다. 그러다 서점에서 진보의 그늘이란 책을 발견하게 됐는데 궁금했던 내용이 잘 설명되어 있어 많은 걸 느끼게 됐습니다.

본인의 정치 지향은 어느 쪽에 속한다고 생각합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이쪽이 싫을 때도 있고 저쪽이 싫을 때도 있으니까요. 진보냐 보수냐의 문제는 사안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종북은 싫습니다. 우리나라가 천안함, 연평도에 공격받기도 했는데 그것에 대해 너무 옹호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진보의 그늘이 현 대학생들에게 던질 수 있는 메시지가 있다면?

시대가 변하고 있고 이제 학생운동이 주류가 아닌 시대가 됐습니다. 그래서 학생운동과 운동을 반대하는 학생들과 의견의 격차가 큰 것 같습니다. 이 책을 통해 서로에 대해 알아가면서 비판할 수 있었던 것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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