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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연합뉴스 | ||
개헌에 대해 대통령이 입장을 바꾸었다. 관점을 달리하면 입장을 바 꾼 것이 아니라 원래 입장으로 돌아갔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 ‘개헌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개헌의 필요성을 말한 사람들에게 쏘아 붙인 ‘모진 말’을 생각하면, 대통령의 임기 내 개헌을 하겠다는 시정 연설의 진정성은 의심받아 마땅하다. 또한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이 시점에 나온. ‘임기 내 개헌 선언’은 정치적으로 공격을 받을 소지가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임기 내 개헌 선언’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선언’의 발화자(發話者)나 의도보다는 그 내용에 주목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누구의 말’이냐 아니라 말 자체이다.
그동안 직선제의 염원만이 초래한 ‘87체제’의 종식을 위한 개헌의 필요성은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현 대통령뿐만 아니라 노무현·이명박 대통령도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하였지만 실제 개헌까지 나가지는 못했다. 정치적으로 추동력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 정치권에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어 있고, 20대 국회에서도 ‘국회 개헌모임’이 결성되어 많은 회원을 확보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야권의 대권 주자들이 반대할 때는 개헌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고, 개헌 형식과 주도 문제에 대해서는 합의 도출이 불가능해 실제 개헌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무시할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개헌에 초점인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서도 합의가 쉽지 않다. 어떤 사람은 내각책임제를, 어떤 사람은 4년 중임 대통령제를, 또 어떤 사람은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한다. 각각의 제도에 대한 장단점이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기 때문에 의견의 수렴이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 직선에 초점을 맞춘 87년도 헌법이 변화하는 새로운 시대를 따라 잡을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시대 변화에 적합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에 대한 가치를 헌법에 반영해야 한다고 믿지만, 이 분야로 논의가 확장되면 갈등과 충돌이 폭발할 수도 있다. 대다수의 국민이 국가와 국민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는 사실에는 동의한다고 할지라도, 그 내용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이 점을 고려하면 특정 정파나 이익 단체의 이해득실을 넘어 국민적 공감대에 기초하여 개헌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맞는 말이지만 공허하게 들린다.
그러나 개헌논의에 대한 정치적 해석이나 실제 진행 방향과 무관하게 우리가 채택하고 입헌 국가의 관점에서 헌법 개정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입헌 국가’의 기본 취지는 다수의 결정이나 국가 권력에 제한함으로써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다. 곧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을 정하여 헌법에 명시하여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확립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이 다른 개인이나 국가로부터 자신의 권리를 침해받지 않도록 국가의 역할을 제한해야 한다. 헌법은 다수의 횡포나 국가로부터 개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한다.
자유주의적 입헌주의의 관점에서 우리는 우리 헌법이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현행 헌법은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을 명백하게 표현하지 않거나 애매하게 표현하여, 소모적인 논란의 원인이 되었다. 이러한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헌법에 법의 지배에 기초한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질서가 대한민국의 기본이념임을 헌법에 선명하게 명문화해야한다.
현행 헌법이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규정은 두고 있으나 경제적 자유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사실도 재검토해야 한다. 국회와 정부는 공익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걸고 경제적 자유를 제한하는 ‘경제적 입법’을 일삼고 있다. ‘경제적 입법’은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관료제를 확장하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세금으로 경제적 자유는 위협한다.
특히 우리 헌법은 공익과 약자, 균형 잡힌 경제 성장을 추구한다는 목적으로 경제적 자유를 제한하는 조항들이 무수히 나열되어 있다. 바람직한 것처럼 보이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장치들이 헌법에 수도 없이 명시되어 있다. 무엇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한’ 조항들을 과감하게 제거해야 한다. 이런 조항들은 결국 국민의 복지를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국회는 생산과 거래의 자유를 축소하는 법안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명문화하면 ‘경제적 입법’은 사라질 것이다.
개인의 자유와 생명ㆍ재산과 관련된 기본권의 보장을 강화하고, ‘사회적 기본권’은 과감하게 축소해야 한다. ‘사회적 기본권’은 정체성·계획성·확정성·예측가능성을 특징으로 하는 ‘고체 사회’에서 생성된 것이다. 따라서 이동성·우연성·불확정성·예측 불가능성이 지배하는 ‘액체 사회’인 현대 사회에서는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
우리는 이런 주장들은 조심스럽지만 단호하게 펼쳐가야 한다.
신중섭│강원대 윤리교육학과 (joongsop@kangwon.ac.kr)
출처 : 자유경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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