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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헌법의 회복에 기업이 나서야한다
  • 김영봉 중앙대 명예교수
  • 승인 2016.11.0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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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봉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 자유경제원
1.
한국경제신문 정규재 주필은 우리헌법이 여러 차례 개정을 통해 ‘자유의 헌정(憲政)’이 아닌 ‘청구권자의 헌정’이 되어버렸다고 표현한다. 우리헌법은 경제력 남용방지, 국토의 균형발전, 토지소유권 제한, 경자유전, 농·어업 보호, 중소기업 보호, 소비자보호, 대외무역 조정, 과학기술 발전, 환경권 등을 헌법조항에 의한 ‘국가 의무’로 정하고 있다.
*헌법 제119조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1987 개정헌법은 119조 2항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를 덧붙였다. 1980년 제123조 '국가는 지역 간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 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가 신설됐고, 1987년 ‘①국가는 농민·어민의 자조를 기반으로 하는 농어촌개발을 위하여 필요한 계획을 수립하며, 지역사회의 균형있는 발전을 기한다. ②국가는 중소기업의 사업활동을 보호·육성하여야 한다. ③국가는 농민·어민과 중소기업의 자조조직을 육성하여야 한다’는 항목이 덧붙여졌다.
이러한 헌법상 청구권 나열은 자유민주국가중 대한민국밖에 없다고 한다. 미국 일본, 프랑스 헌법은 이들 중 단 한 개 항목도 헌법에 포함하고 있지 않고, 독일 헌법이 △자연자원 보호 △토지소유권 규제를 정하고 있을 뿐이다. 헌법이 보장한 이 수많은 청구권들은 상호 이해(利害)가 충돌하고, 수혜자와 제외된 자 간의 갈등을 유발한다. 헌법이 더 많은 권리를 보장할수록 국민의 불평불만, 국민간의 갈등이 더 커지게 됨을 말하는 것이다. 이 헌법조항을 빌미로 정치권은 기회 있을 때마다 국민 집단의 상대적 결핍이나 소외감을 부풀리고 강자 대 약자 대립을 부추겼다. 그 결과 오늘날 국민은 사소한 이익에 결사반대하고 극한투쟁 하는 이기주의자로 길들어졌다. 평등주의·포퓰리즘의 선동정치가 성공해 오늘날 국회는 반(反)시장, 반기업적 정당이 지배하게 되고 어떤 국가적 과제, 시대적 명제에도 국민적 합의와 국가사회의 동력 결집이 불가능한 나라가 됐다. 따라서 국가발전과 기업성장의 대명사인 ‘자유’와 ‘책임’은 오늘날 한국의 헌법-정치에서 거의 실종된 상태다.
이번 개헌으로 실로 30년 만에 소위 ‘민주화 헌법’을 대수술할 기회가 왔다. 비록 어렵겠지만 이번에 청구자[구걸자]의 헌법을 자유주의 헌법으로 바꿈을 지상(至上) 과제로 삼아야한다.
2.
우리국민이 ‘자유민주주의’ 헌정에서 ‘자유’를 소중히 여기지 않고 ‘민주’에 혹(惑)하는 이유는 과거 국가수립과정에서 자유는 공짜로 얻었지만 민주화 과정에서는 피를 흘렸기 때문이라고 흔히 말한다. 그렇다면 그간 ‘자유포기’를 한 대가를 피가 낭자하게 치러야 할 때가 곧 도래할 것임을 국민은 각오해야한다. 한국경제는 지난 반세기 극적 성장을 이룰 수 있어 한국은 세계적 경제 강국이 되고 삼성·현대 같은 세계적 기업을 가지게 됐다. 그러나 이런 행운은 말 그대로 ‘한 때의 기적’으로 끝나는 것 아닌가 우려스럽다. 그리된다면 지난 반세기 대한민국 성장의 역사는 한 때의 사건[happening]에 불과하게 된다. 장기적인 역사의 시한에서 볼 때 ‘한국의 기적’은 이 나라가 마땅히 위치할 정상적 곡선에서 잠시 이탈한 꼴이 되는 것이다.
최근 한국의 대기업들은 눈에 뜨이게 몰락 증세를 보인다. 반기업 반시장 정서가 한국같이 드센 땅에서 대기업이 어떻게 장기적으로 생존 번영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삼성 현대 등 대기업들이 무너지면 수천수만의 2차 3차 계열 협력업체들이 생장기초가 흔들릴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의 시장국가가 자유를 천대한 대가는 우리국민 모두가 파산·실업, 무산(無産)·무직(無職) 사회의 고통을 아들여할 시대가 임박한 것이다.
오늘 한국의 문제는 반기업·반자유와의 싸움에 선봉에 나서야할 자가 제일 비겁하다는 것이다. 기업은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주역(主役)이며 이에 부응하는 경제사회풍토를 만들 책임을 가진 자이다. 역사적으로 자본주의의 탄생과 발전은 봉건적 권력의 소유자에 대한 자산가계급의 도전(挑戰)으로 이루어졌다. 오늘날 한국기업군은 그들이 보유하는 경제력만큼의 거대한 힘을 가진다. 광고, 후원 기타 활동을 통해 정치·언론· 교육·문화 등 사회의 이념 여론 형성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간 한국 기업들은 끌려가기를 선택해서, 정부권력, 좌파적 언론·문화· 시민 단체에 굴복하고 오히려 부역(附逆)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의 눈치를 봐서 자신의 정치적 선호를 감추고 자유주의 투쟁자들을 오히려 외면해왔다. 얼마나 이들이 나태-무책임했으면 한국같이 자본·기업·자유시장경제에 성공을 이룬 나라가 선진 세계 최악의 반자본·반기업·반시장·반자유주의 국민성향을 가지게 됐는가. 향후 이들이 자신의 정치적 선호와 이념을 밝히고 피를 흘리며 전쟁터에 나갈 각오를 해야 한국의 자유주의는 다시 꽃을 피울 수 있다. 이번 개헌과정에 기업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정치적 정체성을 밝히고 반자유·반기업주의 헌법조항개정 청구에 나서야할 것이다.
3.
말할 것도 없이 이번개헌의 절대 과제는 119조 2항 등 경제민주화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는 오늘날 오직 한국에서만 일상어로 쓰이고 있다. 오늘날까지 경제민주화는 대기업규제, 부자증세, 무상복지, 수도권규제, 동반성장 등 경제사회적 강자를 규제하고 약자를 보호하는 정책으로 추진되어왔다. 그러나 ‘경제민주주의’의 고전적 개념은 작업장이나 회사자본도 정치적 민주주의와 같이 ‘1인 1표주의’로 지배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헌법의 경제민주화 조항의 존재는 향후 언제라도 좌파·사회주의세력에게 한국에 1인1표 노동자 경영제도를 도입시키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제도의 현실사례는 1960년대 유고슬라비아연방이 도입한 ‘근로자 경영체제’가 유일하다. 이 체제에선 종업원 5인 이상의 모든 사업체를 ‘근로자 경영기업’로 전환시키며, 근로자 대표로 구성된 ‘근로자평의회’가 실질적 소유자가 되어 생산 고용 분배 등 회사의 모든 의사결정권을 행사하게 한다. 이 체제의 기본적 문제는 회사가 ‘기업’이 아니라 ‘정치적 집단’이 되는 것이다. 1인1표 결정이 지배하자 모든 회사는 정치적 타협에 의해 노동력을 고용·배치했으며 투표권을 가진 기득권자의 해고는 불가능했다. 해고가 없다면 당연히 고용도 없다. 우량 기업들은 새 식구를 뽑지 않았고, 이직(離職)의 기회가 막힌 수익성이 없는 업체의 종업원은 영원히 빈곤해졌다. 동일 직능·동일 노동자가 부자 회사에 속하면 1만 디나르(dinar)를, 가난한 회사에선 1천 디나르를 받았다.
이 나라에 창업이나 창업자본 같은 것은 존재할 수 없었다. 어렵게 창업해 봤자 소유권, 경영권과 그 열매는 노동자의 소유가 되기 때문이다. 5인 이하 기업이 추가 고용을 하는 건 자살행위와 같았다. 이후 유고슬라비아는 수천 개의 집단이기주의 업체가 자기 이익 보호와 극대화를 위해 극렬히 투쟁·분열하는 나라가 됐다. 종국에 근로자 경영체제는 폐기되고, 유고연방국은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등 여러 나라로 해체되고 한때 같은 국민이었던 분리된 국가 간에 참혹한 내란을 겪었다.
이런 유고연방의 사례는 오늘날 일어나는 수많은 한국적 사태의 궁극적 확대판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취업시장의 절벽, 깨지는 노·사·정 회의, 극단적 이기주의의 기득권 노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비정규직 차별, 성장하지 않겠다는 중소기업, 세계 83위라는 노동시장 유연성, 이에 질려 만연된 투자 기피 등… 그런 국가의 종국(終局)은 무엇인가. 유고연방의 경험이 이런 경제민주화 국가의 종착역이 어디인지를 예시하는 지도가 된다.
[좌담회] -개헌, 원로에게 듣는다- 민주화 헌법에서 `자유화` 헌법으로
자유경제원 http://www.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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