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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밀 보호법제에 대한 개선방안 ② 국가기밀의 의의형법상 간첩죄 규정을 중심으로
  • 김재현 전북대학교 박사
  • 승인 2016.12.12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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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른사회시민회의
Ⅱ. 국가기밀의 의의
1. 기밀과 비밀의 관계
기밀과 비밀은 일반적으로 유사한 의미라고 할 수 있는데, 일반적인 통념에 비추어 보 았을 때 기밀이라는 개념이 비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욱 비밀스러운 뉘앙스를 갖는다. 우선 기밀의 사전적 의미는, 기밀(機密)이란 “외부에 드러내서는 안 될 중요한 비밀”을 뜻하고, 비밀(秘密)이란 “숨기어 남에게 드러내거나 알리지 말아야 할 일”을 의미한다.3) 이와 같이 양자는 모두 비닉(祕匿)성을 그 속성으로 하고 있으며, 기밀은 그 중요성의 정 도에 가중치를 둔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다.
두 가지 표현은 모두 법령상의 용어로 사용되고 있는데, ‘비밀’이라는 표현은 헌법 제 17조4), 제18조5)와 형법 제127조(공무상 비밀의 누설), 제316조(비밀침해), 제317조(업무 상 비밀누설죄) 및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통신 및 대화비밀의 보호), 산업기술의 유출방 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제14조, 제27조, 제34조, 제36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제44조의 7, 제49조, 제62조의 2, 제66조, 제72조), 정보보호산업의 진흥에 관한 법률(제32조 및 제40조) 등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기밀’이라는 용어는 헌법 제27조 제2항(중대한 군사상 기밀), 형법 제98조(간첩), 국가보안법 제4조(목적수행) 그리 고 군형법 제13조(간첩, 간첩방조, 군사상 기밀누설 등), 제80조(군사기밀누설) 및 군사기 밀보호법 제1조 내지 제16조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위의 규정들을 보면 ‘비밀’은 주로 개인적 법익을 침해하는 규정에 사용되고 있는 반 면, ‘기밀’은 국가적 법익과 관련된 규정에 쓰이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차이 점은 두 용어의 개념상에도 나타난다. 비밀이란 제한된 범위 안의 사람들에게만 알려져 있는 사실로서 타인에게 전파되지 않음으로써 비밀의 주체에게 이익이 되는 사실을 의미 한다. 따라서 공지의 사실은 비밀이라고 할 수 없으나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할 지라도 아직 모르는 사람에 대하여는 비밀이 될 수가 있다. 한편 국가기밀은 그 개념과 관련하여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제한된 범위의 사람에 대해서만 공개되어 있고, 우리나 라에 중대한 불이익을 회피하기 위해 다른 국가나 단체에 비밀로 하여야 할 사실’이라는 의미로 파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이러한 개념상의 차이를 근거로 비밀이 누설 되면 개인의 이익이 침해 또는 위태화되고, 기밀이 누설될 경우에는 국가의 법익이 침해 또는 위태화 되는 것으로 파악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분류는 이 양자를 상호배타적인 관계로 이해될 소지가 있는데, 두 개념 을 일반개념과 특별개념의 관계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즉, 기밀은 비밀의 범 주에 속하지만, 그 취급에 있어서 가중치를 두고 특별하게 취급하는 개념으로 파악하는 것이 논리에 부합한다.6) 예컨대, 형법에서는 배임죄와 횡령죄를 일반과 특별의 관계로 파악하며, 재산상의 이익과 재물개념을 놓고도 양자는 상호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라 일 반과 특별의 관계로 풀이하고 있다. 따라서 기밀도 비밀의 범주에 속해있지만, 기밀은 비 밀에 비해 특별하게 취급되는 개념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7) 즉, 양자는 위와 같은 차이가 있지만 비밀과 기밀은 ‘제한된 범위의 사람들에게만 알려져 있는 사실’이라는 점 과 ‘다른 사람 또는 단체가 알지 못하도록 유지되는 것’이 법익주체에게 이익이 되는 사 실이라는 점에서는 공통되므로 결국 기밀은 비밀의 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법률이라는 형식, 즉 개인적 법익과 국가적 법익에 맞추어 각각 사용되는 용어로 개념 구분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의미에 비추어 양자 모두 비밀이라는 측면에서는 동일하 나 중대한 법익인 국가적 법익에서 상대적으로 특별하고 중하게 기밀이라는 개념을 사용 한다고 보아야 한다.8)
2. 국가기밀의 개념
우리나라에는 국가기밀을 보호하거나 누설을 방지하기 위한 포괄적인 단행법은 없지 만, 국가기밀의 보호를 위한 규정들은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예컨대, 형법·국가보 안법·군사기밀보호법·국가정보원법·보안업무규정 등에서 관련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이하 에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1) 법령상의 개념
1) 형법 및 군형법
형법 제98조는 적국을 위하여 간첩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하는 행위(제1항)와 군사 상의 기밀을 적국에 누설하는 행위(제2항)에 대하여 이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 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군형법도 제13조도 간첩죄라는 표제 하에 제1항은 “적을 위하 여 간첩행위를 한 사람은 사형에 처하고, 적의 간첩을 방조한 사람은 사형 또는 무기징 역에 처한다”, 제2항은 “군사상 기밀을 적에게 누설한 사람도 제1항의 형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형법과 군형법에는 국가기밀의 개념을 정의한 규정은 없다.
2) 국가보안법
국가보안법에서는 제4조 제1항 제2호 (가)목에서는 “군사상 기밀 또는 국가기밀이 국 가안전에 대한 중대한 불이익을 회피하기 위하여 한정된 사람에게만 지득이 허용되고 적 국 또는 반국가단체에 비밀로 하여야 할 사실, 물건 또는 지식인 경우에는 사형 또는 무 기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나)목에서는 “가목 외의 군사상 기밀 또는 국가기밀의 경우에는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가)목에서 국가기밀의 개념을 비교적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위의 (나) 목으로 인해 국가기밀의 개념을 무한정하게 넓히게 되어 (가)목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가 기밀의 개념을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있는 문제가 있다.9)
3) 국가정보원법
중앙정보부법(1961. 6. 10. 제정, 법률 제619호)을 모태로 하여 국가안전기획부법 (1980. 12. 31. 법률 제3313호로 중앙정보부법을 개정)을 거친 국가정보원법(1999. 1. 21. 법률 제5681호로 국가안전기획부법을 개정)은 제13조 제4항에서 “이 법에서 ‘국가기 밀’이라 함은 국가의 안전에 대한 중대한 불이익을 회피하기 위하여 한정된 인원에게만 지득이 허용되고 다른 국가 또는 집단에 대하여 비밀로 할 사실, 물건 또는 지식으로서 국가기밀로 분류된 사항에 한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이 때 국가기밀의 개념을 정의한 규정이 처음으로 마련되었다.
4) 군사기밀보호법
국가기밀 중 군사상의 특수하고 한정된 범위의 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로서 군사기 밀보호법이 있다. 1993. 12. 27. 개정되기 전의 군사기밀보호법은 제2조에서 군사상의 기밀을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안전보장상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각 호의 사항 및 이에 관계되는 문서, 도화 또는 물건으로서 군사기밀이 해제되지 아니한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군사기밀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었다. 그러나 1993년 12월 27일 법률 제4614호로 전문 개정되어 현행 군사기밀보호법은 제 2조에서 “이 법에서 ‘군사기밀’이라 함은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것으로서 그 내용 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군 관련 문서·도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 또는 물건으로서 군사기밀이라는 뜻이 표시 또는 고지되거나 보호에 필요한 조치가 행하여진 것과 그 내용을 말한다”고 규정함으로써 군사기밀의 개 념을 정의하고 있다.
5) 보안업무규정
국가정보원법 제3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비밀보호규정으로 보안업무규정과 보안업무시 행규칙이 있다. 보안업무규정 제2조 제1호에서는 국가기밀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 않고 ‘비밀’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 즉 ‘비밀’이란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 안전보장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국가기밀”이라고 포괄적으로 정의한 뒤 제4조(비밀의 구분)에서 그 비밀의 중요성과 가치의 정도에 따라 Ⅰ,Ⅱ,Ⅲ급 비밀로 구분한다. 본 규정 제4조 제1호에서는 Ⅰ급 비밀은 “누설되는 경우 대한민국과 외교관계가 단절되고, 전쟁 을 유발하며, 국가의 방위계획, 정보활동 및 국가방위상 필요 불가결한 과학과 기술의 개 발을 위태롭게 하는 등의 우려가 있는 비밀”, 제2호에서는 Ⅱ급 비밀은 “누설되는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비밀”이고, 제3호에서는 3급 비밀은 “누설되는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비밀”이라고 규정하면서 국가 기밀을 등급별로 구분하여 정의하고 있다.
(2) 판례상의 개념
대법원은 종래 일반적인 형법상의 간첩죄 내지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의 목적수행 으로서의 간첩행위의 객체가 되는 국가기밀의 개념을 넓게 보는 경향이었는데, 1997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인해 판례의 태도가 변경되었다. 1997년 이전에는 형법상의 간첩죄에 있어서의 국가(군사)기밀이란 “순전한 의미에서의 국가(군사)기밀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방면에 걸쳐 북한 괴 뢰집단의 지(知)·부지(不知)에 불구하고, 국방정책상 위 집단에 알리지 아니하거나 확인되 지 아니함을 우리나라의 이익으로 하는 모든 기밀사항을 포함한다”고 정의하였다.10) 그리고 국가보안법상의 국가기밀에 대해서는 “국가기밀이라고 하는 것은 그것이 반국 가단체에 대하여 비밀로 하거나 확인되지 아니함이 대한민국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 고 생각되는 모든 정보자료를 말한다고 할 것이므로, 순전한 의미에서의 국가기밀에만 한하지 아니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방면에 관한 기밀사항이 모두 포함되며, 나아가 그 내용 사실이 대한민국에서는 자명하고도 당연하여 상식에 속하는 공지의 사실 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반국가단체에는 유리한 자료가 되고 우리에게는 불이익을 초래 할 수 있는 것이면 국가기밀에 속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11) 이와 같이 국가기밀의 범위를 정치·경제 등 모든 영역으로 넓게 파악하였고, 심지어 공 지의 사실까지도 포함하여 넓게 인정하여 왔다.12) 이러한 대법원의 판례경향은 많은 비 판에도 불구하고13) 헌법재판소의 군사기밀보호법 결정14)이 있었던 1992년 이후에도 계속 견지되었고,15) 1991년에 개정된 국가보안법상의 국가기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해 석을 하고 있었다.16) 그 후 대법원은 1997년 이른바 ‘범민련 사건’17)에서 국가보안법상의 국가기밀과 관련 하여 1997년 헌법재판소의 결정 내용을 반영하여 마침내 판례의 입장을 변경하기에 이른 다. 대법원은 먼저 국가보안법상의 범죄 구성요건을 법의 목적과 해석·적용규정 및 죄형법 정주의의의 기본정신에 비추어 엄격히 제한 해석하여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국가보안법 제4조 제1항 제2호 (나)목의 기밀을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방면에 관하여 반국가단 체에 대하여 비밀로 하거나 확인되지 아니함이 대한민국의 이익이 되는 모든 사실, 물건 또는 지식으로서, 그것들이 국내에서의 적법한 절차 등을 거쳐 이미 일반인에게 널리 알 려진 공지의 사실, 물건 또는 지식에 속하지 아니한 것이어야 하고, 또 그 내용이 누설되 는 경우 국가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기밀로 보호할 실질가치를 갖춘 것” 으로 해석하였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국가기밀의 범위에 공지의 사실을 포함함으로써 무리한 형사처 벌을 초래한다는 그 동안의 비판을 수용해 공지의 사실을 기밀에서 제외하였다.18) 공지 의 사실과 관련하여, “국내에서의 적법한 절차 등을 거쳐 이미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공지의 사실, 물건 또는 지식에 속하지 아니한 것이어야 한다”라고 하여 적법한 절차를 거쳐 공지된 사항에 대한 비밀성을 부인하였고, 공지의 사실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신문, 방송 등 대중매체나 통신수단 등의 발달 정도, 독자 및 청취의 범위, 공표의 주체 등 여 러 사정에 비추어 보아 반국가단체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가 더 이상 탐지·수집이나 확 인·확증의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등”에 해당하는가를 검토하도록 요구하 고 있다. 그리고 기밀로서 보호받아야 할 실질가치가 있는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으로서는 “누 설할 경우 실질적 위험이 있는지 여부는 그 기밀을 수집할 당시의 대한민국과 북한 기타 반국가단체와의 대치현황과 안보사항 등이 고려되는 건전한 상식과 사회통념에 따라 판 단하여야 할 것이며, 그 기밀이 사소한 것이라 하더라도 누설될 경우 반국가단체에는 이 익이 되고 대한민국에는 불이익을 초래할 위험성이 명백하다면 이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라고 하면서 기밀의 요건으로서 실질적 가치를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이러한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한 판례의 입장변경은 우리 법체계가 각종의 비밀보호에 관한 형벌법규를 규정할 때 공지의 사실은 비밀이 아니라고 하는 일반원칙을 유지하면서 유독 간첩죄의 경우에만 이를 부인하였던 법해석상의 모순을 지양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 고 있다.19)
3. 검토
현재 확립된 판례로부터 국가기밀의 요건을 추려보면 크게 ① 통상의 지식과 경험을 가진 다수인이 알고 있지 아니한 사항이어야 하는 비공지성과 ② 국가, 즉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한 실질적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2가지 요건이 도출된다. 그리고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국가기밀을 정의하고 있는 규정들은 그 내용이 서로 유사하면서도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었는데, 그 중 국가정보원법, 국가보안법, 군사기밀보호법은 비공지성과 실질비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하에서 각 요건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한 다.
(1) 국가기밀의 요건
1) 비공지성(非公知性)
현재 판례는 국가기밀은 국내에서 적법한 절차 등을 거쳐 이미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 진 사실, 물건 또는 지식에 속하지 아니한 것이어야 함을 판시하고 있다.20) 즉, 공지된 사실 등은 기밀로서의 가치를 상실하였기 때문에 기밀성을 부인하여야 하고, 또한 적국 또는 반국가단체에 대해 기밀로 해야 할 이익도 가치도 없다는 것이다.21) 그리고 그것들 이 공지된 것인지 여부는 신문, 방송 등 대중매체나 통신수단 등의 발달 정도, 독자 및 청취의 범위, 공표의 주체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아 반국가단체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가 더 이상 탐지·수집이나 확인·확증의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등에 한한 다고 한다.22) 그리고 국가정보원법 제13조 제4항에서는 “한정된 인원만이 알 수 있도록 허용되고”, 국가보안법 제4조 제1항 제2호 (가)목에서는 “한정된 사람에게만 지득이 허용되고”, 군사 기밀보호법 제2조 제1호에서는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것으로서”라고 명시하고 있 는 바와 같이 비공지성을 국가기밀의 요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독일에서도 비공지성과 관련하여 일반에게 공개되지 아니하고 한정된 사람에게만(nur einem begrenzten Personenkreis) 접근이 가능한(zugänglich) 것이어야 하므로 적어도 그 접근가능한 사 람은 확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23) 종래 판례는 비공지성을 국가기밀에 포함시켜 파악하였으나, 판례는 현재 더 이상 공 지의 사실을 국가기밀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으며, 국가기밀을 정의하고 있는 규정에서도 공지의 사실이 제외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죄형법정주의라는 형법의 지도원리 에 비추어 보았을 때에도 ‘기밀’이 가지고 있는 문언의 가능한 의미에 부합하려면 공지의 사실을 제외시키는 것이 타당한 해석이라고 할 수 있겠다. 헌법재판소도 “비밀이라는 것 은 그 어의(語義) 자체에 ‘일반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법문에서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것은 바로 ‘비 공지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라고 하면서 죄형법정주의에 합치되는 해석론을 제시하고 있다.24) 통설도 마찬가지로 공지된 사실을 국가기밀에서 제외시키고 있다.25)
2) 필요성
국가기밀은 국가의 이익을 위해 비밀로 할 필요성(Geheimhaltungsbedürftigkeit)이 있어야 한다.26) 국가기밀로 다루어지기 위해서는 기밀이 누설될 경우 국가안보에 실질적 인 위협을 가져오거나 공무의 민주적·능률적 운영을 국민에게 보장할 수 없게 될 위험이 존재하게 되는 경우 등 기능적으로 보아 비밀로 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사항이어야 한 다.27) 그리고 국가기밀의 필요성은 국가기밀 해당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할 사항 중 핵심으 로서 국가기밀 개념의 판단기준이 되는데, 국가기밀은 각국의 기밀보호법상 그 개념이 규정되어 있으나 추상적이고 막연한 내용이어서 그러한 정의만으로는 구체적인 경우 특 정사항의 국가기밀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특정사안의 기밀성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에 기밀개념에 관한 판단기준을 가져야 쟁점을 해결할 수 있는데 그러한 기준으로는 형식비설(形式秘說)과 실질비설(實質秘說) 그리고 병합주의(倂 合主義)가 있다.28) 이하에서 각 기준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① 형식비설
형식비설은 국가기관 등이 일반인에게 알려지는 것을 금한다는 뜻을 명시적으로 표시 한, 즉 관계기관에 의해 비밀표시가 되어 있는 문서 등을 비밀이라고 보는 것이며, 지정 비밀(指定秘說)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국가의 비밀지정 등 비밀로 하는 행위가 있고, 비 밀표시가 되어 있으면 그 문서의 내용이 실질적으로 비밀문서로 취급되는 것이 마땅한가 의 여부에 관계없이 비밀에 해당한다.29) 형식비설에 따르면 비밀사항의 범위, 종류, 정도 등이 형식적으로 명시되고 한정되어 있으므로 무엇이 비밀인지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비밀을 취 급하는 쪽에서 보자면 형식비설은 절차상의 번잡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비밀보호상의 공 백이 생길 가능성이 있으며, 예컨대 외교교섭과정에서 중요한 비밀정보가 당국에 들어 올 경우, 비밀지정권자가 비밀로 지정하기 전에 누설될 경우 형법에 의한 보호를 미처 받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30)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이와 같은 기능성보다는 정부의 정치적 이익 내지 행정편의에 관 련된 사항, 즉 의사비밀(擬似秘密) 내지 가성비밀(假性秘密)에 불과할 때에는 군사기밀보 호법의 보호대상이 아니라고 하는데,31) 이러한 설명은 곧 실질적인 보호가치성 없이 국 가기밀로 지정된 경우에는 진정한 국가기밀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순수한 형식비설은 비밀 지정권자의 자의에 의해 실질적 가치가 없는 것 조차도 국가기밀의 범주에 포섭시켜 국가기밀의 범위를 무한정하게 넓히게 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32)
② 실질비설(실질적 보호가치성) 실질비설은 형식상의 비밀지정 유무에 관계없이 그 내용의 성질로 보아 비밀보호의 필요성에 관한 요건을 구비하여 실질적으로 비밀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은 모두 국가기밀이 라는 것이다. 이 견해는 이론적으로는 충실하지만 누설단계에서는 비밀인지 여부가 불명 확하여 누설자가 자신의 행위에 대한 평가를 정확히 할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기는 등 실질비에 해당하는가의 판정기준과 방법이 모호하다는 문제가 생긴다. 말하자면 기밀의 실 질비성 문제, 즉 국가기밀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비밀로서 보호될만한 실질적 가치가 있 어야 하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33) 이러한 ‘실질’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으로서 보통 세 가지가 제시되고 있다. 첫째, 협의의 입장인데, 국가보안법 등 간첩죄의 입법목적을 고려할 때 국가기밀은 비 밀로 보호될 만한 실질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서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의 안전에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는 ‘명백한 위험성’34)35)이 존재하여야 하는 사실·물건·지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광의로서, 국내에서는 비록 공지의 사실에 속한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북한에서 는 공지에 속하지 않은 사항이면 군사상의 이익에 속하는 한 국가기밀에 포함된다는 견 해이다.36) 이 견해는 공지의 사실을 제외하는 법원과 현행법의 입장과 부합되지 않는 문 제가 있다. 셋째는 최광의이다. 이 견해도 공지의 사실을 국가기밀에 포함시켜 파악하고 있는 종 래 전원합의체 판결이 등장하기 전 판례의 입장이었다.37) 즉, 반국가단체나 적국에 알리 지 않거나 확인되지 아니함이 대한민국에 이익이 되는 것이면 족하고, 군사상의 기밀뿐 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방면에 관한 국가의 모든 기밀사항으로 확대되고, 그 내용이 우리나라에 당연한 상식에 속하는 공지된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반국가 단체에 유리한 자료가 되고 대한민국에 불이익을 가져올 우려가 있는 것이라면 국가기밀 에 해당한다는 것이다.38) ‘실질비성’은 국가기밀을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그 표현에 걸맞게 ‘실질’적인 기준이다. 공지의 사실의 포함여부도 결국 실질비와 그 맥락을 같이 할 수밖에 없으므로 공지의 사 실을 제외한다는 전제 하에서 보면 앞의 광의설과 최광의설은 실질비성의 논의에서 배제 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국가기밀의 가치라고 할 수 있는 ‘실질’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은 결국 ‘위험성의 정도’와 ‘비공지성’에 종속된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위험성의 정도인데 위의 협의설, 즉 판례와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에 불이익을 초래할 명백한 위험성이라는 비교적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그 기밀이 사소한 것이라 하더라도 누설될 경 우 반국가단체에는 이익이 되고 대한민국에는 불이익을 초래할 위험성이 명백하다면 이 에 해당한다”39)고 하면서 ‘사소한 것’과 ‘명백한 위험성’이라는 서로 대치되는 표현을 사용하여 명백한 위험성이라는 요건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 반면, 헌법재판소는 “국가 의 안전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함은 어떤 비밀의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그것이 국가안전보장에 미치는 영향의 내용 내지 정도가 객관적으로 보아 애매모호하다거나 ‘사 소한 것이라거나 구체성이 현저히 결여되어 있는 것’ 등은 제외되어야 함을 뜻한다”고 함으로써40) 대법원과 달리 모순된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 어쨌든 대법원과 헌법재 판소는 실질비성으로서 국가안전에 대한 명백한 위험을 요구하고 있는 것만큼은 동일하 다.
③ 병합주의 병합주의란 형식비와 실질비를 모두 갖춘 경우 국가기밀이 될 수 있다는 입장으로서 우리나라 국가정보원법, 군사기밀보호법, 보안업무규정에서 병합주의의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도 “국가기밀은 비밀로서 보호될 만한 실질적 가치가 있는 내용 을 담고 있어야 하며, 법규와 행정상의 지시 등에 의하여 비밀로 취급되는 이른바 형식 비(形式秘)라고 하더라도 그 구체적인 내용이 국가안전의 불이익 방지에 필요한 실질을 구비한 실질비(實質秘)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국가기밀로 보호될 수 없다. 이러한 비밀 로서의 실질가치를 가지는지의 여부는 그 내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하여야 하며, 비밀주체 내지 비밀관리자의 비밀유지 의사만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 다. 그러므로 국가안전의 보장과 관련된 내용이 아닌 정부 또는 어떤 정치세력의 단순한 정치적 이익이나 행정편의에 관련된 것에 불과한 이른바 가성비밀(假性秘密)은 국가기밀 에 해당하지 아니한다”41)42)라고 함으로써 병합주의를 천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이 를 반대해석하면 형식비를 갖추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실질비를 갖추었다면 국가기밀에 포섭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법원도 “실질적 위험성이 있는지 여부는 그 기밀 을 수집할 당시의 대한민국과 북한 또는 기타 반국가단체와의 대치현황과 안보사항 등이 고려되는 건전한 상식과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그 기밀이 사소한 것이 라 하더라도 누설될 경우 반국가단체에는 이익이 되고 대한민국에는 불이익을 초래할 위 험성이 명백하다면 이에 해당한다 할 것”이라고 하면서 실질비설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병합주의는 실질적 가치를 지니고 지정권자에 의해 국가기밀로 지정된 국가기밀만이 보호대상이라는 점에서, 비록 형식적으로 국가기밀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실질적 보호 가치성을 띤 국가기밀은 보호할 수 없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2) 소결
현행법상 국가정보원법과 군사기밀보호법, 보안업무규정에서 병합주의 형식으로 규정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으며,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판례 그리고 국가보안법은 실질비설로 해석되어질 수 있다. 병합주의는 실질성을 갖춘 기밀 중에서 기밀로 지정된 것만이 국가 기밀이 되므로 국가기밀의 범위가 실질비설에 비해 좁아질 수 있다. 따라서 실질적 가치 가 있는 기밀임에도 기밀로 지정·분류가 되어 있지 않아 처벌의 유루가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있지만, 우리는 국가정보원법과 군사기밀보호법, 보안업무규정에서 국가기밀로 분 류된 것 외의 국가기밀이라도 국가보안법과 형법 및 군형법에 의해 보호될 수 있으므로 병합주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국가기밀을 판단함에 있어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공지된 사실을 제외하고 있고, 나아가 국가안전에 대한 ‘명백한 위험성’이라는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위 험성의 정도인데, 국가정보원법 제13조와 국가보안법 제4조에서는 “국가안전에 대한 중 대한 불이익”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며, 군사기밀보호법 제2조에서는 “국가안전보 장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할 우려”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보안업무규정 제2 조에서는 단순히 “해를 끼칠 우려”라고 되어 있지만, 제4조에서 중요성과 가치에 따라 등급을 구분하고 있다. 즉, Ⅰ급비밀은 누설될 경우 대한민국과 외교관계가 단절되고 전 쟁을 일으키며, 국가의 방위계획·정보활동 및 국가방위에 반드시 필요한 과학과 기술의 개발을 ‘위태롭게 하는 등의 우려’가 있는 비밀이며, Ⅱ급비밀은 누설될 경우 국가안전보 장에 ‘막대한 지장을 끼칠 우려’가 있는 비밀이고, Ⅲ급비밀은 누설될 경우 국가안전보장 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비밀이다. 판례가 말하는 명백한 위험성은 위의 각 규정에서 말하는 요건에 대한 대전제라고 할 수 있겠다. 문제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대법원은 사소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에 불이익을 초래할 위험성이 명백한 경우 국가기밀로 파악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데, ‘사소한 것’이 과연 국가에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따라서 헌법재 판소는 “명백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함은 어떤 비밀의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그것이 국가 안전보장에 미치는 영향의 내용 내지 정도가 객관적으로 보아 애매모호하다거나 사소한 것이라거나 구체성이 현저히 결여되어 있는 것 등은 제외되어야 함을 뜻한다”고 하여 대 법원의 모순된 표현을 바로 잡아주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위험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이에 대하여 판 례는 “실질적 위험성이 있는지 여부는 그 기밀을 수집할 당시의 대한민국과 북한 또는 기타 반국가단체와의 대치현황과 안보사항 등이 고려되는 건전한 상식과 사회통념에 따 라 판단하여야 할 것”43)이라는 비교적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해 주고 있다. 하지만 이러
한 ‘상식과 사회통념’이라는 기준도 결국 한계선상에서는 모호할 수밖에 없게 되는 문제 를 안고 있다.44) 결론적으로는 국가기밀이라는 문언에 부합하려면 공지된 사실과 사소한 것은 제외되어 야 하는 것이 논리적일 것이며, 실질비성의 판단여부는 대한민국의 현황 등 제반사정들 을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맞게 분야에 따라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실질가치 유무에 대한 최종심사는 의당 법원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행하여져야 할 것이며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서 췌언을 요치 않는다”45)고 함으로 써 국가기밀의 최종 판단주체가 법원임을 천명하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세미나 : 국가안보 위해범죄와 법제도적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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