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는 남자 이름에는 '철'자가, 여자 이름에는 '옥'자와 '영'자가 많이 들어간다. 예를 들자면 남자는 철수, 영철, 철호, 성철, 광철 등으로 이름을 짓고 여자는 경옥, 영옥 등으로 이름을 짓는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남한에서는 여자 이름에 옥자, 영자, 혜자 등으로 '-자'자가 들어가는 것을 흔히 볼수 있지만 북한에서는 이를 일제의 잔재라고 보고 '-자'로 끝나도록 이름을 지으면 노동당의 시정명령을 받게 된다.. 이렇게 개개인의 작명에도 국가가 개입하기 때문에 북한에는 '-자'로 끝나는 이름이 단 한명도 없다.
그러나 정작 김정일 일가의 작명법은 괴상하기 짝이 없다. 김정일은 자기 아들 셋의 이름을 각각 김정남, 김정철, 김정은으로 지었는데, 여기서는 항렬자가 '정'자가 된다. 그러나 중국에도, 한국에도 아버지의 이름이 일부라도 자식에게 물려지는 일은 없다. 이는 항렬자의 의미 때문인데, 항렬자는 형제 사이에 사용하는 것으로, 이렇게 되면 김정일과 그 아들 셋은 모두 한 배에서 나온 형제들이라는 의미가 된다. 이름으로만 보자면 세간에서 말하는 '콩가루 집안'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작명법은 앞서 말한대로 같은 한자 문화권인 중국에도, 한국에도 없는 것으로 굳이 구분하자면 항렬을 따르지 않는 일본식의 작명법이다. 북한은 일본에 대해 뿌리깊은 원한을 가지고 일본 문화의 잔재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개개인의 이름마저 국가차원에서 간섭하면서 시정하려고 눈에 불을 켜는데 정작 지도자의 아들들 이름에는 일본식 작명법을 쓰는 모순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특이한 점은 김씨 일가에게 충성심을 입증하기 위해 독특한 이름을 짓는 경우다.
북한에서 다산왕으로 알려진 서향월(2005년 9번째 아이 출산 당시 42세)씨는 9번째 아이를 득녀한 후 조선중앙TV와의 인터뷰에서 "선군조국의 품에 우리 자식들도 영원히 안겨 살면서 하늘과 땅, 바다에서 사회주의 조국을 지키는 총대병사로 자라날 것을 원하고 자식들을 많이 낳았다" 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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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의 다산왕으로 알려진 서향월 | ||
8번째 아이를 낳았을 때부터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의 언론매체에서 체제선전을 위해 대대적으로 홍보했기 때문에 서 씨는 북한 내에서는 주민들에게 다산왕이라고 널리 알려진 유명인사가 되었다.
특히 서 씨는 자녀의 이름을 독특하게 짓기로 유명한데, 자녀가 '선군의 길에서 결사옹위의 총폭탄이 되라'는 의미로 아들 다섯 명의 이름을 각각 리'결'철, 리'사'철, 리'옹'범, 리'위'철, 리'선군'으로, 세 딸은 각각 리'총'별, 리'폭'별, 리'탄'별 로 이름붙이는 기행을 보였습니다. 아홉 번째 아이에게는 '혁명' 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서씨는 "일곱 자식의 이름 가운데 글자가 '결사옹위 총폭탄' 이 되게 지었다" 며 "8번째, 9번째 자식은 이름 전체가, 선군, 혁명이 되도록 지었다" 며 자랑스러워 하기도 했다.
조선중앙통신에서는 "지금 서향월의 소행에 감동된 많은 여성들이 자기들도 더 많은 자식들을 낳아 훌륭히 키워 조국의 부강번영에 이바지하려는 결심들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며 북한 주민들의 '체제 선전 작명' 유행을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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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들을 낳으면 대홍, 딸을 낳으면 홍단으로 하라" | ||
또한 북한에서는 신이나 다름없는 취급을 받는 김 씨 일가가 작명해준 이름이 유행을 타기도 한다. 지난 2000년 3월 김정일은 북한의 량강도 대홍단군을 시찰하던 중 대홍단군에 정착한 제대군인 민원식씨의 가정을 방문했을 때 그의 아내 박금혜씨로부터 지금 임신 중인 아이의 이름을 지어달라는 청을 받게 된다.
김정일은 지역명을 따서 "아들을 낳으면 대홍, 딸을 낳으면 홍단으로 하라" 고 말하자 딸을 낳게 된 민원식씨 부부는 딸에게 '민홍단' 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게 되었고 이후 대홍단군 가정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대홍'이나 '홍단'으로 이름 짓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 나갔다. 북한의 노동신문은 "많은 제대군인 부부가 약속이나 한 듯 '대홍','홍단'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보도했다.
이와 같이 폐쇄주의 독재체제인 북한에서는 지도자인 김 씨 일가의 마음에 들기 위해 북한의 체제나 사상을 선전하는 이름을 짓는 것이 흔한 일이 되었다. 이런 현상은 자유주의 국가는 물론 같은 공산주의 체제인 구 소련이나 중국, 쿠바 등지에서도 유래가 없는 것으로 북한의 극심한 독재 체제가 개개인의 작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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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인턴 기자 tlstkdqkdw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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