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년 4월 김일성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행한 연설로 세상에 알려진 북한의 ‘남조선혁명 전략’은 ‘조선혁명’은 남한의 혁명세력이 주체가 되어 수행해야 한다는 대남전략이다.
북한의 종래 ‘혁명기지전략’은 북한의 혁명역량 (정치, 경제, 군사역량)을 결정적 담보로 간주하고, 그를 근거로 남한지역 까지 혁명을 확산하는 방식으로 적화통일을 실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전략의 문제는 남한 내 친북혁명세력의 자생력을 키울 수 없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급진운동권등 남한 내 친북 혁명세력을 촉진시키기 위해 ‘남조선혁명전략’을 들고 나온 것이다.
‘남조선혁명론’은 북한을 혁명기지로 꾸린 후 남한에 혁명을 확산시키겠다는 ‘혁명기지전략’과 상치되는 면이 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에게는 북한지역의 혁명기지화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고 남한 국민들에게는 남한혁명은 남한 인민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여 남북한의 공산혁명 역량을 함께 강화하겠다는 양면전략인 것이다.
대남 선전선동에서는 남한의 혁명역량이 상대적으로 더 강조됨으로써 먼저 남한의 혁명역량과 합작하여 적화통일을 실현할 수 있다는 논리인 것이다.
북한이 이러한 지역혁명론을 주장하게 된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배경이 있다. 분단이 장기화됨에 따라 남북한의 상반된 정치·사회체제가 점점 고착화되어 대남 적화혁명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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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은 이와 같은 땅굴을 계속 파고 있다. | ||
북한이 ‘남조선 혁명론’에서 혁명의 성격을 ‘민족해방 인민민주주의 혁명’으로 규정하여, 혁명의 주인은 남한 인민 자신에게 있다고 선동하는 부분이라든지, 혁명역량의 편성을 주력군과 보조역량으로 구분하고 특히 주력군 편성을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남조선 혁명 전략’의 구체적 표현인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주력군이란 ‘노동자, 농민과 그 속에 뿌리박혀 있는 노동계급의 당’을 말하는 것인데 그 중에서도 혁명적 당의 건설을 우선적 과업으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주력군 편성문제에 관하여 북한이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1970년 11월 로동당 5차 대회였다. 이 대회에서 북한은 남조선 혁명의 지도적 역량은 통일혁명당(약칭 통혁당)이라고 밝히고 이를 더욱 강화할 것을 선동해 왔다.
통혁당에 대해서는 1969년 8월에 로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이 크게 보도한 예가 있다. “통혁당 중앙위원회가 8월 25일 서울에서 조직, 선언과 강령을 발표했는데, 그 강력의 최고 투쟁목표를 사회주의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는 일로 규정하고, 당면목표는 현 남한체제를 전복하고 인민민주주의 제도를 수립하여 통일하는 것이라고 주장”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상반되는 부분이 있다. 북한의 출판물에서는 1964년 3월에 통혁당 창당 준비위원회가 결성되고 64년 6.3사태와 65년 8월 한일협정 반대투쟁, 67년 선거반대운동 등을 조직·지도한 것으로 기술하고 있다.
또한 북한방송에서는 1970년 6월 15일을 기해 종전의 ‘남조선 민주민족주의 연맹 방송’의 명칭을 바꾸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통혁당의 결성에 대해 엇갈린 보도를 하면서 통혁당의 실체를 날조·선전해 왔다. 마치 남한 내에 거대학 ‘통일혁명당’이라는 지하조직이 남조선혁명을 지도하고 있는 것으로 과장 선전하며 이를 사실화시키려는 정치선전 활동들을 전개해왔던 것이다.
예를 들면 1980년 4월에는 ‘통일혁명당 재일조선인 연대위원회’를 대표부로 승격시켰고, 그 밖에 친북한 단체들이 개최하는 통일을 위한 각종 국제회의에 ‘통혁당대표’를 참가시켜 연설하도록 연출했다. 물론 이는 남한에 통혁당이라는 거대 지하혁명세력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남한혁명세력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는 위장 선전전술이었다.
한편 북한은 군사력 증강을 위한 4대 군사노선을 추진, 결정적 시기에 대비하여 왔다. 1962년 12월 로동당 4기 5차 전원회의에서 북한은 “경제건설을 희생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군사력 증강에 주력해야 한다”며 이를 4대 군사노선으로 구체화 했다. ①전인민의 무장화 ②전국토의 요새화 ③전군의 간부화 ④전군의 현대화 등이 그것이다.
북한은 월남전이 계속되고 중·소대립이 더욱 격렬하던 1966년 10월 당 대표자회의에서 4대 군사노선에 대한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현 단계에 있어서 남조선 혁명의 기본방침은 ‘적’들의 압력으로부터 혁명역량을 보존·축적·성장시킴으로써 결정적 시기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데 있다”고 전제하며 ① “혁명역량의 성장은 투쟁을 통해서만 가능하며” ② “투쟁 속에서 혁명가를 발굴하고 인민을 각성 ③투쟁에서는 반드시 맑스-레닌주의의 전략전술을 적용, 승산있는 투쟁을 해야 한다” ④ “기다리고만 있으면 혁명역량은 축적될 수 없으며 정세에 맞게 정치-경제, 폭력-비폭력, 합법-비합법투쟁 등을 옳게 배합하여 부단이 투쟁을 전개하여야 한다”
그 후 4대 군사노선의 실천은 대남공작을 통해 그대로 반영되어 군사적 도발의 강화로 나타났다. 이처럼 북한의 군사력 증강 정책과 집요한 대남혁명의 구체화는 필연적으로 1960년 후반기 대남공작에 대한 폭력성을 띠게 되는 것이다.
1965년 3~5인조 무장간첩의 후방 침투가 본격화 되었고, 66년에는 청진, 상원 등에 집단훈련소를 설치하여 대남공작원을 대량 양성했다. 이에 따라 무장간첩의 남파가 빈번해졌다.
66년 가을 존슨 미국대통령 방한시기를 전후해서는 휴전선에서부터 10여 건의 무력도발이 자행되었다. 1967년에 들어서면서는 ‘283군부대’라는 게릴라 부대가 3인 이상의 무장공비들을 수개 조씩 집단 침투시켜 유격전 근거지·은거지를 구축하기 위해 대남 폭력도발을 자주 자행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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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4부대 무장간첩 김신조의 체포장면 | ||
1968년 1월과 11월에는 ‘283군부대’보다 더 강력한 ‘124군부대’ 공비들을 우리에게도 유명한 서울과 삼척, 울진지구 등에 대량 침투시켜 요인암살, 기관파괴, 산간부락 거점화 등을 시도하다 실패한 것도 그 일환인 것이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북한은 김정일을 후계자로 부상시키는 와중에 정치권력의 재편성과 함께 60년대 이후 4대 군사노선의 추진으로 인해 소홀해져왔던 경제건설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군사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대화 전술을 구사하면서도 남침용 땅굴을 팠고, 남한의 정치정세와 일부 좌익운동권의 반체제운동을 활용하여 통혁당의 실체화공작을 계속 확대하며 친북세력들을 부추겨 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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