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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위한 행진곡' 을 제창할 것인가
  • 이용우 전 대법관(한변 상임고문)
  • 승인 2017.05.1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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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기념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것인가를 놓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뜨겁다. 제창할 것을 주장하는 야권의 요구에 대하여 행사 주관자인 정부가 보수진영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를 거부하자 야권에서는 기존의 5.18. 특별법에 제창을 강제하는 내용의 규정을 신설하는 특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있다. 도대체 위 노래가 어떤 노래이기에 보수진영에서는 그것을 공식적인 5.18. 기념곡으로 부르기를 거부하는 것일까. 제창을 거부하는 측이 내 세우는 이유를 살펴보면서 제창의 가부를 생각해 본다.
먼저, 제창을 거부하는 측은 그 노래의 가사를 문제 삼는다. 그 가사는 작사자 황석영이 자유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하도록 선동하는 백기완의 시 ‘묏비나리’에서 따 온 것이기 때문에 그 노래도 결국 체제 전복을 선동하는 노래가 된다는 것이다. 백기완은 1980년 12월 감옥에서 ‘묏비나리‘라는 장문의 시를 썼는데 그 내용은 가진 자들과 미국에 품은 원한을 토해 내면서 민중이 일어나 세상을 뒤집어엎고 새날을 열자는 섬뜩한 선동의 시이다. 그런데 황석영은 그 시에서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는 등의 선동적인 구절들을 그 노래 가사로 발췌하였다. 이러한 발췌만으로 곧 그 노래 역시 ’묏비나리‘처럼 ’체제전복‘을 선동하는 노래라고 단정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나, 하필이면 체제전복을 선동하는 섬뜩한 시에서 노래 가사를 따 온 점에서 어딘가 기분이 좋지 않은 찜찜한 느낌이 드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제창을 거부하는 측이 내 세우는 이유는, 그 노래가 5.18. 투쟁 중 사망한 윤상원의 영혼에 바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인데, 윤상원은 단순한 민주항쟁 투사가 아니라 북한과 연계하여 적화통일을 기도하던 반국가단체 ‘남민전’의 전사였으므로 그를 기리고 따르자는 노래는 부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윤상원의 정체가 그러한가에 대하여는 아직 뚜렷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은 채 의혹의 제기 수준에 그치고 있는 듯하므로, 이 점을 이유로 제창을 거부하기 위해서는 먼저 증거의 제시가 있어야 할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 작곡가인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왼쪽), 정세균 국회의장(오른쪽) 등과 함께 손을 잡고 이 곡을 제창하고 있다. 2017.5.18 ⓒ 연합뉴스
마지막으로 제창을 거부하는 측은 그 노래가 김일성에게 바쳐진 북한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어 북한의 체제 선전에 이용되고 있고, 통진당 등 반체제세력들이 그들의 행사에서 애국가 대신 부르는 노래로 사용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그 노래가 1982년 작곡된 이후에 북한 등에 의하여 그와 같이 사용되고 있다고 하여 이로써 곧 그 노래의 의미와 성격이 북한 등의 사용의도대로 고착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그러나 그러한 사용 실태는 앞에서 본 가사의 연원과 함께 고려할 때 우리 국민과 정부가 공식행사의 기념곡으로 부르기에는 상당한 거부감을 가질 사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다음과 같은 결론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윤상원이 ‘남민전’ 전사라거나 그 밖에 북한과 공조하여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시키려는 운동가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나온다면 그의 길을 따라가자는 그 노래는 제창은 말할 것도 없고 합창도 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그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어떠한가. 금지곡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을 것이나 정부행사의 기념곡으로 제창하기에는 심히 부적절하다. 위에서 본 그 노래 가사의 연원과 북한 등에 의한 사용실태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을 모를 리 없는 야권에서 이미 합창까지는 허용하고 있는데도 굳이 정부 관계자까지 포함한 제창을 강요하는 데에는 필시 순수하지 못한 저의가 있는 것으로 의심 받을 수 있다. 그러한 의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야권은 국민들에게 그들의 정체성에 관하여 한 점 의혹 없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자유 대한민국 체제를 존중하는 범위 안에서만 활동한다는 정체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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