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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직 관리와 군사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로 연기할 것을 미국에 제의한 데 대해 “훈련의 원래 목적과 도발의 근원을 오도해 북한만 이롭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2일 보도했다.
VOA는 “전문가들은 한·미 연합훈련의 연기가 자칫 훈련의 성격과 상징성에 부정적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을 우려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문가들은 한·미 연합훈련의 연기가 자칫 훈련의 성격과 상징성에 부정적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을 우려했다. 정례적으로 실시돼 온 동맹 간 ‘방어적’ 활동이 하루아침에 ‘긴장의 근원’으로 낙인 찍히게 된다는 것이다.
군사전문가 마이클 오핸론 부르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특히 훈련 ‘연기’라는 단어 사용에 유감을 표했다. 오핸론 연구원은 19일 VOA 와의 인터뷰에서 “‘연기’라는 표현엔 한·미 군사훈련이 도발로 비쳐질 수 있음을 인정한다는 뜻이 담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두 나라 군사훈련은 도발적이지 않으며, 따라서 훈련 기간을 재조정하더라도 ‘연기’한다는 표현 대신 차후에 일정을 공지하는 수순을 밟았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한·미 군사훈련 연기 제안에 대해 “두 나라 관리들이 공통의 이해와 하나의 메시지를 갖고 훈련 연기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두 나라가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일치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훈련은 위협용이 아니고 도발적으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는 게 하나의 메시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로브 세종연구소-LS 펠로우는 “한·미 군사훈련 연기가 훈련을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과 동일선상에 있는 도발 행위로 인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요한 행사를 많이 개최하는 한국이 이를 이유로 군사훈련을 연기하면 앞으로 행사가 진행될 때마다 비슷한 요구가 뒤따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정당한 방어적 군사훈련을 연기하는 것은 북한에 ‘뇌물’을 주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주한미군 특수작전사령부 대령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전 조지타운대학 전략안보연구소 부소장도 군사 훈련을 연기하면 북한에 상황 통제권을 쥐여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이 도발하지 않으면 평창올림픽 전에는 훈련을 하지 않겠다고 언급함으로써, 북한에 주도권을 넘기고 스스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맥스웰 전 부소장은 “북한이 평창올림픽 전까지 도발하지 않아 훈련을 연기했는데 올림픽 기간 중 도발하는 상황”을 그 예로 들었다. 아울러 “훈련 실시를 위해선 군사 자산 배치 등 오랜 기간이 필요한 만큼 북한의 도발 시 곧바로 훈련을 재개할 수도 없다는 한계를 지적했다.
또 이런 상황이 된다면 북한 정권은 원하는 것을 모두 얻는 이른바 ‘윈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이 훈련을 취소시키고 도발까지 감행함으로써 한국의 올림픽 개최에 대한 자신감과 정당성을 모두 훼손시키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이해할 만한 제안이며 미국이 한국의 요구를 가급적 수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수미 테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국 담당 보좌관은 “군사훈련 시기를 늦출 수는 있지만 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바로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이 기간 동안 추가(핵·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을 경우 미국과 북한이 대화를 할 수 있는 외교적 공간이 생길 여지도 있지만 그런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군사훈련 연기를 제안한 이유로 ‘긴장 완화’가 제시된 것과 관련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반도의 긴장은 한·미 군사훈련이 아니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험을 비롯한 도발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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