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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특사 교환방문과 향후 북핵 문제
  • 김태우
  • 승인 2018.03.1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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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방문 중인 정의용 수석 대북특사 등 특사단이 5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면담하고 있다북측에서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이 배석했다2018.3.6 ⓒ 연합뉴스

방북했던 한국 특사단이 귀국하여 북한 측과 합의한 내용들을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남과 북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화공세로 시작된 대화국면을 이어오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면서 남북 간에는 고위급 회담과 체육회담을 비롯한 많은 대화가 열렸고, 올림픽 기간 중 김정은 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특사로 방남하여 남북 정상회담을 희망한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습니다. 이어서 2월 27일에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이 방남하여 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하고 문재인 대통령, 조명균 통일부 장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을 만나 대화를 가졌고 “미국과 조건없는 대화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오랫동안 대남공작을 총괄하는 청찰총국장을 맡아 각종 도발을 지휘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그가 한국을 방문하는 동안 곳곳에서 반대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3월 5일에는 정희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 천해성 통일부차관 등으로 구성된 한국 특사단이 북한을 방문함으로써 남북 간 특사방문 교환이 이루어졌는데, 특사단은 1박 2일 27시간 동안 북한에 머물면서 네 시간에 걸쳐 김정은 위원장과 만찬회동을 가지고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으며, 3월 6일 귀국하면서 여섯 개 항목의 합의내용을 발표했습니다.

합의내용을 보면, 첫째 4월말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제3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 둘째 남북 정상간 핫라인 개설, 셋째 군사적 위협 소멸과 체제안전 보장을 전제로 한 북한의 비핵화 용의 표명, 넷째 북한의 미국과의 대화 용의 표명, 다섯째 대화기간 동안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중단 그리고 대남 재래무기 사용 중지, 여섯째 한국 공연단 및 태권도 시범단의 평양 초청 등입니다. 이러한 발표에 대해 적지 않은 한국 국민은 바로 얼마 전까지 ‘청와대 초토화,’ ‘미 본토 타격’ 등을 외치면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이어오던 북한이 이 정도의 파격적인 내용에 합의한 것 자체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남북관계가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것 같다고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이번 특사단이 방북을 통해 이런 합의를 끌어낸 것은 적지 않은 성과로서 크게 환영할만한 일이며, 이대로만 된다면 한반도 긴장과 북핵 문제 해결에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국제사회의 전문가들은 특사단이 발표한 합의내용을 환영하면서도 북한정권의 진정성 문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할 것 같았던 파격적이었던 합의는 과거에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1994년 제네바합의만 해도 그렇습니다. 당시 북한은 미국이 중유를 제공하고 한국 등이 신포에 서방형 경수로를 건설해주는 것에 대한 대가로 영변의 원자로와 재처리시설을 동결하고 다른 두 곳에서 진행 중이던 원자로 건설을 동결한다고 합의했습니다. 말하자면,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이 문제가 되던 시기에 생산시설들을 동결하겠다고 합의한 것입니다. 당시 세계 언론들이 환호했지만, 북한은 플루토늄이 아닌 우라늄을 통해 핵무기를 만드는 계획을 추진했고, 우라늄 농축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비밀리에 파키스탄과 접촉했습니다. 2000년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방북하여 역사적인 제1차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고 개성공단을 가동하는 등 남북간 경제협력이 활발하게 진행되었지만 그러는 중에도 북한은 쉼없이 핵무기 개발을 지속했습니다. 결국, 북한의 우라늄 농축 의혹으로 인하여 미북 간 제네바합의는 깨지고 북한은 더욱 본격적으로 핵무기 개발에 나섰던 것입니다. 이후 2003년 8월부터 6자회담이 개최되어 2005년 9.19 공동선언, 2007년의 2.13 합의와 10.3 합의 등 세 번의 합의가 성사되고 북한은 핵시설 폐쇄, 봉인, 불능화, 폐기 및 검증이라는 단계별 핵폐기 로드맵에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후 매 단계마다 각론에서 이견을 제시하며 회담을 어렵게 만들었으며 결국 6자회담은 2008년 12월까지 12 차례의 회합을 끝으로 결렬되고 말았으며, 북한은 6자회담 기간 중인 2006년에 첫 핵실험을 하고 6자회담이 끝난 직후인 2009년에 두 번째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전문가들은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이 이중전략, 즉 대화는 대화대로 하면서 뒤로는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북한정권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국제사회는 이번 합의에서도 북한이 악용할 수 있는 대목들이 있음을 주목하고 있을 것입니다. “군사적 위협이 없어지고 체제 안전이 보장되면” 비핵화를 한다는 부분이 핵심입니다. 북한이 이 조항을 내세워 한미 양국이 먼저 연합훈련을 중단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먼저 해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런 저런 요구를 한다면, 또는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나와서 먼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과거의 주장을 되풀이 한다면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사회는 북한이 절박할 때마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다는 점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1990년을 전후한 시기 동유럽의 사회주의 국가들이 붕괴하고 소련연방이 해체된 시점 한국에게 평화공세를 펴고 기본합의서에 합의하고 남북경협을 이끌어냈으며,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기간을 무사히 넘기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번에도 국제사회는 가중되는 대북제재와 중국의 제재 참여로 인해 북한의 경제가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던 시기라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런 의구심을 떨쳐내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펼친 평화공세에 진정성을 실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핵포기를 위한 전제조건을 달기보다는 비핵화 실행시 받고자 하는 반대급부를 협상하는 자세로 나오면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대화는 진지해질 것이며 한국 정부와 국민은 물론 온 세계가 환영하는 핵 해결의 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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