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에 잘 못 전파되고 있는 북한 정권의 오해 중 하나가 북한의 권력 서열 문제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북한이 공개한 장의위원 명단을 놓고 권력 순위를 점치는 것이다. 특히 리영호 총참모장이 김정은의 2인자라는 것과 그 연장선에서 난무하는 온갖 추측들이다.
북한 장의위원명단에서 리영호가 세 번째 인물로 지명된 것은 김정은의 측근이어서가 아니라 북한 권력기관 서열 때문이다. 즉 김정은을 당 수뇌로 시작하여 최고인민회의, 내각, 다음에 군부가 놓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군부의 상징적 인물이 왜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이 아니라 하필 총참모장인가? 그것은 바로 북한 군부의 독특한 구조 때문이다.
김일성이 생존해 있을 때까지만 해도 북한군은 내각 소속의 일개 부서로서 인민무력부였다. 그때는 오진우 인민무력부장을 수뇌로 그 밑에 북한 고유의 정치, 행정 이중견제 시스템인 인민무력부 총정치국과 인민무력부 총참모부가 있었다. 그러나 김일성 사후 북한은 선군정치 이념선포와 함께 주석체계를 국방위원회 체계로 바꾸면서 군의 지위를 인위적으로 격상시킬 필요가 있었다.
하여 국방위원회를 최고 수뇌로 하고 북한 군부를 정치, 군사로 나누어 총정치국과 총참모부로 분류하게 됐다. 그 통에 과거 상위지휘부였던 인민무력부는 철도국, 피복국, 도로국, 연유국, 후방총국과 같은 부서들로 구성된 총정치국과 총참모부의 병참기지로 전락되고 말았다. 북한이 선군정치 이후 과거 ‘인민무력부’라고만 했던 명칭 앞에 “조선”이란 국호를 넣어 조선인민군총정치국, 조선인민군총참모부로 개명한 것도 바로 존재지위를 일부러 부각시키기 위해서이다.
만약 조명록 총정치국장이 살아있었다면 당연히 3위 인물로 거론됐겠지만 그가 사망 후 아직도 북한은 총정치국 국장직이 공석으로 남아있다. 현재 김정각 총정치국 제1부국장이 있긴 하지만 국가장의위원명단에 굳이 부국장을 내세울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런 관계로 조선인민군총참모장 리영호를 최영림 내각총리에 이어 군 상징 인물로 3위에 내세웠던 것이다.
그렇다고 리영호가 정말로 군을 대변할 수 있는 위치의 인물은 아니다. 총참모장은 김정각 총정치국 제1부국장의 지시를 받을 수밖에 없으며, 또 김정각은 당조직부 군사담당 리용철 제1부부장의 관리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북한의 당적 유일지도체제이며 그 노동당의 총비서가 바로 김일성, 김정일이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북한의 이런 대외성과 대내성의 이중구조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사람들이 자꾸 정면에 나서 잘못된 해석을 전파시켜 혼란을 준다. 심지어는 얼마 전 뉴스를 보니 최정예 정보기관으로 평가 받아야 될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남성욱 소장이란 사람이 북한군의 독자적 움직임과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 역설하기까지 했는데 이는 우리 정부의 정보판단 능력과 무능을 북한에 그대로 노출시킨 것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은 일인지배 체제이다. 직책이 아니라 지금껏 김정일의 신임도에 따라 조직파워, 개인파워가 결정됐던 충성강요 시스템이다. 그래서 북한 권력층의 직책이란 모두 명예직일 뿐, 인사권과 행정결정권과 같은 자율성이나 독립성은 모두 당 조직부에 빼앗긴 허수아비들에 불과하다. 거기에 이중삼중의 감시, 견제 기능까지 추가되어 북한 간부들은 심리적으로도 권력불안과 위협에서 좀처럼 해방될 수도 없는 처지이다.
그런 일인지배 시스템을 더 강화하기 위해 김정일은 교활하게도 십자형 측근정치를 했다. 명예직 관리 측근에 해당되는 고령의 인물들에게는 공개직함을 주고, 그들을 통한 엄격한 종적체계로 기관관리, 국가관리의 질서를 만들었다. 그런 명예직들이 바로 아무 실권도 없는 김영남 최고상임위원장, 최영림 내각총리와 같은 인물들이다. 반면 김정일은 당 조직부나, 대남공작부서와 같이 자기의 일인지배 시스템이나 정책결정과 직접적으로 연관 있는 대내실권은 실세형 최측근들에게 주어 그들과의 횡적 체계를 유지했다.
공개직위는 주되, 실권을 주지 않고, 실권은 주되 공개직함을 주지 않았던 이것이 바로 김정일의 일인독재를 가능하게 했던 십자형 통치기술이고, 실제 북한 내부의 권력 서열이다. 때문에 나는 탈북자로서 북한의 변화는 바로 이 이중권력질서의 변화로부터 시작될 것으로 본다. 즉 신임적 지위와 공적 업무 지위와의 공백에서 권력층의 혼란이 시작되어 권력이권 갈등도 생길 것으로 본다.
물론 그 혼란을 막자면 김정은은 불가피하게 현재까지의 이중권력구조에 그대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바로 그런 이유로 3대세습정권이 집단지도체제로밖에 갈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집단지도체제 경험이 전혀 없는 북한 권력집단이 그 초행길을 어떻게 극복하는가 하는 것이다. 결론은 생각의 차이가 정책갈등으로, 그것이 권력갈등으로 이어지며 김정은 정권은 서서히 사멸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현재로선 우리가 장성택도 물론이지만 김정일의 양팔이었던 당작전부장 오극렬, 근로단체비서 최룡해를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그 세 사람은 김정일의 각별했던 신임만큼이나 유언에도 충실할 것이며, 협조정신도 누구보다 강할 북한의 집단지도체제 핵심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장진성기자 2011.12.30 17:53:40
[ 제공 : 뉴포커스 www.newfocu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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