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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의 삼각지대전투 전몰장병 추모비 제막식 행사장을 찾은 6·25참전유공자회원들이 추모비에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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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잊으랴 어찌 그리 이날을….”
철원 소년소녀 합창단이 부르는 ‘6·25의 노래’가 조용히 울려 퍼지자 ‘철의 삼각지대’에서 먼저 간 전우들을 추억하는 6·25전쟁 참전용사들이 하나둘 따라 불러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6·25전쟁 최대 격전지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철의 삼각지대에서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국군과 유엔군 장병들의 고귀한 희생과 구국정신을 기리기 위한 ‘철의 삼각지대 전투 전몰장병 추모비’ 제막식이 15일 강원도 철원군 평화문화광장에서 개최됐다.
6·25참전유공자회가 주최하고 국가보훈처가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6·25전쟁 참전용사들과 군부대 장병, 지역 고등학생, 부사관학과 학생 등 3000여 명이 모여 호국영령의 넋을 기렸다.
6·25참전유공자회 박희모 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다시는 이 땅에서 이처럼 비참한 전투가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이 비를 건립했다”며 “이 비석이 닳아 없어지는 영겁의 세월이 흐른 후에도 장병들의 우국충정과 숭고한 애국애족정신이 영원히 살아 계승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또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철의 삼각지대는 단 한 치의 땅도 그냥 얻어지지 않았다는 교훈을 상기시켜 주는 역사적 장소”라며 호국영령과 참전용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지금까지 철의 삼각지대 전몰장병 추모행사는 구심점 없이 부대별·지역별 전적지에서 해당 전투 참전전우들만이 모여 시행해 많은 아쉬움이 있었다. 이에 지난 2007년부터 6·25참전유공자회와 국가보훈처, 강원도와 철원군 등 지방자치단체, 육군5군단과 육군6사단 등 해당 지역 군부대가 철의 삼각지대 전투 전사자에 대한 추모정신이 전 국민에게 확산될 수 있도록, 이번 추모비 건립에 힘을 모았다.
추모비 건립 예산은 총 10억8000만 원으로 6·25참전유공자회원들이 모은 성금 3억600만 원을 비롯해 국가보훈처와 철원군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각각 3억2400만 원과 4억5000만 원을 투입했다.
이렇게 세워진 철의 삼각지대 전투 전몰장병 추모비는 지금까지 건립된 추모비 가운데 국내 최대급 규모로 640㎡의 부지에 12ｍ 높이의 주탑과 양옆 2개의 2ｍ 보조탑, 너비 6.25ｍ의 전사록 2개, 헌화대, 성금자 명각비 8개로 이뤄져 있다.
특히 태극기와 유엔기 참전국기를 배경으로 추모비 양쪽의 날개처럼 펼쳐진 전사록에는 모든 국민과 우방국이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싸웠던 그때를 상기하기 위한 ‘6·25전쟁은 대한민국 전 국민이 싸워 이긴 전쟁이다’ ‘6·25전쟁은 전 세계가 싸워 유엔군이 이긴 전쟁이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또 향후 안보유적지로서 이곳을 찾은 이들이 6·25전쟁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전쟁의 개요와 유엔군의 역할, 철의 삼각지대 주요 전사가 우리말과 영어로 쓰여 있다.
새벽 2시에 출발해 추모행사를 볼 수 있었다는 전주기전대학교 부사관학과 1학년 최대운 학생은 “생존하신 참전용사들을 직접 뵈니 6·25전쟁이 역사가 아닌 살아 있는 우리 조국의 실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한편 추모비 제막과 추모행사를 지켜본 6·25전쟁 참전용사들은 모두 “감개가 무량하다”고 입을 모았다.
6·25참전유공자회 이진원(84) 인천지부장은 “참전용사들 대부분이 80세를 넘기고 인생의 황혼기를 살고 있다”며 “우리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철의 삼각지대 전투 참가자들을 기억할 수 있는 시설이 건립되는 걸 보니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남준(84) 옹도 “우리가 임진왜란을 보지 못했어도 교육을 통해 똑똑히 알고 있듯이, 이번에 세워진 철의 삼각지대 전투 전몰장병 추모비가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을 위한 살아 있는 안보교육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철의 삼각지대 전투는?
6·25전쟁 당시 밴플리트 미8군사령관의 “적이 전선을 사수하려는 철의 삼각지대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말한 것에서 유래한 ‘철의 삼각지대’는 평강과 철원, 김화를 잇는 지역으로 교통이 발달해있고 넓은 철원평야가 자리한 중부전선의 요지다. 휴전까지 2년여 동안 이곳에서는 백마고지전투를 비롯해 저격능선 전투, 금성지구 전투 등 크고 작은 전투가 이어졌다.
이 곳에 투입된 아군은 국군 9개 사단과 유엔군 6개 사단, 적군은 중공군 11개 군 26개 사단으로 피아 모두 손실을 돌보지 않고 오직 목표를 탈취하기 위해 피를 피로 씻는 혈전을 펼쳤다.
그 결과 중공군이 약 9만 명의 피해를 입었고, 아군도 3만여 명의 전·사상자가 발생했으나 이곳을 끝까지 사수함으로써 드넓은 철원평야가 대한민국의 국토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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