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국제범죄 중 위조담배도 있다. 북한 외화상점들에선 던힐, 말보르, 로스만, 세븐과 같은 세계 유명담배 회사 제품들이 헐값으로 팔리고 있다. 그 담배들은 정상적 수입 절차를 거친 것이 아니라 모두 북한에서 불법적으로 생산된 위조 상품들이다. 그런 담배를 만드는 회사는 룡성 담배 연합 기업소이다. 처음에는 룡성 담배 회사로 작게 시작됐지만 상당수의 외화를 벌어들이면서 연합기업소로 승격되었다.
평양 시 룡성 구역에 있는 룡성 담배연합기업소는 룡성 특수 식료품공장에 소속된 회사이다. 룡성 특수식료품공장은 1호 식료품 생산 기지이다. 1호 식료품이란 김일성, 김정일에게 진상되는 식료품이란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만수대의사당관리국 산하 공장으로 지정돼 있는데 이 공장에서 나오는 식품들은 주로 김정일의 선물, 혹은 연회용으로 쓰인다.
초기 담배합작회사를 신설하게 된 계기는 1호 식료품 공장운영의 정상화를 위해서였다. 합작대상은 마피아, 야쿠자와 함께 세계 3대 갱단조직으로 유명한 중국의 “삼합회”조직 기업으로 북한 간부들 속에 알려져 있다. 처음 투자제의서가 올라왔을 때 김정일은 만수대의사당관리국의 위상을 고려해 북한 군 총참모부 산하 53부가 하도록 지시했었다.
그러나 막대한 자금력을 과시하는 투자기업을 순순히 빼앗길 수 없다고 판단한 만수대의사당관리국은 당조직부를 다시 내세우게 된다. 결국 담배생산 공정을 제대로 갖춘 룡성 특수식료품공장의 우월성을 근거로 김정일을 설득하여 평양 시 룡성 구역에 담배회사를 세우게 됐다. 룡성 담배회사의 1년 실적에 놀란 김정일은 행정적 지휘권은 만수대의사당관리국에 그대로 두고 자금관리를 당38호실에서 주관하도록 한다.
또한 연합기업소의 명칭에 어울리게 거의 5만평 규모로 공장부지도 대폭 확장했다. 현재 김정일의 개인금고 역할을 하는 당38호실이 벌어들이는 외화 중 룡성 담배연합기업소가 차지하는 몫은 상당히 크다. 그 공로로 1999년 경 룡성 담배연합기업소 지배인, 당 비서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노력영웅이 되었다. 룡성 담배연합기업소에서 생산된 가짜 양담배는 중국 삼합회를 통해 전 세계에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모든 외화상점들에서, 심지어는 시장에서도 양담배가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외화상점들에서 판매되는 담배들은 룡성 담배연합기업소 판매과가 유통시키는 것이다. 처음 계약 당시에는 중국 기업으로부터 총수익금의 일정 양을 전부 현금으로 받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북한 외화시장에서 양담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자 연합기업소는 중국 측에 합작 수익금의 10%를 현금 대신 생산 가격의 물건으로 받겠다고 요구했고, 중국이 이를 흔쾌히 수락하면서 그때부터 북한 외화상점들에는 양담배들이 차고 넘치게 됐던 것이다.
북한 외화상점들에서 팔리는 가장 비싼 담배는 던힐인데 한 곽 당 2달러이다. 미국 담배 말보르와 일본 담배 세븐은 1. 5달러이고. 그 외에도 로스만, 555, 카멜은 1달러로 판매 되고 있다. 2001년 경 평양을 방문한 어느 외국인이 담배가격이 너무 싼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락원 외화백화점”의 공식 해명을 요구한 사건이 있었다. 그러자 달러위조, 마약범죄에 이어 담배위조범죄까지 국제화 될 것을 우려한 북한 정권은 외화상점들에서 판매되는 룡성 담배연합기업소 생산품들을 모두 철수하도록 지시했다.
급해진 룡성 담배연합기업소는 중국 측에 계약의 원상복구를 요구했지만 중국이 거절하는 바람에 상당수의 재고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합법적인 국내 판매 유통이 꽉 막힌 룡성 담배연합기업소 양담배는 일반 시장으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오히려 판매양이 더 증가됐는데 그 이유는 양담배에 대한 수요와 인기 때문이었다. 북한의 국산 담배는 너무 낙후했고, 더구나 사치품인 담배로 자신을 과시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래서 가짜 양담배는 북한 특권층의 사치품만이 아니라 주요 수입원천으로도 활용되었다. 북한 특권층들은 헐값으로 룡성담배연합기업소 담배들을 대량 구매하여 시장에 유통시켰고, 그렇게 시장을 통해 보다 대중적으로 확산되면서 뇌물수단으로, 혹은 현금 대용으로까지 진화되었다. 2002년 초 국가보위부는 가짜 담배 곽에 표기된 미국, 일본, 영국과 같은 생산국 지명 문구들이 자본주의 문화와 환상을 전파시킨다며 김정일 에게 규제와 통제를 강요 할 것을 제의했다.
당시 북한 간부들은 보위부가 양담배를 뇌물로 받지 못하자 아예 빼앗으려는 심술궂은 시도라며 비난했다. 하지만 김정일은 국가보위부의 손을 들어줘 중앙당 간부들이 양담배를 피우면 해임시키라고까지 명령하였다. 김정일이 자기도 담배를 끊었다며 금연운동을 지시한 것도 바로 이때부터이다. 중앙당 조직 부는 간부들의 사무실을 임의로 뒤졌고, 양담배가 발각되면 비판은 물론 혁명화를 보내기도 하였다.
북한에선 담배 값이자 몸값이란 말이 있다. 이미 양담배의 맛과 멋에 길들여진 간부들은 국산 담배를 피우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금연할 수도 없어 불평이 거세졌다. 그들을 달래기 위해서라기보다, 수익을 내기 위해 룡성 담배연합기업소는 겉은 분명 국산 담배 곽인데 안에는 던힐 담배개비들로 채워진 특수담배들을 대량 생산하게 된다, 그런 담배들이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양담배 통제는 완전히 물거품이 됐고, 그것을 계기로 북한 사회는 또 다시 김정일의 말은 곧 법이라는 충성 심리와 절대정서도 흔들리게 된다.
현재 북한에서 생산되어 전 세계로 유통되는 가짜 양담배의 모든 원천은 중국에서 제공한다. 그 가짜 담배들은 흠잡을 데 없이 똑같지만 구별하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담배개비를 찢고 잎을 유리 물 컵에 쏟으면 절반은 가라앉고 나머지는 위에 뜬다. 원가를 줄이기 위해 룡성 담배연합기업소가 종이로 만든 가짜 “담배 잎”을 섞었기 때문이다. 색깔의 농도도 진짜 담배와 약간 다른데 각종 브랜드, 즉 상표마다 조금씩 다른 고유의 담배 맛을 살리기 위해 화약 품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위조달러, 마약에 이어 위조담배까지 북한이 정권 차원에서 감행하는 국제범죄는 역으로 북한 내부에도 상당한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장진성기자 2012.02.06 01:00:13
[ 제공 : 뉴포커스 www.newfocu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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