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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 출석하는 비리의혹 검사(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13일 거액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부장검사급 김모 검사가 13일 오후 특임검사 사무실이 위치한 서부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김 검사는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씨 측근, 유진그룹 관계자 등으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아왔으며 검찰은 지난 9일 특임검사를 지명해 수사에 착수했다 | ||
검ㆍ경 갈등, 국가공신력 실추는 어쩔 셈인가
(서울=연합뉴스) 현직 검찰간부의 수뢰의혹 사건을 둘러싸고 촉발된 검찰과 경찰의 `이중수사'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건 피의자 소환이나 핵심 참고인 조사 등을 놓고 기선을 제압하려는 수사 주도권 싸움이 벌어지는가하면, 상대측 수사의 발목을 잡는듯한 식의 신경전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양측의 반목과 기싸움에 수사는 뒷전인 듯하고 검ㆍ경 두 집단의 해묵은 갈등만 불거져 표출되고 있는 느낌이다. 한마디로 양측 모두 `독자수사'를 앞세우고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정면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기세다.
검찰측 특임검사팀은 이번 수뢰의혹 사건의 장본인인 김모 검사를 13일 소환했다. 검찰이 김검사 소환을 이미 통보해 놓은 경찰에 앞서 선수를 친 셈이다. 앞으로 특임검사팀이 김검사 영장 처리 등에 들어가면 경찰은 핵심 피의자를 조사할 기회조차 갖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경찰은 김검사가 소환에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받아 강제구인하겠다고 하지만, 현재로서는 검찰측이 영장을 쉽게 받아줄 가능성은 없어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특임검사팀의 소환에 응한 유진그룹 관계자 등 주요 참고인들의 경우 중복수사를 이유로 이미 예정됐던 경찰 소환에 불응하겠다는 의사를 줄줄이 밝혔다고 한다.경찰은 경찰대로 검찰이 송치지휘권을 행사하면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사상초유의 이중수사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데 대해 국민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경찰이 수사중인 사안에 대해 검찰이 뒤늦게 특임검사 카드를 꺼내 독자수사에 뛰어듦으로써 이중수사 상황이 된 것이지만, 어찌됐든 국가의 양대 수사기관이 같은 수사를 놓고 사사건건 반목하고 충돌하는 현 상황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앞으로 양측의 갈등과 대립이 갈데까지 가보자는 식으로 격화된다면 결국 검ㆍ경의 집단이기주의와 수사권 밥그릇싸움으로 전락되고 국민 불신도 그만큼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검찰과 경찰 모두 손해다. 어떤 의미에서는 국정혼란 상황, 정권말기의 국가기관 기강해이라 해도 할 말이 없다. 중복 수사 등으로 사건 관계자들의 인권이 침해되는 상황도 우려된다.
검찰과 경찰은 감정섞인 기싸움을 자제하고 이번 사건 수사에 서로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경찰에는 수사개시권을, 검찰에는 수사지휘권을 부여하고 있다. 국민의 이목이 쏠린 사건을 법에 따라 신속하고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에만 충실한다면 두 수사기관이 상호 협조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김황식 총리는 이번 사태에 대해 검ㆍ경의 자율적인 해결을 촉구하면서 양측이 계속 충돌할 경우 정부차원의 특단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특단 조치로는 검ㆍ경 합동수사본부 방안 등이 강구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차원의 특단 조치나 사태의 책임을 묻는 조치가 내려지기 전에 검찰과 경찰이 상호 협력을 통해 이번 사건을 엄정 처리함으로써 `검ㆍ경 수사갈등'이 아닌 `검ㆍ경 수사협력'의 모범 선례를 전화위복으로 남기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국가기관의 심각한 공신력 실추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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