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허무해지고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고 눈물이 쏟아지는데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만날 사람이 없다.
탈북인 장미리(35. 가명)씨는 한국에서 혼자 보냈던 첫날밤 심정을 이렇게 글로 표현했다.
탈북자들은 하나원에서 나온 첫날밤을 국가로부터 배정받은 11평(1인 기준)임대주택에서 홀로 쓸쓸히 보내야만 한다. 그들 옆에는 하나원에서 가져온 이불과 옷 몇 점, 그리고 단출한 가재도구 몇 개 뿐이다. 남한 나이 1살인 그들은 외딴곳에 버려진 아이처럼 외로움과 두려움으로 첫날밤을 맞이하는 것이다.
하나원 출소 후 첫날밤을 혼자 눈물을 흘리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는 박진주(33. 가명)씨는 “내가 살아야 할 집이 너무나 무섭게 느껴졌어요. 오죽하면 눕지도 못하고 며칠 동안 쪼그린 채 잠을 잤지요.”라며 첫 날밤의 예상치 못한 두려움과 외로움에 많이 시달렸다고 한다.
하나원에 있을 때만 해도 비슷한 입장의 사람들과 같이 있어 외로움을 잊은 채로 살아왔지만 그 첫날은 타향에서의 홀로서기를 비로소 실감하는 시간이어서 더욱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그들은 한국의 문화와 상대하기 전에 이렇듯 외로움 부터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다.
유학을 가는 한국인들조차 향수병에 걸리고 외로움에 눈물 흘린다. 심하면 우울증에도 걸리는데 하물며 고향으로 되돌아갈 수도 없는 탈북인들의 심정을 어찌 짐작이야 할 수 있을까.
지난달 정착 초기 구매했던 가스레인지를 바꿨다는 김은영(35. 가명) 씨는 “낡은 가스레인지를 버릴 때 옛 생각이 떠올라 다시 한번 눈물을 보였다”며 그녀는 한국생활을 같이해온 가스레인지를 수차례 매만지고 나서야 버렸다고 했다. 이처럼 탈북자들은 그동안 '정'에 굶주려 있어서 더욱 쓸쓸해 한다.
정착 초기의 외로움은 누구나 겪게 되지만 탈북자들이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그것이 본인은 물론 앞으로 오게 될 후세 탈북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도 할 것이다.
탈북자 김지영(33. 가명) 씨는 “나도 처음에는 소극적으로 집안에만 있었지만 다양한 행사에도 참가하고 노인 요양원이나 장애인 봉사도 하며 나보다 외롭고 힘든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난 후 내 마음의 병들이 나아졌다”고 했다.
탈북자 이영순(28. 가명) 씨는 하나원 퇴소 후 ‘개선되어야 할 사항이 있으면 선배 탈북자로서 알려달라’ 는 탈북자정착 지원 기관의 질문에 “배정받은 임대주택의 청소를 처음 할 때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견해를 솔직히 이야기했다고 했다.
실제로 얼마 후 그녀의 의견이 반영되어 “지금의 탈북자들은 예전의 자기처럼 임대주택을 혼자서 청소하는 것이 아니라 자원 봉사자들과 같이 어울려 하게 됐다”며 이씨는 기자에게 자랑스레 귀뜀 해줬다. 이처럼 행복이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마중 가야 한다며 말이다.
탈북자의 눈물이 외로움 때문일지 북한에 대한 노여움 때문인지, 또는 두고 온 사람들에 대한 그림움 때문인지,,,아무튼 그 첫 날의 눈물이 훗날 웃으며 추억할 수 있는 성공의 출발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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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석기자 2012.03.28 00:31:27
[ 제공 : 뉴포커스 www.newfocu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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