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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해맑은 미소에서 보람 느끼죠"
<※편집자주 = 전 세계 곳곳에는 나눔과 봉사를 묵묵히 실천하며 코리아의 이미지를 드높이는 한국인이 적지 않다. 2013년 새해를 맞아 열대 초원과 산간 오지에서 재능 기부로 지구촌을 훈훈하게 만드는 젊은이들을 만나본다. ①말라위서 아이들과 벽화 꾸미는 이보람 ②페루 원주민 건강 돌보는 김봉영 ③네팔서 옥수수 농사 돕는 신형준 ④세네갈서 요리로 봉사하는 박미영 4편을 차례로 연재한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인 굿네이버스의 봉사단원으로 지난 3월 아프리카 말라위로 건너간 이보람(24·여) 씨는 처음 말라위에 발을 디뎠을 때 접한 풍경을 잊지 못한다. 우기 끝 무렵의 말라위는 흐드러지게 핀 꽃으로 온통 노란빛이었다.
그러나 때 묻지 않은 말라위의 아름다운 풍경 뒤에는 세계 최하위의 기대수명(47세)과 높은 산모·유아 사망률이라는 어두운 현실이 자리잡고 있었다.
아프리카 최빈국 말라위에서 9개월째 봉사하고 있는 이씨는 1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말라위는 여전히 누군가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곳이면서도 여유와 사랑이 넘치는 곳"이라고 전했다.
덕성여대 아동가족학과에 재학 중이던 이씨는 한 방송사의 아프리카 돕기 프로그램에서 전화 응대 자원봉사를 한 후 실제로 아프리카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굿네이버스의 자원봉사단에 지원하게 됐다.
이씨가 하는 일은 국내 후원자들과 결연한 말라위 아이들을 관리하는 것. 얼마 전부터는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의 프로젝트 공모전에서 당선돼 치무투 마을의 사업장 아동을 대상으로 '꿈꾸는 학교 벽화' 만들기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그림편지 쓰기 대회를 통해 선발된 32명과 함께 학교 벽에 아이들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함께 그린다.
"아이들에게 학교는 또 다른 집입니다. 함께 벽화를 그리면서 아이들에게 행복감을 주고 희망의 메시지도 전달하고 싶었죠. 그늘 하나 없는 곳에서 온종일 그림을 그리면서 아이들은 물론 저도 온통 땀 범벅이 되고 피부도 새카맣게 탔지만 벽화 앞에서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미소를 보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모든 것이 열악한 말라위에서는 매일 3~4시간씩 전기가 끊기거나 물이 나오지 않는 일이 다반사지만 이씨도 곧 그곳 사람들의 낙천적인 태도와 여유로움에 적응해가기 시작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빵오노 빵오노' 문화 때문에 힘들었어요. '천천히 천천히'라는 뜻의 현지어죠. 무엇이든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에서 살다 오니 모든 것이 너무 느리게만 느껴졌어요. 하지만 사람의 적응력이 어찌나 무서운지 지금은 너무나 느린 말라위의 시간과 시도때도없는 단수·정전에 익숙해졌습니다."
나눠 주러 갔지만 얻은 것이 더 많다. 평소에 관심 있는 NGO와 국제개발협력 실무를 배운 것도 소득이지만 말라위 사람들에게 배운 '여유'와 '사랑'이 더 큰 자산이 됐다.
"'아프리카의 따뜻한 심장'으로 불리는 말라위의 사람들은 가난한데도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여유와 순수함이 있는 사람들이죠. 늘 식량이 모자라면서도 수확한 농작물을 이웃에게 나눠주는 사람들을 만나면 내 것만 중요시하던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아이들이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볼 때나 제 이름을 부르며 달려오는 것을 볼 때는 이곳에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요. 이곳에서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고, 주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3월에 임기를 마치고 귀국한 후에도 "아프리카 아이들이 빈곤에서 벗어나 제대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평생 열정과 에너지를 쏟고 싶다"는 이씨는 2013년 한 해가 주위의 어려운 이웃에게 조금씩 희망을 나눠주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낯선 이곳에 오기 전에는 두려운 마음도 컸고 1년이라는 긴 시간에 대한 부담도 있었어요.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이 들죠. 과감히 도전한다면 지금까지의 삶과는 다른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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