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은 동아시아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인사법이다. 통상적인 인사법보다 예를 갖춘 것으로, 현재는 일상생활 속에서 절을 하는 일이 흔하지 않지만 관혼상제와 명절, 입대나 제대 등 큰 일을 앞둔 경우에는 절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전통 예법에서는 “절은 절하는 사람과 절을 받는 사람 사이에서 성립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절을 하는 사람이 몸을 굽히는 행위뿐 아니라 절을 받는 사람이 수긍해야 비로소 절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하는 사람은 있어도 받는 사람은 없는 절이 계속되는 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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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회와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등은 10일 오전 제주해군기지 사업단 정문 앞에서 제주해군기지 저지를 위해 '3만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
민주통합당의 김광진, 장하나 국회의원과 강정마을회는 제주도 서귀포시의 해군기지사업단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서 70일 동안 해군기지 예산집행을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사실상 공사중단을 의미한다”주장하며 “공사강행으로 발생하는 모든 갈등의 책임은 해군과 정부에 있다”고 몰아붙였다.
이들은 공사 저지를 위해 30일간 하루 1천배씩 모두 3만배의 절을 올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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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이 2013년도 예산안에 대한 반대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
장하나 의원은 ‘제주해군기지 6인방’으로 일컬어지는 해군기지 반대파의 일원이다. 이들은 지난해 말 국회에서 벌어진 ‘예산안 연장 사건’ 전부터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적극 반대하는 입장에 서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강경파 취급을 받았다.
장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을 “잔인하고 무식한 청와대 사칭 교도소 앵벌이 좀도둑놈들을 시켜 뉘우침 없이 갈수록 더 잔인하게 독극물과 독가스로 애국시민들을 사찰하여 살해하려는 만고의 역적 이명박은 말로는 안되는 현행범” 이라고 강도높게 비하한 누리꾼의 글을 공식 홈페이지 첫 화면에 걸어두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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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통합당 김광진 의원(자료사진)ⓒ연합뉴스 | ||
김광진 의원은 한때 ‘제2의 김용민’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막말 논란을 빚은 바가 있다. 김 의원은 “새해 소망은 이명박 급사”, “백선엽 장군은 민족반역자”라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휘말렸다.
이뿐 아니라 국가보안법을 악의적으로 조롱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온 겨레가 하나로 뭉쳐 조국통일의 주체적력량(주체적역량)을 굳게 다질 때 우리 민족의 자주적통일념원(자주적통일염원)은 반드시 이룩될 것이다”라는 북한 대남선전기관의 트위터 계정 ‘우리민족끼리’의 글을 리트윗(RT)하며 “이걸 알튀하면 국가보안법(위반)이라는 거죠?”라는 댓글로 국가보안법을 희화화했다. “언젠가부터 북한이 더 믿음이 간다”는 글을 올려 사상이 불순하다는 의혹을 산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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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막말변태 의원'이라는 별칭의 발단이 된 김광진 의원의 트윗. ⓒ트위터 캡쳐 | ||
그런가 하면 "노예가 좋다. 일단 벗고 수갑과 채찍을~","다음에 술먹을때 채찍과 수갑 꼭 챙겨오길...간호사옷하고 교복도...","일단 채찍, 수갑, 개목걸이, 양초 준비해주시고 비디오카메라도 있어야할듯. 복장은 걱정말라. 5일간 옷 안입어도 되니~ 운동좀했죠? 난 몸 좋은 사람 좋아하니까..." 등의 발언으로 '막말변태 의원'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칭을 얻기도 했다.
제주도는 동아시아를 향한 해상 안보의 최전방으로, 국가안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다. 이는 대법원에서 이미 전원 합의를 통해 입증 받았다. 그러나 해군을 “해적”이라고 주장하고, “북한이 더 믿음이 간다”는 반대파의 강경한 태도에 부딪혀 공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국회의원은 임기 초에 국회에서 다음과 같은 선서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선서에서 알 수 있듯이 국회의원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 이 선서가 물론 추진되는 모든 국가사업에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입법, 사법, 행정의 적법한 절차를 거쳐 통과되고 국민의 동의를 얻어 진행 중인 공사가 있다면 다른 국회의원뿐 아니라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여기에 협조하는 것이 도리이다. 그 공사가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와 직접적인 연관을 가진다면 더욱 그렇다.
역대 대선에 비해 경이롭게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는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전국투표율은 75.8%에 그쳤다. 유권자 네명 가운데 한명은 투표소에 가지 않은 셈이다. 이렇게 저조한 투표율에는 “뽑을 사람이 없다”는 하소연으로 대표되는 ‘정치혐오성 염세주의’가 크게 작용한다. 진보나 보수, 여당이나 야당에 관계없이 국민을 진정으로 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정치인이 많기 때문이다. 절은 허리와 무릎에 적잖은 부담을 안긴다. 하루에 1천배씩 30일간 3만배를 진행한다면 탈이 나지 않기도 힘들다. 보통 정성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런 정성과 집념을 진정 국가와 국민들을 위해 사용하는 정치인을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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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인턴 기자 tlstkdqkdw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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