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 안보 토론에서는 온라인,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우열을 가리기 위해 ‘팩트(Fact)’라는 단어가 화두로 떠올랐다.
‘사실’이라는 뜻을 가진 영단어 팩트는 좌우를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 악의적인 흑색선전 가운데에서 개개인의 정치성향과는 관계없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지표를 가리켜 왔다.
팩트는 지난해 좌파 논객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우파 진영의 대표적 논객으로 꼽히는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와의 토론에서 “팩트에 밀렸다”며 패배를 인정하자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주장자라면 당연히 추구해야 하는 가치’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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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의 팩트를 말한다'는 구호를 내세운 팩트TV의 선전 이미지 ⓒ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 ||
그러나 팩트라는 단어가 가지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내세워 개국하는 방송국이 오히려 편향방송을 내보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 될 전망이다.
한명숙TV, 박원순TV, 문재인TV의 제작진이 올해 1월 14일부터 시험방송을 시작한 ‘팩트TV’는 “대한민국 정치의 팩트를 말하겠다”, “방송의 대안, 정치의 대안을 만들겠다”며 출범했다.
이들은 ‘국정원 여직원 사건’. ‘노무현 전 대통령 NLL 포기발언’ 등에 대해 기획영상을 제작해 방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진애, 문성근, 표창원 등 좌파 인사들의 특강과 대선 수개표 문제 제기 등 야권에서 주장하는 이슈들을 주로 다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팩트TV는 3월부터는 시험방송을 확대해 평일 6시간 정규방송과 주요 생중계를 실시하며 ‘팩트TV 개국펀드’를 통한 개국기금 마련을 통해 정식 개국한 뒤에는 24시간 방송을 편성할 예정이다.
하지만 팩트TV의 방송은 팩트를 중시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팩트TV의 방송 카테고리인 ‘역사/인물’에는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등 현대사의 주역들을 허위선전과 악의적 합성을 통해 폄훼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민족문제연구소의 영상들이 올라와 있다. 이름처럼 ‘팩트’를 중시해 방송하는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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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만 대통령을 도덕적으로 폄훼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영상 ⓒ 민족문제연구소 홈페이지 캡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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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규재TV가 제시한 원본 사진 ⓒ 정규재TV 홈페이지 캡쳐 | ||
팩트TV는 이 밖에도 “김일성은 민족영웅”이라는 찬양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인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가 1억 원대 피부과를 이용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던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등의 영상을 방송하고 있다.
‘정치’란에서도 여당의 공직 후보자와 정치인들을 비방하는 내용의 방송은 찾아볼 수 있지만 야당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측면만 보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팩트TV의 이 같은 편향성 논란에 누리꾼들은 “선동하려고 만들었냐”(근덕****), “팩트라는 단어가 오염되고 있다”(반가****), “사진 합성해 이승만 대통령 깎아내린 민족문제연구소 영상을 내보내면서 팩트를 논하냐”(우리****) 등의 댓글을 달며 거부감을 나타냈으나 팩트TV의 지지자들은 시청자 게시판과 SNS 등지에서 “맑은 사회를 위해 후원에 참여하자”(js****), “대환영이다”(옳소****)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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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북주의적 색채로 논란을 빚었던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의 발언 ⓒ 누리꾼 블로그 캡쳐 | ||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를 세우는 계기가 되었던 1917년 10월 러시아 혁명 당시 정권을 잡았던 레닌의 ‘볼셰비키’ 분파는 폭력혁명론과 중앙집권에 의한 조직 통제를 주장한 급진주의자들로, 혁명 과정을 함께했던 ‘멘셰비키’나 사회혁명당에 비해 소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름을 ‘다수파’라는 뜻의 볼셰비키로 바꾸고 경쟁 분파를 ‘소수파’라는 뜻의 ‘멘셰비키’로 부르며 시민들에게 자신들이 다수이며 정통 혁명파라고 선동했다. 그러자 1917년 2월에는 극소수에 불과했던 볼셰비키는 그해 10월 20만 명의 당원들을 확보하며 정말로 다수파가 되어 멘셰비키를 압도하고 정권을 장악, 소련공산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전 세계를 공산화시키기 위한 계급혁명투쟁을 전개하게 된다. 사소한 단어 선택이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것이다.
이렇듯 종북 성향으로 비판받거나 허위사실을 날조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인사들의 영상을 내보내며 “팩트를 말하겠다”고 주장하는 팩트TV 역시 팩트라는 글자로 진실을 호도하며 입지를 넓히고 세력 확장을 위한 선동에 나서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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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인턴 기자 tlstkdqkdw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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