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청계광장에는 촛불을 든 시위대가 모여 5년 전 2008년 촛불시위 사태를 회상했다. 그러나 지난 2008년과는 다르게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를 반대하는 주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시위대는 “진주의료원 지켜내자”,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부정선거 의혹 국정조사·청문회 실시하라”등의 구호를 외쳤으며 일각에서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했다.
이날 시위대는 2008년 촛불시위 당시 즐겨 부르던 민중가요 ‘헌법 제1조’를 소리 높여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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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민석이 작곡한 노래들 ⓒ 누리꾼 블로그 캡쳐 | ||
이 노래는 민주통합당 당가를 작곡한 윤민석(본명 윤정환)의 노래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노래단 출신의 윤민석은 ‘수령님께 드리는 충성의 노래’, ‘김일성 대원수는 인류의 태양’ 등을 작곡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네 차례나 구속되었던 종북 성향인 사람이다.
2003년 평양에 다녀온 윤민석은 다음해 ‘평양에 가보세요’ 라는 신곡을 발표했다. 이 곡은 “사는게 힘들다 느낄 땐 평양에 가보세요, 어려워도 웃으면서 살아가는 그런 사람들 있죠” 등의 가사로 평양을 찬양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곡을 소개하며 “희대의 악법인 국가보안법은 어겨서 깨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보법은 아직도 저 혼자 빨간 불을 켜고 버티고 서서 사고만 일으키는 낡고 고장난 신호등이자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수구 매국노들과 제국주의자들의 저주와 전쟁 숭배의 주문”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며 거리에 나선 시위대가 국가보안법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김일성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노래를 작곡한 윤민석의 곡을 제창하고, 미국산 쇠고기와 무관한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한다면 진정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 의혹은 시위의 명분에 불과하고, 본질은 반미감정을 부추겨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고 대규모 시위를 통한 국정마비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전·의경의 중경상으로 인한 치료비, 진압용 차량과 장비 파손, 시위 지역 인근 업주들의 수입 손실 등 직·간접적인 피해액이 2조6,939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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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통일뉴스 캡쳐 | ||
진정성 논란에 휩싸인 것은 촛불시위대뿐이 아니다. 농민들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지난 2004년 11월 국회 앞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1000인 농민선언’을 개최했다.
이날 서정길 전농 부의장은 “국가보안법이라는 사슬을 가지고 정치하는 자들이 지금도 저 국회 안에서 큰소리를 떵떵거리고 있다”며 “농민들은 다가올 13일 서울역 앞에서 약 3만 명의 ‘행동대원’을 조직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식량주권을 사수하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노동자들의 권익과 조직화를 기치로 내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역시 노동자들의 권익과는 무관한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열린우리당에 의해 국가보안법 폐지 논의가 미뤄졌을 때 민주노총은 매일 당사 앞 촛불집회, 여당 시도지부 항의방문과 농성 등을 벌였으며 국회 앞에서 릴레이 단식농성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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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노총이 지난해 개최한 '국가보안법 철폐 민주노총 결의대회' 현장. '왕재산 간첩단' 사건을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문구가 보인다. ⓒ 연합뉴스 | ||
국가보안법은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하려는 간첩과 좌익사범의 활동을 제한하는 법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기 때문에 사회 구성원 개인이 북한의 독재체제와 주체사상을 선호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하지만 북한을 찬양하며 다른 사람들을 선동한다면 국가보안법 7조에 의해 처벌 받게 된다.
선량한 시민이 국가보안법을 위반할 일은 없다. 설령 북한을 흠모하는 종북주의자도 개인의 ‘취미’에만 그친다면 처벌받지 않는다. 그러나 촛불시위대와 노동계를 비롯한 야권에서는 정치·사회적 현안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며 국가보안법의 전면 폐지를 요구하고 있어 이념 논란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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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인턴 기자 tlstkdqkdw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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