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세카기야(Margaret Sekaggya) 유엔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의 방한에 앞서 6일 열린 ‘2013 한국 인권옹호자 실태 보고대회’에서 국가보안법과 종북 논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 마거릿 세카기야(Margaret Sekaggya) 유엔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 ⓒ UN 캡쳐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이날 “우리나라는 1987년 민주화 운동의 성과로 성치적인 민주화를 보장하는 법과 제도를 갖췄지만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활동가들에게는 아직도 정부가 노골적인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최근 들어 손해배상 소송과 과도한 벌금 부가 등 경제적 제재와 함께 불법사찰, 여론몰이, 국가보안법 적용 등으로 인권 옹호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달 25일에도 “‘종북’낙인을 이유로 이석기·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을 실격시킨다면 양심, 사상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사상과 양심의 자유 보장은 어느 경우든 국민 누구나 누려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가보안법이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는 일면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북한의 세습 독재체제와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것 역시 엄밀히 규정하면 개인의 자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김일성 만세’를 외쳐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자유는 우리나라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기반을 뒤흔들 수 있다. 북한은 대남 적화통일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노동당 규약 등에서 ‘온 세상의 주체사상화’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체제는 근본적으로 구성원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을 원리로 하기 때문에 이를 악용해 민주주의의 가치를 침해하려는 구성원이 나타날 수 있다. 자유를 보장하는 체제가 보장받은 자유에 의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구조적 모순이다.
▲ 반(反) 나치 시위대의 모습 ⓒ dissentmagazine 캡쳐
따라서 민주주의의 원리를 악용해 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구성원에 맞서 다른 구성원과 체제를 지키기 위한 ‘예외사항’을 갖출 수밖에 없는데 이를 ‘방어적 민주주의’라고 한다. 개인의 모든 다양성을 존중하는 상대주의의 개념이 민주주의의 가치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가운데에서도 ‘민주적 기본질서’라는 절대적 기반은 훼손할 수 없다는 것이 방어적 민주주의의 성립 원리다.
방어적 민주주의에서는 테러리스트, 나치주의자 등 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할 목적을 가진 개인 또는 단체의 활동을 제한할 수 있다. 이는 세계 유일의 냉전 국가인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독일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특히 휴전선 너머에 적화통일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 북한을 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북한의 체제에 동조하는 종북주의자들에게까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수 없다.
국내에 암약하고 있는 종북주의, 주체사상파 세력은 이미 ‘사상의 자유’를 보장받았다. 이들이 인권을 내세워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에서도 북한을 찬양·고무하는 등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을 뿐 개인이 김일성 일가를 흠모하거나 주체사상에 입각한 독재체제를 선호해도 ‘사상의 자유’에 따라 처벌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주장하는 세력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인권을 내세워왔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진보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종북 논란을 빚은 단체들은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대’를 결성하고 인권과 자유를 논하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해왔다.
▲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마가렛 세카기야 유엔(UN)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 방한 즈음 2013 한국 인권옹호자 실태 보고대회'에서 박래군(가운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3.5.6 ⓒ 연합뉴스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는 도구로 인권을 이용한 사례는 제주해군기지 반대 운동에서도 일어났다.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는 지난해 12월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시작된 2009년 7월부터 제주 강정에서 공권력의 오·남용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경찰이 활동가들을 고착시키고, 이 과정에서 물리적인 폭력과 굴욕감을 주는 언어폭력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유엔 특별보고관에게 청원서를 보낸 바 있다.
한편 세카기야 보고관은 오는 29일 방한해 열흘 간 우리나라의 인권 실태를 조사해 내년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안보단체 블루유니온에서 운영하는
블루투데이 후원도 소중한 애국입니다
기사에 언급된 취재원과 독자는 블루투데이에 반론, 정정, 사후보도를 청구 할 권리가 있습니다.
권리요구처 : press@bluetoday.net
김준 인턴 기자 tlstkdqkdwl@naver.com
<저작권자 © 블루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