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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일 오후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 페루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홍명보 감독이 0-0 무승부로 경기를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다. 2013.08.14 ⓒ 연합뉴스 | ||
지구를 가리켜 오대양육대주라 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당연한 구획(區劃)으로 알고 있지만 살펴보면 상당한 무리가 있다. 인구대국이라는 중국이 유럽의 인구의 배를 넘는 것은 물론이고 같은 아시아 국가라는 인도 또한 그렇다. 게다가 기독교의 발원지이고 십자군전쟁 등으로 유럽과 역사상 관계가 깊은 중동지방도 아시아에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보면 아시아라는 대륙은 유럽대륙과 비교가 안 되며 유럽은 아시아의 일부인 동남아지방과 비교될 정도일 뿐이다.
오늘날과 같은 육대주의 구획은 19세기에 유럽의 세력이 세계를 지배할 때 만들어진 것으로서 당시의 눈으로 보면 아시아 전체를 합해도 유럽보다 세계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의 비중이 못했다. 오히려 유럽인의 직접적 지배력이 미쳤던 북미, 남미, 아프리카는 더 '세분화' 했으며 특히 '해가지지 않는 나라'였던 영국이 지배하는 호주는 영국의 일부임에도 세계의 한 주로서의 독립적 지위를 부여받았다.
월드컵 티켓을 위해 대한민국 대표팀은 멀리 중동에까지 갔다 오는 수고를 하며 사십억 인구에게 다섯 장이 주어지는 티켓을 받는다. 반면 수억 인구의 유럽은 대부분 육로로 오갈 수 있는 가까운 나라끼리 예선을 하며 열네 장의 티켓이 주어진다.
어떤 이들은 아시아와 유럽의 축구 수준이 다르니 당연하지 않느냐고 한다. 오히려 아시아의 본선 진출국보다 우수한 유럽 국가가 본선에 못 나가는 일이 많으니 아시아 지역에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고 한다. 물론 축구 수준만을 놓고 보면 그렇다. 그러나 월드컵이 세계인의 축제임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편향적 배치는 공정하다 하기 어렵다. 축구 수준에 의한 이러한 세계관은, 19세기 유럽이 저들의 편의에 따라 구획한 세계판도를 국제정치의 역학구도가 달라진 오늘날에도 유지하도록 하는 좋은 구실이 되고 있다. 대륙간컵이라고 하는 컨페드컵 대회에서는 지방조기축구팀수준의 오세아니아 대표가 각 대륙의 우승팀과 함께 참여하기도 한다.
월드컵이 세계인의 축제인 만큼 무작정 각 대륙의 축구수준만을 놓고 참가팀수를 산정하는 것보다는 각 대륙의 인구와 축구팬을 감안하는 것이 올바르다 할 수 있다. 아시아와 유럽을 비교하면 이러한 희망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와 남미를 놓고 보면 상당히 아시아가 배려(?)를 받은 것이 드러난다.
남미는 유럽과 함께 세계축구의 양대산맥으로 불린다. 그럼에도 남미의 참가국은 다섯팀일 뿐이다. 물론 아시아에 비해 인구비례로는 많지만 유럽에 비하면 그들이 축구정치의 강자는 아니라서 그런지 현저한 차이가 난다. 실제로 남미의 월드컵예선 탈락팀들은 아시아 최상위팀에 맞먹는 강호라고 축구전문가들도 말하고 있다.
국민과 축구팬은 승리하는 경기를 원한다. 그런데 적잖은 축구전문가들은 월드컵으로 가는 과정에 있으니 평가전은 평가전으로 보자고들 말한다. 하지만 월드컵성적이 좋았다고 우리나라가 소득이 늘거나 영토가 확장되는 것이 아니다. 평가전이든 월드컵경기든 A매치 축구경기는 국민을 즐겁게 하기위한 게임에 불과하다. 4년마다의 월드컵 하나를 위하여(그것도 대부분 허탈감으로 결말이 나는) 국민과 축구팬은 매경기를 인내하며 보라는 것은 무리한 주문이다.
이번의 對페루 경기는 이겼어야 했다. 아시아 축구가 남미에 못지않다는 것을 계속 보여야 아시아가 그 덩치에 맞는 대접을 국제축구계에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대표팀의 골결정력의 문제는 유럽활동 선수 두엇의 이식(利殖)으로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이번의 기회가, 국제축구의 大義를 위해서는 對일본戰보다도 더욱 절실한 한 번의 승리가 필요한 것이었는데, 또다시 놓쳤던 것은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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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범 mum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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