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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돈키호테를 읽은 사람은 드물어도 그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필자는 이 소설을 완독하려는 시도를 한 적은 있으나 ‘착각하고 덤벼들었다가 얻어맞는’ 장면만 반복해 나오는 것이 지루해서 중단한 바 있다.) 기사도를 실천하여 정의를 실현하는 성취감을 얻고 싶으나 세상은 더 이상 기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주인공은 자신의 희망을 버리지 않고 기사로서 활동하고자 한다. 주인공은 세상을 자신의 활동무대에 적합하도록 바꿔 판단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객관적 시각과는 맞지 않아 많은 해프닝이 일어난다.
이미 혁명전사에 적합한 활동무대가 없어진 지금 혁명전사를 꿈꾸는 것에서 이석기내란음모사건도 돈키호테의 이야기와 공통된다. 이미 이석기내란음모사건의 무게를 경감시키고자하는 성향의 언론은 이 사건을 돈키호테와 같은 행위라고 비유하고 있다.
그런데 돈키호테는 범죄자로 취급받지는 않는다. 그는 다만 자신이 저지른 작은 착각과 실수 때문에 스스로 대가를 치르면서 사람들을 웃기는 광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석기의원 등은 범죄자가 되고 있다. 이는 유사한 동기에서 출발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의 발현이 개인이냐 단체이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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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된 후 진보당 의원들과 본청을 나서고 있다. 2013.9.4 ⓒ 연합뉴스 | ||
똑같이 시대가 지난 가치관을 따르더라도 개인은 자유의사가 있어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깨닫게 되면 실행을 포기하든가 기타 대리만족적인 행위로 전향한다. 반면에 집단의 경우 조직논리로 인해 개인이 쉽사리 바꾸기 어렵기도하고 집단최면으로 비현실성을 감지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리고 비록 어려운 일이라도 집단의 힘으로 실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더해지면 착각은 더욱 선명하고 오래 지속된다.
구시대의 가치를 억지로 유지하려는 것이 집단적일 때 그것이 사회에 해를 주는 방향으로 가는 단적인 예로서 널리 알려진 일본의 범죄단체 야쿠자가 있다.
일본은 17세기 초 전국시대가 통일되자 많은 무사들이 실직했다. 이들 상당수는 무법자가 되어 백성에게 행패를 부리게 되었다. 야쿠자는 이들의 행패에 맞서 싸운 영웅적인 무사 柳生十兵衛(야규쥬베에)의 후계를 자처하고 있다.
세상이 어지럽고 공권력은 무능할 때 무사들에 의한 자발적인 치안조직이 필요하다. 국가조직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의 말단이 아니라 자생적인 작은 조직에서 치안을 행하면 참여하는 자들의 성취감은 훨씬 더하다. 이러한 시대의 영광을 이어가기 위해 조직이 유지되고는 있지만 현실적인 수요와 맞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유지하려다보니 각종 악행에 끼어들게 된다. 야쿠자는 지금도 지진과 같은 재해가 일어나면 조직원을 동원해 봉사에 나서는 등 국민의 지지를 얻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현대판 사무라이로서 언제까지나 국민들의 영웅으로 남고 싶은 것에 말미암는다.
물론 시대와 현실에 주물(鑄物)처럼 들어맞는 규격화된 사상만이 반드시 좋다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의 생각이 다 시대의 현실을 따라 규격화되어 있다면 문화예술도 없다. 다만 시대의 현실과 개인의 이상(理想) 사이의 격차를 보충하는 것은 여러 다른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이러한 동기유발은 잠재에너지이기도 하다. 그런데 범죄단체는 이러한 각각의 에너지를 뭉쳐 왜곡된 위치에 결집시킴으로서 사회건전성을 해치는 작용을 한다.
범죄단체는 개인과 사회의 사상의 격차에 따른 잠재에너지를 편향되게 결집하여 사회에 해를 주는 존재이다. 범죄단체해산법이 발의된 지금 마침 일어난 이석기내란음모사건은 이 법의 입법이 왜 필요한가를 보여준다.
사람들 앞에서 자주 웃어주는 사람은 적어도 사람관계가 나쁜 사람은 아니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다. 통진당이 해체되고, 이석기 의원 등이 행위에 대한 값을 치른 후에는 저마다 국가를 위해 좋은 길에 다시 쓰이길 바란다. 앞으로 각종 범죄단체들이 해체되어, 그 안에서 불순한 목적에 에너지를 저당잡힌 인재들이 새로운 적재적소에서 국익을 위해 활동하게 될 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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