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 31표의 출처를 추정해 보면 6표는 통진당 의원들의 것이 확실하고 나머지 25표가 새누리당, 민주당, 정의당 의원들에게서 나왔음이 추정된다.
정의당 의원들은 비록 통진당과 최근까지 함께 했고 가장 가까운 이념을 가졌다고 알려져 있지만 분당 과정에서의 개인적인 앙금도 크기 때문에 비밀투표에서 통진당을 감싸려는 시도를 했으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25표가 새누리당과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다시 추정된다.
체포동의안에 찬성하지 않은 이른바 이탈표에 대해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서로 이들 ‘반대표’가 상대 당에서 나온 것이라며 공방한다. 새누리당은 찬성하지 않은 31명은 국회 내 종북, 친북 의원 규모라고 주장하며 야당을 겨냥했다. 반면 민주당은 반대표는 민주당에 책임을 덮어씌우기 위한 새누리당의 공작표라고 주장했다.
정치이념에 관심 있는 국민이 보기에 ‘사상에 문제 있는’ 의원이 상대적으로 민주당에 더 많고 민주당의 주장처럼 공작표라 하기에는 상황추정의 비약이 심하다. 일정 수의 반대표를 투표하기로 새누리당 내에서 결정하고 일정 수의 의원들에게 반대표를 할당하였다는 이야기인데 또 그 지시를 받은 의원이 다시 비밀투표에서 ‘양심적’으로 따랐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
||
| ▲ 내란음모ㆍ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5일 오후 수원구치소에 구속수감되기 위해 수원 남부경찰서를 나오며 결백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2013.9.5 ⓒ 연합뉴스 | ||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새누리당이 두둔을 받을 자격은 없다. 새누리당은 자당 내의 의원 중에 ‘종북의원’은 없다는 자신감에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소신껏’ 자유투표를 지시했다고 한다.
민주주의 정당정치의 기본은 정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소속의원들의 개인적성향이 일일이 ‘사상검증’되었다고 자신감을 가지는 것보다는 분명한 당론을 천명하여 국민에게 당에 대한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 면에서 찬성표결 당론을 정한 민주당과 정의당보다도 새누리당은 당의 노선을 국민에게 분명히 보여주지 못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찬성 당론' 이상의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투표에 임해야 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하는 발언은 이언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수식어를 빼고 '찬성 당론'으로 간략하게 정했습니다."나 이정미 정의당 대변인의 "정의당은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에 '찬성'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보다 약하다. “'찬성 당론' 이상의 결연한 의지”를 가진다해도, 찬반 둘밖에 없는 투표에서 찬성당론 그 이상 무엇이 더 있는가? 게다가 “… 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라는 뜨뜻미지근한 표현은 결연히 국가를 이끌어야 할 공당의 자세를 나타내기에는 적합지 않다.
여기에 또다시, 당론을 찬성으로 정했다고 하여 민주당과 정의당을 그저 칭찬하기에는 현실이 부적합하다. 당론을 정했다면 소속의원이 이를 따라야 한다. 그런데 이를 따르지 않았다고 해도 당은 아무론 제재(制裁)를 할 수 없다. 제도권 정당의 당론은 이를 따르게 할 강제력이 있어야지 양심을 두고 따라야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결국 국회에서의 투표는 공개투표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국민은 자신들이 뽑은 대표자가 자신들의 의사를 국정에 제대로 반영하는 지를 알아볼 권리가 있다. 그런데 국회 내에서 자의(恣意)로 무기명 비밀투표를 한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앞으로 모든 국회투표가 공개투표로 이루어져 지금과 같은 ‘이탈표는 저쪽 당의 종북의원들’이라든가 ‘책임씌우기 위한 공작표’ 라든가 하는 유치한 공방이 원천봉쇄 되기를 바란다.
안보단체 블루유니온에서 운영하는
블루투데이 후원도 소중한 애국입니다
기사에 언급된 취재원과 독자는 블루투데이에 반론, 정정, 사후보도를 청구 할 권리가 있습니다.
권리요구처 : press@bluetoday.net
기획팀 mumanews@hanmail.net
<저작권자 © 블루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