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동아시아시대를 위해 한국이 역할을 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더해지고 있다. 일본이나 중국이나 세계의 손꼽히는 강국이지만 중심적인 지도국이 되려면 둘 다 부족하거나 어울리지 않는 면이 있고 그 부족분은 쉽사리 보충될 성격의 것도 아니다.
한국은 건국 후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이제는 발전이 포화상태에 가까워지지 않았느냐 하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그 탈출구로 절대적으로 많이 거론되는 것이 자유통일이다. 그런데 자유통일은 당위성에 대해서는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으나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냐 이다.
실제로 많은 유력 보수인사들은 자유통일의 가치에 대해서 역설(力說)하길 즐겨한다. 하지만 실상 천국의 가치에 대해 역설하는 것만큼이나 공허하게도 느껴진다. 과거에는 북진통일이라는 나름의 방법도 제시되곤 했지만 지금은 평화통일이 거의 조건으로 제시되어 있는 현실애서 “어떻게 통일을?”하는 문제는 더욱 난제(難題)가 되어가기만 한다.
이런 중에 통일전략연구협의회(회장 곽태환)가 주관한 제23회 통일전략포럼이 지난 9월 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려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승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좌우와 진보보수 논리를 넘어서서 민족공동체의 이익과 세계평화를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머리를 맞대고 풀어나가야 합니다. 또한 협상이 온전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힘 있는 자가 힘으로 밀어붙이면 안 됩니다. 그러면 나중에 반드시 반발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힘 있는 자가 힘없는 자를 포용하면 오랜 기간 동안 통합하는 효과를 가져 옵니다. 신라가 가야를 통합할 때 군사적으로 병합하지 않고 가야왕족을 수용하고 가야불교를 수용해서 신라국력이 비약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이렇듯, 남한이 북한을 잘 포용해야 합니다. 그러면 통합의 시너지 효과가 굉장히 높아질 것입니다.
남한의 보수 세력이 이러한 민족사의 현실을 직시하고 북한을 포용해 낼 수 있는 아량을 보일 때 우리 역사의 비약적 진전이 있을 것입니다. 보수는 민족주의적 관점을 가져야 하는데 남한 보수는 이러한 비전을 가지고 있지 못해서 한국사회에서 혼란이 많은 것입니다. 여기에 계신 해외동포가 이런 관점에서 머리를 맞대고 역사의 변화를 맞이하도록 합시다.”
문맥으로만 보면 기존의 담론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내용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분석하면 한국의 ‘애국보수세력’으로서는 당혹스러운 상황설정이 도출된다. 북한의 ‘김씨왕조’와 타협하여 그 지위를 인정해주고 남북한 지도층이 공존하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상상하기 싫은 상황이라고 감추지 말고 앞으로 ‘애국보수세력’은 구체적으로 실현가능한 통일의 방안에 관하여 논의해야 할 것이다. 자유통일이 좋다고 소리 높여 말하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어떻게 해야 자유통일이 가능하냐를 모두가 격의 없이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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