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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도 我와 非我의 투쟁인가?
  • 미래한국
  • 승인 2013.10.2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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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我(아)와 非我(비아)의 투쟁’이라고 말한 이가 있었다.

바로 단재 신채호다. 그는 항일 민족주의자였으며 동시에 사회주의자였다. 대한민국 역사, 특히 국사학계는 이 전통 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오늘 한국의 근현대사를 연구하는 이들은 좌파가 아니고서는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

신채호가 말한 我와 非我는 오늘 국사학계에서는 더 이상 조선민족 對 일본제국이 아니다. 그 대신 역사교과서를 집필할 자격이 있는 민족 사회주의자인 자신들, 我와 이를 비판하고 대안 교과서를 만들려는 다른 이들이 모두 非我일 뿐이다. 역사가 아니라 역사교과서가 ‘투쟁의 판’이 돼 버렸다. 지독한 독선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민족 사회주의 역사학자 我들이 비판하는 非我들은 누구일까. 모두 친일이고 독재를 미화하는 이들인가. 이 문제는 이번 교학사의 역사교과서 문제를 이해하는 본질이 된다.

교학사교과서의 산파 한국현대사연구회

이번 교학사 역사교과서의 산파 역할을 한 한국현대사학회는 2011년 5월 20일 발기와 동시에 설립됐다. 61명 중 역사 전공자 19명을 포함해 경제학, 행정학, 교육학 등 다양한 전공자가 있다. 역사연구모임에 왜 역사학 전공이 아닌, 다른 사회과학 영역의 연구자들이 이렇게 많이 참여한 것일까.

그 대답은 현대사라는 것이 현재 진행 중인 사회과학의 분야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0년에 러시아에서 해제된 스탈린비밀문서에서 북한이 스탈린의 지시로 단독정부 수립을 먼저 계획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이 현대사학회에 소속된 정치학자 이지수 명지대 교수에 의해서였다. 我를 주장하는 국내 민족 사회주의 역사학자들에 의해서가 아니었다.

“한국의 현대사를 연구함에서 중요한 것은 객관적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며 그렇기에 다양한 영역을 전공한 많은 회원들이 현대사를 학문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모였다”고 말한 권희영 한국현대사학회장(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의 창립 취지 발언은 그러한 非我의 유용함에 대한 설명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문제는 진보좌파진영에서 교학사의 교과서에 대해 터무니없고 악의적인 비방을 서슴지 않아 왔다는 사실이다. 한 예로 2011년 9월 27일자 한겨레신문은 ‘일제에 의한 근대화, 교과서에 넣자 했다’는 제목으로 현대사학회가 일제 근대화 식민지론을 역사교과서에 넣어야 한다는 내용을 교과부에 건의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그것은 완전한 날조였음이 현대사학회의 반박으로 밝혀졌다.

또 일부 언론들은 교학사의 교과서가 5·16을 미화했다고 보도했지만 교과서의 내용은 달랐다. 그 내용을 직접 보자.

“5·16 군사 정변은 헌정을 중단시킨 쿠데타였다. 하지만 반공과 함께 자유 우방과의 유대를 강조하였다. 대통령 윤보선은 쿠데타를 인정하였다.”(교학사 p.324)

교학사 교과서는 5·16에 대해 그것이 ‘군사정변’이며 ‘헌정중단’임을 밝히고 그럼에도 5·16이 국민적 지지를 받았던 사실을 간접적으로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가장 경악할 만한 사실은 SBS와 같은 이념 중립적이라는 매체 마저 교학사 교과서를 서슴없이 날조라고 비난한다는 점이다.

한 예로 최근 SBS는 교학사 교과서가 기술한 ‘1920년 제2차 조선교육령에서 한국어가 필수과목으로 지정됐다’는 내용이 허위라고 보도했다. 교학사 교과서가 ‘당시 國語를 일본어가 아닌 한국어로 착각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일본 총독부는 2차 조선교육령에서 한글교육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내선일체를 강조한 일제가 1919년 3·1만세 운동 이후 조선인들에 대한 유화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했던 것이다. 이 사실은 국사편찬위원회의 홈페이지에도 기술돼 있는 내용이고 심지어는 좌파 학원 강사들의 교재에도 그렇게 실려 있는 내용이었다.

이렇듯 진보좌파진영의 교학사 교과서 왜곡과 날조 선동이 터무니없었음에도 그들이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민족사회주의자 신채호의 역사관, ‘我와 非我의 투쟁’ 때문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들은 역사를 무엇으로 인식하는 것일까. 북한이 목표로 하는 사회주의 통일조국에 봉사하는 것이 ‘역사’라고 믿기 때문은 아닐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은 터무니없겠지만 그 원인 역시 ‘터무니없는’ 좌파들의 교과서 시비에서 비롯된다. 이와 관련해 들어야 할 이야기가 있다.

“이 학회를 비판하는 좌편향의 사람이나 제3자가 보더라도 인정할 내용이 돼야 합니다. 한국사뿐 아니라 정치·외교·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회원으로 함께 연구하도록 하고 좌편향이라는 이유로 배제하지 말고 모두 같이 갑론을박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교과서 논쟁 공론화 해야

한국현대사학회의 상임고문을 맡았던 당시 유영익 한동대 교수(현 국사편찬위원장)가 창립총회에서 한 말이다. 유영익 교수는 역사교과서에만 치중하지 말고 역사토론이 더 확대되도록 해야 한다는 주문을 했다.

우리의 아쉬움이 있다면 현대사학회가 교학사 교과서를 만들기 이전에 보다 많은 대중적 세미나를 통해 국민들에게 올바른 역사인식의 배경을 만드는 일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지 하는 점이다. 대중들의 인식이 하루 아침에 변하지는 않기 때문이고 그러한 노력 역시 역사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제 역사 교과서 논쟁은 부질없는 비난 성명전을 벗어나 공론의 장으로 들어가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 역시 팔짱만 끼고 이 문제를 볼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입맛에 맞는 언론이 아니라 공개적 토론과 검증을 거쳐 역사의 문제들을 시대적 요청에 부합하도록 그 의미와 해석들을 진화시켜야 한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라는 말은 역사를 두고 我와 非我간에 투쟁하라는 말이 아니다. 무엇이 우리의 미래가 될지를 과거로부터 배우라는 이야기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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