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서 수험교재 저자로 활약 군에선 장병 위한 재능기부 앞장 한민고 기사 보며 인재육성 공감 3년간 매년 1000만 원 기부 결심 “장병, 절망하기보다 절박해지기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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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식시간을 이용해 기지방호 임무를 수행하는 장갑차 앞에서 임관 전 자신이 집필한 수험서를 살펴보는 이해황 중위. ⓒ 국방일보 | ||
“군에 와서 제가 국가로부터 너무나 많은 혜택을 받았음을 알게 됐습니다. 이번 일이 작은 보답이 되길 바랍니다.”
3000만 원. 큰돈이다. 더구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써 달라며 내놓기엔 실로 큰 액수다. 이렇게 큰돈을 내년 경기도 파주시에 개교하는 국내 최초의 군 자녀 기숙학교 한민고를 위해 써 달라며 기부한 장교가 있어 화제다. 공군3훈련비행단 헌병대대 이해황(28·중위·공군 학사장교 129기) 기동 2소대장이 그 주인공.
부대에서 이 중위는 임무수행에 바쁜 평범한 초급장교일 뿐이지만 사회에서는 수험생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수험교재 저자다. 그가 집필한 ‘국어의 기술 1·2’는 2008년 12월 출간돼 지금까지 100만 부 이상 팔렸을 정도. 이 외에도 ‘이것이 토클이다’ ‘국어의 기술 0’ 등의 베스트셀러를 썼고 수많은 강연을 했다. 이 중위가 이런 생활 속에서 기부를 생활화한 데는 그만의 사연이 숨어 있다.
“고3 때 집안 형편이 급격히 안 좋아졌습니다. 수험생임에도 과외를 하며 생활비를 보태다 보니 3수를 하게 됐습니다. 그때 어떤 출판사 부장께서 어려운 사정을 알고 매달 10만 원과 교사용 수험서를 지원해 주셨습니다. 너무 힘들어 세상에 나 혼자뿐이라고 절망할 때였는데 누군가 따뜻한 손을 내밀어 주던 그때의 감동과 감사함을 잊을 수가 없었지요.”
덕분에 이 중위는 고려대 물리치료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생이 돼 돈을 갚으려 했지만 그분은 받지 않으셨다. 그리고 “훌륭한 사람이 돼 국가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라”고 당부하셨다. 그때의 감동을 가슴에 간직한 이 중위는 조금씩 어려운 주변 학생들을 돕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학생이 돼도 형편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현재 공군5전투비행단에서 의무병으로 복무 중인 동생까지 대학생이 되자 등록금만 매년 2000여만 원이 필요했다. 학자금 대출 이자도 부담스러운 상황. 장학금을 위해 필사적으로 공부에 매달린 덕분에 형제는 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입시 준비를 하면서 국어 성적이 급격하게 향상됐던 자신의 경험을 나누기 위해 대학 3학년 때 쓴 수험서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기부 생활은 날개를 달게 됐다.
“장학금을 받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저처럼 절박한 상황인데 소수점 단위의 학점 차이로 장학금을 못 받는 친구들을 보면서 괴로웠습니다. 운으로 친구의 장학금을 뺏은 것 같았죠. 그래서 책이 잘 팔려 얻게 된 돈을 토대로 졸업 후 모교에 제가 받았던 장학금 1540만 원을 기부했습니다. 아름다운 재단에도 기부를 시작했지요.”
대학 4학년 때는 실습 등으로 학과 장학금을 기대하기 어려워지자 외부로 눈을 돌려 STX 장학재단으로부터 1년간 1600만 원을 지원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STX의 사정이 어려워지자 자신이 받은 금액을 장학재단에 기부했다. 군에 와서도 기부를 멈추지 않았다. 순직 조종사 유자녀를 위한 하늘사랑 장학재단에 월급의 10% 정도를 기부하던 그의 눈에 한민고의 존재가 들어왔다.
“국방일보(2013년 10월 10일자 10면)에서 김태영(전 국방부 장관) 학교법인 한민학원 이사장의 인터뷰를 봤습니다. ‘이름을 걸고 대한민국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제목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어떤 일에 자신의 이름을 건다는 것이 쉽지 않잖아요. 똑같은 돈으로 가장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기부처를 고민하던 차에 김 이사장님의 문제의식에 깊이 공감해 3년간 매년 1000만 원씩 기부를 결심했습니다. 기사를 보면서 한민고가 진짜 우리의 국력을 키울 인재를 배출할 만한 곳이라는 걸 느껴 학교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그런 점에서 제 기부는 기부이자 투자인 셈이죠.”
여건이 된다면 남은 군 생활 동안 재능기부 강연을 매월 1회 이상 하고 싶다는 이 중위는 경제적·학업적인 문제로 힘들어하는 장병들에게 ‘절망하기’보다 ‘절박해지기’를 권했다.
“절박함은 걸림돌조차 디딤돌로 만들지만, 인고의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기다림의 시간이 생각보다 길 수도 있습니다. 전 5~6년이 걸렸죠. 누군가는 이보다 짧을 것이고 누군가는 더 길 것입니다. 하지만, 마침내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견디기 바랍니다. 이 말은 10년 전의 제게 해 주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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