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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3) 평등의 원칙과 통치행위론
  • 블루투데이 기획팀
  • 승인 2012.05.08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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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국가에서 내부의 적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 쉽지 않다. 안보상의 이유로 자유를 제한하면 이를 빌미로 독재타도를 외치며 민주화 투쟁을 하게 된다. 민주화가 성숙하게 되면 이들은 자유를 파괴하기 위해 헌법에서 보장된 자유를 이용한다. 지금 한국에서는 자유를 파괴하기 위해 자유를 이용하는 세력에 의해 홍역을 앓고 있다. 자유를 파괴하기 위해 자유를 사용하는지의 여부는 판단하기가 쉽지 않으며 따라서 악의적인 자유권의 이용을 제한한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의 취약점이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국가보안법이 편파적으로 적용되고 있어 헌법상 법 앞의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정부는 편파적 적용의 방패막이로 통치행위론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것은 허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엄격하게 말하면 이 문제는 법의 적용상의 문제이지 법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법의 적용이 불평등하다면 법을 적용하는 기관에 대해 시정을 요구할 사항이지 그것 때문에 법 자체의 폐기를 요구하는 것은 논점을 벗어난 주장이다. 또한 법의 불평등한 적용으로 인해 개인적 권리의 침해가 있었다면 국가의 구제를 청구할 사항이지 법 자체의 폐기를 요구할 사항이 아니다. 따라서 이 주장은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사유로서는 정당하지 않다. 그러나 논의를 위해 이 주장의 내용을 살펴보자.

역시 박원순의 앞 책에서 해당 부분을 인용하겠다. 박원순은 "이상하게도 어떤 사람에게는 '적'지역에 '잠입'하고 '적'과 '회합'하고 한 일들에 대해 전혀 국가보안법이 적용되지 않기도 한다"고 하면서 "1972년 7·4공동성면 당시 평양에 밀행하여 김일성 주석을 만나고 온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을 예로 들고 있다. 다른 한편 그는 "1988년에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김일성대학교 학생들과의 체육대회'를 제의하여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간부들이 모두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옥고를" 치렀다고 대비하였다. 이어서 그는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가. 왜 엄연히 '법 앞의 만인의 평등'을 선언하는 헌법이 존재하는데도 국가보안법이 어떤 사람들의 행위에 대해서는 녹슨 칼로, 어떤 사람들의 행위에 대해서는 서슬퍼런 칼로 되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인용한 것과 그 책에 기술된 내용은 크게 차이가 없다. 지나치게 내용이 간략하여 상세한 비교는 어렵다. 그러나 이 내용만을 가지고 판단한다면 박원순의 주장은 한편 타당한 면이 있으나 다른 한편 정당하지 않은 면이 있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을 그대로 해석하면 중앙정보부장과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간부에게 국가보안법이 차별적으로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평등'의 의미와 '차별'의 의미는 그렇게 평면적으로 해석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헌법의 이 규정은 모든 사람의 인격이 법 앞에 동등하다는 것의 의미한다. 따라서 학력이나 종교 또는 성별이나 직업의 차이에 따라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구체적 법조항의 구성요건이나 국가와의 권력관계에 따라 어느 법조항이 적용되기도 하고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은 평등조항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예를 들어 동일한 행위라고 할지라도 민간인에게 적용되는 법률과 군인에게 적용되는 법률이 다를 수 있다. 이것을 헌법의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말할 수 없다. 또한 동일한 행위라고 할지라도 예를 들어 '기대가능성'에 따라 어떤 사람은 처벌되기도 하고 다른 어떤 사람은 처벌되지 않기도 한다.

박원순이 위에 든 예는 각기 다른 행동에 대해 국가보안법이 다르게 적용된 사례로써 이것을 단순히 평면적으로 대비하여 국가보안법이 차별적으로 적용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인 모순이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다루어야 한다는 기본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예를 가지고 국가보안법이 헌법의 평등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위의 이후락의 예는 통치행위론을 설명할 수 있는 좋은 예다. 박원순은 같은 책에서 "국가보안법 적용의 편파성에 대한 답변으로서 통치행위를 운위한다는 것은 '나는 해도 되고 너는 해서는 안 된다'라는 법률 이전의 폭력적 논리이거나 왕이나 귀족은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왕조시대의 관념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라고 매도하고 있다. 사실 '통치'라는 말 자체는 자유민주국가에서 쓰기에 적당한 말이 아니다. 왜냐하면 주권은 국민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 위임을 받아 국민의 대표로서 행하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는 일반인의 무분별한 행위와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과 북한의 사회체제가 상이한 경우에 있어 이 문제는 더욱 세심한 주의를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한국과 같은 자유민주국가에서는 공무원과 민간인의 신분이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고 직무에 따른 권한도 다르다. 그러나 북한의 공산군사독재국가에 있어서는 소위 민간부문이란 것이 없다. 북한은 모든 사회생활이 통제되어 있고 수령의 교시 외에 개인의 의견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다. 한국의 시민단체나 민간인이 북한 사람과 접촉할 경우 순수한 민간인끼리의 교류는 없다. 북한의 접촉대상자는 모두 북한의 대남공작 차원에서 조종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앙정보부장의 행위와 학생회 간부의 행위를 동일 선상에서 평면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중앙정보부장이 북한을 방문하거나 북한의 인사와 접촉할 경우 국가보안법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를 지원할 목적"을 가지고 있거나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행한 행위가 아니다. 따라서 중앙정보부장이 북한을 방문하였다고 하여 민간인이나 시민단체가 북한과 접촉하는 것과 동일시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바람직하기는 그 당시에도 현재와 같이 "남북교류협력법"과 같은 것을 먼저 제정하고 그 법에 따라 북한과의 접촉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법을 제정할 정도로 우리 사회가 성숙되어 있지 못한 상태에서, 적과 회담하거나 합의하는 것이 필요할 경우 국민으로부터 권한 위임을 받아 국민의 대표로서 북한과 접촉하는 것은 명백히 민간인이나 시민단체의 행위와는 구별하여야 한다. 이것은 '통치행위'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박원순 등 국가보안법 폐지론자들이 내세우는 이유, 즉 국가보안법의 적용이 헌법의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은 본질을 벗어난 주장이다. 법 적용의 문제는 애당초 시행자의 재량권 남용의 문제는 있을 수 있어도 법 자체의 정당성과는 무관하다. 그리고 공무원이 국민의 대표로서 국민의 권한의 위임을 받아 행하는 행위와 그러한 권한 없이 민간인 또는 시민단체가 행하는 행위를 동일한 행위로 단순 비교를 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헌법의 평등 원칙이나 통치행위 허구론에 바탕을 둔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은 타당하지도 않고 정당하지도 않다.(Konas)

정창인(재향군인회 안보연구위원, 정치철학 박사)

[ 제공 : 코나스 www.konas.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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