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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안보투어 수기 ① 알싸한 그해 초겨울 기억, 그리고 5년만의 되새김질연평도 사진에세이 (글,그림 / 손상익)
  • 소설가 손상익
  • 승인 2015.08.19 18:30
  • 댓글 0
블루유니온 연평도 안보투어 수기 ① 알싸한 그해 초겨울 기억, 그리고 5년만의 되새김질
블루유니온 연평도 안보투어 수기 ② 잿빛 ‘안보교육장’
블루유니온 연평도 안보투어 수기 ③ 대한민국의 창끝
블루유니온 연평도 안보투어 수기 ④ 영광굴비도 ‘연평굴비’앞엔 감히 맞잡이가 되지 못했다
블루유니온 연평도 안보투어 수기 ⑤ 이젠 'Slow Life'다
블루유니온 연평도 안보 투어 수기 ⑥ 그리고… 에필로그

알싸한 그해 초겨울 기억,
그리고 5년만의 되새김질
글과 사진 / 손상익(소설가)
▲ 질박한 ‘빨강 하트’와 삐뚤빼뚤해서 외려 더 착해 보이는 글씨 ‘연평도’. 연평면 중앙로21, 면사무소 가는 길 담장 그림이다. 프로 미술가의 솜씨가 아닌듯하여 더욱이 살가운 이 그림은 연평도 피격 이후 섬을 찾아온 대학생자원봉사단이 “끔찍했던 그 날은 잊으시라.”며 알록달록 그려드린 트라우마 치료용 그림이다. 이 그림의 배경인 맞춰놓은 듯한 퍼즐 조각에 주목하라. 허리 구부정한 연평 섬 노인의 말씀이다. “포탄의 지옥 아수라가 지금도 꿈에서 나타나 식겁하여 잠을 깨곤 하지만, 그러나 어쩌겠수…. 사는 것 자체가 힘들고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 아니겠수. 어쨌건 예서 죽을 순 없잖소. 내 뼈를 묻을 섬인데, 껴안고 사랑할 밖에는요…” ⓒ 손상익

프롤로그
길쭉하게 옆으로 퍼진 섬 그림자 위로 수십 가닥의 검고 붉은 포연(砲煙)이 피어올랐다. TV 뉴스특보엔 ‘연평도에 포탄 50여 발이…’ 큼지막한 자막글씨가 가로로 걸렸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으므로 “저게, 설마… 21세기 한국 땅에서 벌어진 일일까…” 몇 번이나 눈을 비볐다.
그때 난 생뚱스럽게도, 30년도 더 지난 대학생 시절에 보았던 프란시스 코폴라의 기괴한 반전영화 ‘지옥의 묵시록’ 한 장면을 오버랩 시켰다. 베트콩 머리 위로 네이팜탄 융단폭격을 퍼부으며 잔인한 미소를 짓던 킬 고어 중령의 얼굴은, 북녘땅의 수령이니 장군이니 해대는 ‘최고 존엄’들의 기름 낀 얼굴들과 겹쳤다.

▲ 2010년 11월 23일,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북녘정권’이 연평도를 포격했다. ⓒ 인터넷 캡처
▲ 피격된 연평도의 모습을 본 순간 내 뇌리에 퍼뜩 떠오는 데자부(déjàvu) 영상. ⓒ 인터넷 캡처
2010년 11월 23일.
그때 내 사랑하는 가족은 인천 연안부두에서 지척인 용현5동에 살았다. 무차별 악다구니 포탄 세례에 질겁한 연평도 주민들이 인천으로 피난 와 연안부두 근처 대형 찜질방 ‘인스파월드’에 묵었다. 우리 아파트에서 엎어지면 코 닿는 곳이어서, 찬바람만 불면 우리 네 식구가 뻔질나게 드나들던 곳이었다.
그때 초딩 3년생이던 늦둥이는 찜질방과 담장 서너 개 사이였던 신선초등학교에 다녔다. 그해 겨울방학이 시작될 무렵 늦둥이는 달뜬 목소리로 “아빠, 아빠! 연평도에서 피난 온 친구가 우리 반에도 전학 왔어!” 했다.
‘불바다 연평도’는 그때부터 내 마음의 한편을 슴벅슴벅 도려내는 ‘아픔의 싹’으로 자랐다. 그것은 마치 애먼 빚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원금과 이자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그럼에도 내 앞에 닥치는 일상이 늘 고달프고 바빴으므로, 한번은 꼭 가야지, 언젠간 가보게 될 거야…. 맘속으로 주억거리기만 했다.
블루유니온이 주관하는 8월 8일 ‘연평도 1박 2일’ 안보체험여행에 아내와 나, 늦둥이(벌써 중학 2년생이다) 3명이 참여했다. 여행 전날 아내는 식구들이 갈아입을 옷이며 세면용구를 챙겼고, 나는 카메라 장비를 챙겼다. DSLR 바디와 광각, 표준, 망원 줌을 넣고 거기에 외다리 포드까지 챙기니 무게가 20kg을 넘겼다. 내 눈으로 본 연평의 모습을 사진기에라도 담아야, 약간의 속죄라도 될 것 같아서다.
가슴이 뛰었다. “연평도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상념의 꼬투리들이 보풀처럼 일었다.
‘연평바다역’의 소나기
인천서 대연평도까지는 66 해상마일(122km)이다. 스크루로 추진하는 일반여객선이라면 대 여섯 시간은 족히 걸릴 먼 바닷길이다. 그러나 연평도 배는 뱃머리(이물)에서 빨아들인 바닷물 줄기를 마치 로켓의 화염처럼 배 꽁무니(고물)로 세차게 뿜어 추진하는 워터젯(Waterjet) 쾌속선이다. 오전 9시 반에 출항하여 시속 30노트 이상으로 붕붕 날더니, 2시간 만에 당섬의 ‘연평바다역’에 닿았다.
변덕이 죽 꿇듯, 바다 날씨가 꼭 그랬다. 인천에선 멀쩡하던 하늘이 연평도에선 비를 뿌렸다. 연안부두 선착장에서 쾌속선에 오를 때만 해도 폭염주의보까지 내려진 땡볕 여름이었으되, 대연평도의 세찬 소낙비 덕분에 일행의 반팔차림 팔뚝마다엔 오슬오슬 소름이 돋았다.
일행 60여 명이 비를 맞으며 대기하던 미니버스며 봉고차 너 댓 대에 올랐다. 당섬 연육교가 막 끝나갈 때쯤, 차창 오른쪽으로 펼쳐진 연평 해안을 한 손으로 가리키던 60대 중반 봉고 기사가 상기된 듯 목소리 옥타브를 높였다.
“저기 저 바닷가 일대가 보이지요, 저 근방이 온통 불바다였어요. 시뻘건 불기둥과 시커먼 연기들이… 오후 내내 피어올랐어요…” 아직도 삭이지 못하는 분이 철철 묻어나는 그분의 말에, 봉고차에 탔던 그 누구도 선뜻 맞장구를 치지 못했다.
단지 “끄응-” 나지막한 신음 몇 가닥이 흘러나왔다. 민가에 포탄을 퍼부은 그놈들에게 드러분노을 것들을 쌍것들에 대한 저주는 잠시 미룬다 치고, 아닌 대낮에 홍두깨처럼 포탄을 두들겨 맞은 연평사람들에겐 그 어떤 ‘위로’라도 사실 립 서비스에 지나지 않을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름 앞에 큰 대(大)가 붙었다지만, 대연평도는 7㎢(약 212만평) 남짓, 사실 코딱지 만한 섬이다. 맘먹고 걸으면 한나절에 일주할 수 있는 땅덩이다. 대연평도 남쪽의 지척에는 자그만 소연평도(약 7만평)가 삼각뿔 모양으로 바다 위에 동동 떠 있다.
연평중앙로 13번 길 밀물식당의 주인장이 미리 끓여놓은 얼큰한 해물 칼국수로 점심을 들었다.
외딴 섬 연평의 소낙비에 입술까지 파래진 일행은, 복더위에 이런 이열치열이 또 있을까 싶게, 설설 끓는 국물을 후후 불고 떠먹어 몸을 덥혔다. 빗줄기가 가늘어지면서 연평도 일정이 시작됐다.

▲ ⓒ 손상익

블루유니온이 주관한 2015년 8월 8~9일 ‘연평도 1박 2일’ 안보체험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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