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을 강요하는 사회주의자들은 사회를 비탄하면 흔히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외치곤 한다. 이 말은 근본적으로 사회의 순 기능들을 왜곡 시키는 전형적인 선동성 말에 지나지 않는다.
이 세상은 1등을 기억하지만 1등만 기억하지는 않는다. 1등 보다 더욱 값진 2등과 3등에 대해서도 사회에서는 겸손을 나타내곤 한다. 1등만을 기억할 때에는 근본적으로 모두 다 동일한 기회를 제공 해 주었을 때의 결과에 대한 찬사이다.
올림픽을 통해 매번 느낄 수 있는 것은 평등을 강조하는 사회주의 국가들도 금메달을 따기 위해 각종 인권 탄압을 해가며 선수들을 키워낸다는 점이고 그 이면에는 금메달을 통해 민주주의 국가들 보다 더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심리가 자리 잡고 있다.
인간의 가장 고귀한 가친은 평등이 아니라 경쟁이다. 경쟁을 통해 인간은 진보를 이룩하고 인생을 가꿔나간다. 경쟁할 대상이 없는 것만큼 허무한 인생도 없을 것이다. 중국역사상 재위기간이 가장 길었던 청나라 왕조의 강희황제(재위 61년)는 노년에 자신의 경쟁 상대였던 “삼번의 난의 주동자 였던 오삼계, 대만왕 정경, 원제국의 부활을 꿈꾼 가르단”을 회상하기도 하였다.
사람은 경쟁할 대상이 있어야 한다. 2등이 있어야 1등이 빛이 나는 것이고 2등과 3등을 해야 1등을 향한 목표가 생겨나는 것이다. 젊은 나이에 피겨의 모든 영광을 다 받은 피겨 여제 김연아 씨에 대해서는 이제 슬슬 잊혀지는 것만 남았다. 최소한 피겨 부분에 대해서는 새로운 선수나 다른 종목의 신인 루키에게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 될 것이다. 1등이기 때문에 기억되기도 하지만 1등이기 때문에 잊혀지기도 하는 것이다.
1등이라는 것도 숫자로만 기억 될 뿐이다. 정작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1등이라는 결과보다도 1등으로 향하는 과정이다. 도미노 게임을 할 때 가장 큰 재미는 무엇인가? 수 시간에 걸쳐서 힘들게 쌓은 말판들을 하나씩 세우는 과정이 아닐까? 그 도미노가 순식간에 쓰려져 가는 모습을 통해 잠깐의 희열은 느낄 순 있으나 그 뒤에는 언제나 허무가 찾아온다.
복싱의 챔피언은 방어전에서 한번 실패하면 절망으로 떨어지지만 도전자는 한번 실패한 것은 또 다른 도전 기회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이 1등 했다고 배 아파할 것이 못 된다. 그는 1등을 했기 때문에 잠깐의 희열 뒤엔 허무하게 잊혀질 것이다. 오히려 1등을 향해 경주해 나가고 있는 2등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경쟁 대상이 없는 1등은 얼마나 고독할까? 패자에게는 기회라는 것이 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1등 자체보다도 1등으로 향하는 과정이며, 1등을 성취 하였을 때 결과 자체가 아니라 과정을 더욱 기억하는 것이다.
아직도 이 세상은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인가?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사상 첫 체조부문에서 금메달을 딴 양학선 선수를 떠 올려보자. 어떤 기억이 남아 있는가? 시상식에 올라선 양학선 선수인가? 라면을 먹으며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한 양학선 선수의 가족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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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기자 shlee@bluetoday.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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