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 자퇴·소년원 입소 등 방황 거듭했으나 군 입대 후 변화
의젓해진 모습에 아버지는 눈시울 붉혀…아들은 난생처음 “사랑한다” 고백
“군 안 왔다면 꿈꾸지 못했을 것” 고졸 검정고시 합격 후 부사관의 꿈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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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투복을 입고 소초병 임무를 체험한 아버지를 업고 환하게 웃고 있는 김 상병. 사진=조용학 기자 ⓒ 국방일보 | ||
어릴 때부터 어머니 없이 아버지 손에서 자랐다. 다니던 학교도 그만두고 방황의 날들을 보냈다. 군 생활 역시 의미 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던 아들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검정고시에 합격해 그토록 바라던 고등학교 졸업장을 품에 안았다. 더 나아가 부사관이 되고 싶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부모님은 등대와 같다고 한다. 인생의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할 때 길잡이가 돼 준다. 아들은 등대의 반쪽을 군에서 찾았다. 대대장을 비롯해 간부·선임·동기들이 인생의 나침반이 돼 아들을 이끌어줬다. 아버지는 이런 아들이 대견하지만 한편으로는 뒷바라지를 못해준 죄책감에 고개가 숙여진다.
지난 10일 육군31사단 사자연대 김철대대 김성진(22) 상병을 만나기 위해 아버지 김재학(55) 씨가 처음으로 부대를 찾았다. 그동안 건강이 좋지 않아 면회를 오고 싶어도 오지 못했던 아버지는 이날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힘겹게 도착했다. 어른으로 한층 성장한 아들에게 아버지로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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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냥 어리다고 생각했던 아들의 듬직해진 모습에 아버지가 즉석에서 제안한 아들과의 팔씨름. 팽팽했던 대결은 아들의 승리로 끝났지만 아버지는 대견한 마음에 아들의 손을 잡고 미소를 지었다. 사진=조용학 기자 ⓒ 국방일보 | ||
처음으로 부대를 찾은 아버지
모처럼의 부자상봉이지만 아들과 아버지는 서먹해 보였다. 아버지는 애써 지난날을 회상하며 “군에 와서 검정고시도 붙고 군 생활을 잘하고 있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이 기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엄마 없이 잘 돌봐주지 못해 미안함이 크다. 이렇게 잘 자라줘서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들 김 상병도 아버지의 마음을 아는 듯 난생처음으로 “사랑한다”라고 어렵게 입을 뗐다.
가장 먼저 생활관을 둘러본 아버지는 아들과 몸을 부대끼며 생활하는 또래 장병들과 둘러앉아 웃음꽃을 피웠다. 또 관물함을 열어보며 양말과 속옷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세심하게 살폈다. 이어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소초병인 아들의 임무를 체험했다. 아버지는 문득 아들을 한번 업어보고 싶다며 자신보다 덩치가 큰 아들을 등에 업고 기뻐했다. 아들도 이에 화답하듯 아버지를 업어드렸다.
김 상병은 “한 번도 업어 드린 적이 없었는데 아버지가 생각보다 가벼워 왠지 모르게 가슴이 아프다”면서 “이제는 제가 효도하며 돌봐드리겠다”고 했다.
이날 35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렸지만 부자의 정은 날씨보다 더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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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조용학 기자 ⓒ 국방일보 | ||
군대서 찾은 새로운 희망, 검정고시
김 상병의 부모님은 그가 2살 때 이혼했다. 아버지·형과 셋이서 생활하던 김 상병은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해 학교에 수시로 결석하다 중1 때 자퇴했다. 중학교 졸업장은 있어야 했기에 간신히 검정고시를 통해 중졸 학력을 얻었지만 이후 생활은 더 힘들었다. 그는 여유롭지 못한 가정형편을 한탄하며 친구들의 돈을 뺏거나 싸움을 하는 등 오랫동안 혼란과 방황을 거듭했다. 급기야 사회봉사 60시간과 함께 6개월 동안 소년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이후에도 배달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꿈 없이 시간을 보내다가 지난해 4월 입대했다. 초반에는 갑갑한 군 생활에 적응이 되지 않아 아무런 의욕도 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동기들과 미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중대장과 상담을 하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었어요. 저만 힘든 것도 아니고 모두 다 힘든 일을 하는 건데…. 스스로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다짐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죠.”
그후 맡은 임무를 책임감을 가지고 수행하고 성실하게 생활해나갔다. 또 공부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인 지난해 8월 고졸 검정고시에도 합격했다. 김 상병을 위해 선·후임들이 과외선생님을 자청하며 공부를 도와줬고, 부대에서는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줬다. 그는 부대 내 ‘두드림 독서카페’에서 일과 이후 시간부터 밤늦게까지 공부에 매진했다.
꿈에 그리던 고등학교 졸업장을 품게 된 김 상병은 “검정고시 합격은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현재 부대에서 야간 감시 장비와 중첩 감시를 통해 빈틈없는 해안선 매복 작전을 펼치면서, 주둔지 및 해안소초 제초작업과 매복지 정비 작업에도 열성을 다한다. 또한 5중대 4소대 2분대의 부분대장으로서 분대장을 도와 분대원 관리 및 보조 임무를 수행하며 충실히 군 생활을 하고 있다.
병사의 마음 헤아리는 부사관 되고파
군 입대 후 첫 번째 목표를 달성한 데 이어 부사관을 꿈꾸고 있는 김 상병은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공부하며 자기계발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대대장 김명수 중령은 “어려운 가정환경에도 낙심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성진이의 모습이 다른 병사들에게 동기 부여가 된다”며 “부대에서는 성진이가 또 다른 꿈을 이룰 수 있을 때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 상병은 꼭 유능하고 멋진 부사관이 되고 싶다면서 남은 군 생활도 나와 주변 사람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군에 안 왔다면 이런 꿈을 꾸지도 못했겠죠. 병사 생활을 하고 있으니 그들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임무 수행은 열정적으로 하고, 일과 이후엔 친구 같은 간부가 되고 싶습니다. 제 경험을 살려 저처럼 힘들어하는 병사들을 마음으로 챙겨주는 부사관이 될 겁니다. 지켜봐 주세요.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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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복무 중인 생활관 전우들의 응원을 받으며 김 상병과 아버지가 낯설지만 뜨겁고 진한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조용학 기자 ⓒ 국방일보 | ||
사랑의 편지 -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입대도 못 봐 큰 아쉬움 씩씩한 아들 보니 대견”
사랑하는 아들 성진이에게
무더운 여름날 군 생활 하느라 고생이 많지?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성진이가 군에 가는 걸 보지 못한 게 아빠에게는 큰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단다. 그럼에도 군 생활을 잘하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도 고맙구나. 네가 사회에서 짧은 배움으로 고교 졸업장이 없는 게 항상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군에서 고등학교 졸업장을 취득했다는 소식에 무거웠던 아빠의 마음이 가벼워졌어. 정말 대견하고 고맙구나.
어리게만 느껴지던 성진이가 이제는 성인으로서 씩씩한 군인이 돼 못난 아빠를 이해해 주니 감사하고 다행으로 생각한다.
성진아! 그동안 아빠와 안 좋았던 모든 것은 잊어버려라. 앞으로 우리 가족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아빠도 노력할게. 끝으로 아빠처럼 바보 같은 인생 살지 말고, 건강한 정신과 몸으로 사회생활 잘해나가길 바란다.
감사의 편지 - “철없이 행동해 죄송 이젠 행동에 책임지는 아들 되도록 노력할게요”
사랑하는 아빠께
아빠, 저 성진이에요. 이렇게 편지 써보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요. 군대 오기 전 아빠 속 많이 썩이고 말도 잘 안 들었는데 먼저 죄송하다는 말부터 전하고 싶어요. 그래도 이렇게 잘 클 수 있었던 건 아빠 덕분인데 어릴 땐 그걸 몰라서 철없이 행동했습니다. 제가 잘못해도 늘 감싸주고 위로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 덕분에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군 생활을 할 수 있었고요. 아직은 서투르고 어리지만 앞으로 좀 더 어른스러워지고 제가 하는 행동에 책임질 줄 아는 그런 아들 되도록 노력할게요.
아빠! 저는 요즘 부사관이 되고 싶은 꿈이 생겼어요. 힘이 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볼게요. 제가 미래를 위해 노력할 테니까 아빠도 술 적당히 드시고 건강에 신경 쓰셨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저 잘 키워주신 거 감사드립니다. 그 은혜 잊지 않을게요.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출처 : 국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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