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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신년사를 통해 ‘통일 대박론’을 언급하면서 한국의 주요언론들은 새해 벽두부터 통일문제를 주요 화두로 다루기 시작했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통일 논의가 활기를 띠고 있다. 장성택의 처형이 보여준 북한정권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을 보면서 급변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도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본론으로 들어가 보면 통일문제는 난마처럼 얽힌 내외의 딜레마들에 포위되어 있어 대한민국이 과연 통일에 제대로 대비하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의문스럽다. 즉, 통일을 위한 주변여건도 불비하고 우리 스스로의 통일준비도 부족하기 짝이 없다.
우선, 주변여건부터가 그렇다. 한반도 차원에서 통일여건이 조성된다 하더라도 주변국들의 동의와 국제사회의 지지가 없다면 우리가 바라는 통일, 다시 말해 헌법 제4조가 명시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질서 하의 평화통일’은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눈을 닦고 둘러봐도 이런 통일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줄 나라는 보이지 않는다. 동북아에 신냉전 구도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세(勢)경쟁에 여념이 없는 중국은 정치‧군사 동맹국인 북한의 존속을 바랄 수밖에 없는 입장이며, 파탄상태나 다름이 없는 현재의 한일관계 하에서 군사대국화에 열을 올리는 일본이 진심으로 통일을 지지해줄 가능성도 희박하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한일관계 악화를 걱정하는 것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만큼 위험하여 여차하면 ‘친일’로 매도당한다. 러시아의 경우 통일한국과의 경제교류 확대가 가져올 경제적 이익을 의식하여 중립적인 자세를 취해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아닐 것이다. 그나마 나서줄 가능성이 있는 나라는 미국뿐이지만, 미국 역시 한국내 보혁갈등에 주목하면서 통일한국의 친중화(親中化)를 우려하는 입장이어서 얼마나 희생적으로 통일을 도와줄 것인지는 의문스럽다. 지금은 우리가 과연 친통일적 주변환경을 만들어가는 노력을 제대로 하면서 통일논의에 임하고 있는지를 점검해봐야 할 때이다.
한반도 차원에서는 남과 북의 동상이몽(同床異夢)이 지속되고 있다. 남북의 대표들이 회담자리에서 “우리 통일합시다”라는 덕담을 나누기는 쉽지만, 어떤 통일을 할 것인가에 들어가면 입도 벙긋할 수 없다. 우리는 북한이 인권개선, 민주화, 경제개방 등의 변화를 거듭하여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 칙에 입각한 합의통일이 가능해지기를 바라지만, 북한정권에게는 그것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북한은 예나 지금이나 ‘남조선 내부의 혁명역량 확대’를 통해 한국을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사회로 바꾸어 ‘김일성‧김정일주의 하의 사회주의 통일’을 이룬다는 목표를 고수하고 있다. 말하자면 남북 모두가 ‘김정은 수령’을 모시는 통일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인데, 당연히 우리에게는 어림도 없는 소리다.
이런 주변여건이라면 한국 스스로만이라도 국민적 합의 하에 통일준비를 가다듬고 있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통상 통일문제를 논의한다고 하면 통일의 가치, 통일의 내용, 통일에 이르는 과정, 법적 통일 이후 정신적 통일에 이르는 남북통합 대비 등 4대 주제에 대해 논의함을 의미하는데, 이들 주제들은 대체로 국민적 합의가 부재하거나 정치적 민감성 때문에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하는 상태에 머물고 있어 통일논의의 ‘끊어진 고리(missing links)'가 되고 있다. 다시 말해, 고질적인 보혁분열 현상이 통일문제에도 그대로 투영되어 ‘통일-반통일’ 논쟁이 혼란스럽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우선, ‘통일의 가치’는 정치적 민감성은 없지만 개인주의적‧실용주의적 사고에 밀려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분야다. 오늘날 한국에는 돈이 많이 드는 통일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으며, 막대한 통일비용을 들인 후 나중에 통일편익을 발생한다는 점을 문제삼아 “내가 왜 후세를 위해 세금폭탄을 맞아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통일은 한국이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할 뿐 아니라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민족사적‧세계사적 가치들을 수반하며, 통일의 가치에 대한 교육을 통해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은 통일의 가치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촉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통일의 내용과 통일의 과정을 다루는 논의에 들어가면 얘기는 많이 달라진다.
‘통일의 내용’이란 어떤 통일을 지향할 것인가를 다루는 주제로 헌법이 ‘자유민주주의 질서 하의 평화통일’이라는 정론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연방제 통일이나 중립화 통일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고, 직간접으로 북한이 원하는 ‘주체통일’에 동조하는 종북세력도 엄존한다. 연방제 통일이란 중앙정부가 정치, 군사, 외교 등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면서 여타 부문에 있어서는 남과 북이 현재처럼 알아서 통치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이것이 헌법 제4조를 위배함은 말할 것도 없고 상호간 적대적 경쟁 관계에 있는 두 체제를 연방제 국가로 통일한다는 발상 자체가 궤변이다. 대남도발을 일삼는 북한군과 이를 저지하는 한국군에게 같은 군복을 입혀 단일 지휘라인 하에 두자는 것은 소설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이지만, 한국에는 ‘올림픽 단일팀 구성’ 등 연방제가 가져다 줄 매력적인 부분만을 중시하여 북한이 주장해온 ‘고려연방제’에 대해 달콤한 생각을 가진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중립화 통일 역시 실패한 북한 체제와 성공한 남한 체제를 혼합하자는 것으로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명시한 헌법에 위배된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런 발상이나 주장을 통제하는 법체제는 작동되지 않고 있다.
‘통일의 과정’은 정치적으로 가장 민감한 주제로서 심각한 보혁갈등과 혼란스러운 ‘통일-반통일’ 논쟁으로 점철되어 있다. 이런 문제점을 분석하기 위해 우선 대북정책의 큰 틀부터 고찰해보기로 하자. 모든 것을 종합할 때, 우리의 대북정책은 ‘평화적 분단관리’와 ‘북한의 변화’라고 하는 두 목표를 조화롭게 추구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평화적 분단관리는 군사충돌의 불식과 경제안정 그리고 남북상생을 위해 필요한 것이며, 이를 위해 남북 정부간 화해협력을 추구해야 함은 당연하다. 이와 동시에, 북한이 바뀌지 않는다면 남북 주민이 자유롭게 왕래하고 교류하는 진정한 화해협력이 어렵고 자유민주주의 평화통일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북한의 변화’ 역시 또 하나의 중요한 목표일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평화적 분단관리와 북한의 변화’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쫒아야 한다는 것이 대북정책의 정론이며, 그 중에서도 북한의 변화를 통한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통일의 정론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 ‘진보’를 자처하는 인사들 중에는 “남과 북이 사이좋게 지내야만 평화통일이 가능하다”는 논리와 함께 ‘조건없는 대북지원과 포용’을 주장하면서 북한의 변화를 선도‧촉구하는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북한을 자극하여 남북관계를 파탄시키고 평화통일을 불가능하게 하는 반통일 정책‘이라는 비난을 퍼붓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물론 이는 궤변이다. 무조건적 대북포용과 대북지원은 남북 정부간 관계개선과 협력을 가져와 평화적 분단관리에 기여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필요한 것이지만, 이것을 통일로 가는 길이라고 주장하면 궤변이 되고 만다. 즉, 남북 주민 간의 접촉과 북한주민에 대한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불투명한 대북지원이나 화해협력은 북한정권의 통치력을 강화시키고 체제의 생존력을 높여주기 때문에 분단을 고착시키는 효과를 발생한다. 때문에, 조건없는 대북관용과 지원이 통일을 가져온다는 주장은 북한주도의 사회주의 통일을 바라는 자들에게는 정론이 되지만, 한국주도의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궤변이 되고 만다.
흡수통일은 헌법이 명시하는 ‘자유민주주의 평화통일’로 가는 또 하나의 과정이지만, 흡수통일에 대비하는 문제도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한국에게 있어 통일정책의 정론은 북한의 안정적‧점진적 변화를 선도하여 그 연장선에서 자유민주주의 평화통일을 끌어내는 것이며, 남북관계를 황폐화시키고 긴장을 자초하는 ‘북한붕괴’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우리의 의사와 무관하게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하여 북한주민과 국제사회가 한국에 의한 흡수통일을 요구하는 상황에 대비하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하다. 즉, 흡수통일을 위해 북한의 붕괴를 부추기는 것은 통일정론이 아니지만, 우리의 의사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흡수통일의 기회에 조용히 그러나 철저하게 대비하는 것은 통일정론이다. 하지만, 한국사회에는 급변대비 자체를 ‘북한을 자극하여 평화통일을 불가능하게 하는 반통일 정책’으로 매도하는 세력들이 적지 않고, 정치권에는 “북한을 붕괴대상으로 간주하면서 어떻게 남북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느냐”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하지만, 자세히 따져보면 이 역시 궤변이다. 장맛비를 머금은 산은 언제든 무너져내릴 수 있다. 예고없는 산사태에 대비하는 것을 ‘반통일’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또 하나의 통일궤변일 수밖에 없다.
이렇듯 통일의 과정에 관한 혼란과 궤변이 난무하는 중에 통합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축적될 리가 없다. 통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일단 법적 통일이 선포된 지점 이후 최대한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남과 북의 각종 제도와 기구들을 통합하기 위한 시나리오들을 준비해야 하며, 이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예멘의 사례를 되풀이해야 할지도 모른다. 자유주의 체제의 북예멘과 사회주의 체제의 남예멘이 합의통일을 성사시킨 것은 1990년 5월이었지만 이후 통합에 실패하여 내전이 발생했으며, 1994년 북예멘이 무력을 통해 다시 통일을 성취해야 했었다. 순조로운 통합을 위해서는 군사, 정치, 경제, 문화 등 각 분야별로 통합을 위한 상세한 각본을 완비하고 업데이트를 반복해야 하지만, 국정원이나 통일부가 이런 준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을 들어본 적은 없다.
문제는 일반국민이 정론과 궤변을 쉽게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이며, 이런 혼란을 틈타 ‘진보’를 자처하는 인사들은 분단을 평화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정책을 통일로 가는 길이라고 우기는 궤변을 멈추지 않는다. 이들이 “평화통일이 되려면 남북간 사이가 좋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정권이 원하는 대로 조건없는 지원을 제공하고 포용해야 하지 않는냐”라고 설파하면, 비전문가 국민은 그대로 설득당하기 쉽다. 이런 단체들이 사용하는 명함에는 예외없이 ‘통일’이라는 표현이 들어 있지만, 국민은 이들이 추구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통일이 아니라 남북 정부간 화해협력이라는 사실을 잘 모른다. 이들의 주장이 정론이 되기 위해서는 헌법 제4조를 “어떤 통일이든 무방하다”로 고쳐야 한다는 사실도 잘 모르고 있다. 우리사회에 이런 혼란이 지속되는 상태에서 대한민국이 일사불란하게 ’통일로 가는 길‘을 갈 수 있을지는 심히 의문스럽다.
그럼에도 통일논의와 관련한 혼란을 치유함에 있어 최대의 장애물은 정치권의 분열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정치권에는 대북지원과 화해협력을 평화통일로 가는 길이라고 믿고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지만, “평화적 분단관리를 위해서는 대북지원과 화해협력이 필요하지만 자유민주주의 통일로 가는 길은 아니기 때문에 통일 위해서는 북한의 변화도 함께 추구해야 한다”고 꼬집어 지적해주는 정치세력은 제도권 내에 별로 보이지 않는다. 또한 우리의 국회에는 북한의 노선을 지지하는 종북세력은 존재하지만, 그에 적극적으로 맞서 반론을 펼치는 애국세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야당이 종북세력의 국회입성을 위한 숙주 역할을 해주는 것에 반해 여당은 ‘수구’ 이미지를 두려워하여 애국세력을 포용하지 않은 것에서 기인하는 현상이지만, 어쨌든 이런 정치권 구도에서 통일관련 공직자들이 소신을 가지고 통일업무에 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북한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대북원칙을 강조했다가는 ‘반통일’로 추궁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공직자들이 소신있는 대북정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급변사태 대비 문제도 그렇다. 국정원 등 관련기관이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각종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것은 필요하고 당연한 일이지만, 진보정부가 들어서면 남북관계를 파탄내는 반통일적 일을 한 것으로 비난받을 수 있다면, 국정원이 일관된 통일준비를 축적하기는 어렵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한국 정치권이 일정한 대북원칙을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으로 나누어져 반목하는 가운데 그 세력들이 번갈아 집권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북한이 한국정부가 제시하는 대북원칙에 순종할 이유는 없다. 한국 국회에 “북한정권이 원하는 무조건적 지원과 포용이 통일의 길”이라고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은데, 북한이 서둘러 사회주의 통일론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통일정론과 궤변을 둘러싼 정치권의 분열은 국민적 혼란을 재생산하며 정부의 일관된 대북정책‧통일정책이나 통일대비를 어렵게 만들뿐 아니라, 북한의 변화를 끌어내는 대북정책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결과까지 낳고 있다. 요컨대, 현재의 정치권 구도로는 제대로 통일에 대비하기가 어렵다.
이렇듯 한국사회에서는 “통일이 필요하다”라는 총론에 한 목소리를 내기는 상대적으로 쉽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궤변들이 정론들을 ‘반통일’로 몰아붙이고 국민이 이를 식별하지 못하는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우리가 제대로 통일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통일의 기회는 우리의 준비상태와 무관하게 새벽녘 도둑처럼 예고없이 찾아올 수 있다. 또한, 아무리 분열과 혼란이 심하다고 해서 통일의 창이 닫혀있는 것도 아니다. 애국가의 가사처럼 ‘하느님이 보우하시면’ 언제든 통일은 눈앞의 현실로 닥칠 수 있다. 때문에 우리는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심정으로 통일에 대비해야 하고 통일 기회를 넓히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 주도의 자유민주주의 평화통일에 대한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한 통일외교를 게을리 해서 안 되지만, 그에 앞서 우리사회 내에서 통일정론에 대한 합의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 정부간 화해협력을 추구하는 것과 끊임없이 북한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상호간 상충성에도 불구하고 조화롭게 추구되어야 하는 대북정책의 2대 목표이다. 전자는 ‘분단’이라는 현실을 중시하고 그 분단을 평화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후자는 ‘통일꿈’을 위해 필요하다. 때문에 상호간 ‘통일-반통일’ 삿대질을 주고받기보다는 병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평화적 분단관리 정책을 통일정책이라고 우기는 궤변은 확실히 정리되어야 한다. 급변대비와 관련한 혼란도 정리되어야 한다. 북한의 완변(緩變)을 통한 평화통일은 추구해야 하는 수퍼골(super-goal)이지만 북한의 급변(急變)에 이은 흡수통일은 조용히 대비해야 하는 대상이다. 통일부 업무에 대한 공감대도 필요하다. 통일부는 평화적 분단관리와 북한의 변화를 조화롭게 추구해야 하는 일선부처로서,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을 위해서도 힘써야 하지만 북한의 변화를 선도하고 급변에 대비하는 종합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통일부를 ‘남북교류협력부’ 쯤으로 축소시키는 발상은 근절되어야 한다.
정부와 국민은 이런 공감대를 구축해야 하지만, 그 이전에 정치권이 통일정론들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특히 한국의 정치권은 독일통일로부터 교훈점을 배워야 한다. 서독은 1970년대 브란트 총리가 동방정책을 수립한 25년에 걸쳐 무서운 일관성으로 동독을 변화시켰다. 그 기간동안 총리가 세 번이나 바뀌고 집권당이 교체되었지만, 대동독정책에 관한 한 서독 정치권은 초당적 자세로 일관성을 유지했었다. 정치권의 공감대 위해서 서독정부는 동독정부에 대한 지원을 통해 양독 정부간 화해협력을 추구하면서도 ‘조건과 투명성’을 강조한 지원과 경제협력으로 동독 주민과의 접촉을 넓히면서 동독내부의 변화를 추구했었다. 서독정부의 무서운 일관성 앞에 동독은 가랑비에 옷젖듯 조금씩 변화해갔으며, 그것이 1990년 독일통일을 가져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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