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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신년사에서 ‘통일 대박’을 언급하면서 통일이 주요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주변여건이 친통일적이지 않은데다 국내 사정도 녹록치 않다. 주변을 둘러봐도 통일을 적극 지지해줄 나라가 잘 보이지 않는데다 한국사회에서는 여전히 통일괴담들이 국민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진실로 통일을 준비하는 길은 멀고도 험란하다.
헌법 제4조가 명시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에 이르는 길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북한이 언론과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고 국민이 정부를 선택하는 민주국가로 변화하다가 어느 시점에 남북이 휴전선의 불필요성에 공감하여 통일에 합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의 붕괴에 이어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북한을 흡수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합의통일 시계’와 ‘흡수통일 시계’라는 두 개의 통일시계가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두 개의 통일시계가 반대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북한이 주민의 삶의 질을 중시하여 개혁개방을 수용하고 변화를 지속하면 합의통일 시계의 바늘은 자정을 향해 움직이지만, 흡수통일 시계는 오히려 뒤로 움직인다. 반대로 북한이 변화가 정권과 체제의 생존성을 위협하 는 것으로 간주하여 개혁개방을 원천 봉쇄하고 체제단속을 다그치는 상황에서는 합의통일 가능성은 멀어지지만, 북한내부의 폭발성이 커지면서 흡수통일 가능성은 높아진다.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급변사태와 흡수통일의 가능성이 전문가들 사이에 회자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한국이 통일을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내부에 창궐하는 통일괴담들을 정리해야 한다. 예를 들어, 통일의 내용과 관련해서 헌법이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명시하고 있음에도 연방제 괴담이나 중립화 괴담들이 나돌아 다니는 것이 현실이다. 통일의 과정과 관련해서는 더욱 혼란스러운 괴담들이 떠돌아다닌다. 사실, 우리의 대북정책은 ‘평화적 분단관리’와 ‘북한의 변화’라고 하는 두 목표를 조화롭게 추구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평화적 분단관리는 ‘분단’이라는 현실을 중시하여 남북상생과 경제안정을 위한 것이며, 북한의 변화는 자유민주주의 통일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하다. 이 중에서 “북한의 안정적 변화를 통한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추구한다”는 부분이 헌법 취지에 부합하는 통일정론이다.
하지만, 한국에는 “북한의 변화를 선도‧촉구하는 정책은 북한을 자극하여 남북관계를 파탄시키기 때문에 반통일 정책”이라고 매도하면서 ‘조건없는 포용과 지원이 평화통일로 가는 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은 북한정부를 끌어안아서 남북이 충돌없이 상생하자는 것인데, 남북간 관계를 개선시켜 평화적 분단관리에 기여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필요한 대북정책의 일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정권의 내부 통치력을 강화시키고 북한체제의 생존력을 높이기 때문에 분단을 고착시키는 효과를 발생하기 때문에 ‘통일로 가는 길’이라고 주장하면 괴담이 되고 만다.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북한정부와의 화해협력 관계를 모색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을 변화시키는 노력도 병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에는 ‘분단안주’ 세력이 스스로를 ‘통일세력’이라고 주장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국민은 이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흡수통일은 자유민주주의 통일로 가는 또 하나의 과정이지만, 한국이 많은 위험부담을 무릅쓰면서까지 북한붕괴를 추구하는 정책을 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의 의사와 무관하게 급변사태가 발생하고 시대와 역사가 한국주도 흡수통일을 요구하는 상황에 대비하는 것은 필요하다. 즉, 흡수통일을 추구하는 것은 통일정론이 아니지만, 흡수통일에 대비하는 것은 통일정론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정치권에는 “북한을 흡수대상으로 간주하면서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을 기대할 수 있느냐”라고 반문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흡수통일 시계를 쳐다보지도 않는 이들과 더불어 통일을 준비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일 수밖에 없다.
요컨대, 한국이 진정 통일을 가꾸어가기 위해서는 통일정론과 통일궤변을 확실히 구분하는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며, 그러한 공감대 위해서 ‘화해협력’과 ‘북한의 변화’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조화롭게 그리고 일관되게 따라가는 저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두 개의 통일시계를 번갈아 바라보면서 할 수 있는 바를 다해야 한다. 합의통일을 위해 북한의 변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하지만, 새벽녘 도둑처럼 찾아올 수 있는 흡수통일에도 대비해야 한다. 애국가의 가사처럼 ‘하느님이 보우하시면’ 통일은 언제든 현실로 닥칠 수 있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부의 통일괴담들부터 정리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통일대박론은 실질절 통일논의를 위한 소중한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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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교수 press@bluetoday.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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