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2000년 춘천시 근화동 소양강변에 춘천대첩기념평화공원이 건립됐다. 사진은 공원 정문의 모습. | ||
 |
||
| ▲ 북한군이 주력을 투입해 공세를 감행했던 모진교는 화천과 춘천을 잇는 도로상의 요충지였다. 그러나 춘천댐이 만들어진 이후 수몰됐다. 사진은 당시 모진교가 있던 곳이다. | ||
|
6.25전쟁이 발발한 당일 새벽 춘천. 북한군은 모진교 일대를 비롯해 38도선 전역에 강력한 공격준비사격을 퍼부은 후 기습적인 남침을 시작했다. 그때 춘천 근교의 38도선에는 소낙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소낙비와 적의 포격이 뒤섞인 38도선 방어진지는 단숨에아비규환의 수라장으로 변했다. 이때의 포격은 38도선후방 3km지점까지 도달했다.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대규모의 포격이었다. 그리고 그때 북한군이 발사한 포탄 1발이전투호에 명중하며 당시 그곳을 지키고 있던 7연대 9중대 장병들이 산화하고 말았다. 그 중에는 중대장이었던 이래흥 육군 대위도 있었다. |
제6사단 모진교 통제 일사불란하게 지휘
전쟁 당일 장병 휴가 등 최악의 조건서 사투
춘천 일대 북한군 3일간 저지…본인은 산화
고(故) 이래흥 대위는 1926년 10월 29일 충청북도 진천군 문백면 봉죽리에서 출생했다. 그는 정부가 수립되기 직전인 1948년 8월 9일 조선경비대사관학교(현 육군사관학교) 장교후보생 제7기로 입교했다. 그해 12월 21일 육군소위로 임관한 그는 충청북도 청주에 주둔하고 있던 제6여단 예하의 제7연대 제11중대 소대장으로 부임했다.
이래흥 소위가 소대장으로 근무하던 건군 초기는 부대의 증·창설과 북한군의 도발로 인해 부대 이동이 잦았다. 이래흥 소위가 소속된 제6여단은 38도선 경계근무를 위해 1949년 2월 22일 강원도 원주로 이동했다. 여단은 춘천에 제8연대를, 강릉에 제10연대를 배치해 120㎞에 달하는 38도선을 경계했다. 이래흥 소위가 소속된 제7연대는 원주에서 예비임무를 수행하게 했다.
1949년 5월 4일 제8연대 제1대대장이었던 표무원 소령이, 다음날엔 제2대대장이었던 강태무 소령이 각각 대대를 이끌고 월북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육군본부는 제7연대와 제8연대를 교대하게 했다. 이래흥 소위가 소속된 제7연대는 5월 6일 춘천으로 이동해 38도선 경계를 담당하면서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게 됐다. 5월 12일 제6여단은 제6사단으로 승격됐다.
제7연대는 지역의 관공서와 주민의 지원을 받아 춘천 시가지 바로 북쪽에 위치한 38도선의 진지 공사에 착수했다. 제7연대는 상급부대의 재정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당시에는 거의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던 시절이었다. 제7연대는 공사자재와 인력 등을 지역의 관공서와 주민으로부터 지원받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춘천 주민은 제7연대의 전투준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그 시기에 이래흥 소위는 제2대대 인사장교를 거쳐 제3대대 정보장교로 근무했다. 이어 중위로 진급하면서 제9중대장에 보직돼 가장 중요한 축선인 5번 도로를 방어하게 됐다. 당시 화천에서 춘천으로 연결되는 5번 도로는 북한강을 따라 이어지고 있었다. 모진교는 화천과 춘천을 잇는 다리로 38도선상에 있었다. 따라서 북한군이 도발할 경우 모진교와 5번 도로를 거쳐야 춘천에 진입할 수 있었다.
모진교는 춘천댐이 만들어진 이후 수몰됐다. 이래흥 중위와 제9중대는 모진교를 방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진지를 구축했다. 춘천 근교에서는 당시 귀중한 자재였던 콘크리트를 이용해 요새 진지를 구축하기도 했지만 최일선을 담당하고 있던 제9중대에까지 콘크리트가 보급되지는 못했다. 이래흥 중위와 제9중대는 현지에서 획득할 수 있는 수목을 활용해 분대 단위의 유개호를 구축했다. 모진교를 폭파하기 위한 대책은 없었다.
당시 국군은 북한군이 도발할 경우 반격을 가해 즉각 북진한다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북진통일’이라는 구호가 난무했다. “점심은 평양에서, 저녁은 신의주에서!”라는 표어도 있었다. 그렇다면 모진교는 북진을 위해 필히 확보해야 할 교량이었다. 제9중대가 모진교에 지뢰를 설치해 적의 남침을 지연할 수 있도록 했지만 모진교 폭파를 준비하지 않았던 배경이다.
북한군이 도발하기 하루 전인 6월 24일 토요일 육군본부는 그때까지 계속되던 비상경계령을 해제했다. 그동안 시행하지 못했던 휴가와 외박을 허용해 농번기 일손을 돕도록 했다. 대부분의 육군 예하 부대는 많은 병력에게 그동안 밀려 있던 휴가와 외박을 허용했다. 따라서 6월 25일 병영에 남아 있었던 병력은 전체의 2분의 1 정도였다.
당시 제7연대는 6월 19일 귀순한 북한군 병사의 진술에 따라 6월 20일 밤 1개 분대를 적진에 침투시켜 정찰을 했다. 정찰 결과는 심각했다. 38도선 북쪽 화천~신포리에 이르는 5번 도로상에 400여 대의 차량이 줄지어 서 있었다. 신포리 부근의 모래사장에는 1개 연대 규모의 병력이 집결해 있었다. 화천발전소 부근의 북한강에는 수십 문의 포가 남쪽을 향해 방렬돼 있었다. 북한군의 대규모 공격이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증표였다. 이와 같은 일련의 위기상황에 따라 제9중대장 이래흥 중위는 모진교를 통제하는 전투진지에서 중대본부요원과 함께 비상대기하면서 38도선 북쪽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6월 25일 새벽 북한군의 공격준비사격이 시작되면서 제9중대는 초전에 고립되고 말았다.
이래흥 중위의 전사에도 불구하고 제9중대는 사전 준비된 전투진지와 연마된 전시행동절차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전투를 수행했다. 제6사단이 춘천 일대에서 북한군의 진격을 사흘 동안 저지하는 데는 제9중대의 초기전투가 크게 기여했다.
정부는 호국의 별이 된 고 이래흥 중위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기 위해 그에게 대위 계급을 추서하고 그의 유해를 수습해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장교1-209-3384)했다. 국방부는 한국전쟁사(제1권 273~274쪽)에 그의 활약과 전사 상황을 수록하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무공훈장조차 수여되지 않았다. 나아가 그와 함께 전사한 중대원은 인적 사항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최용호 전쟁과평화연구소장>
[ 출처 : 국방일보 http://kookbang.dema.mil.kr/ ]
안보단체 블루유니온에서 운영하는
블루투데이 후원도 소중한 애국입니다
기사에 언급된 취재원과 독자는 블루투데이에 반론, 정정, 사후보도를 청구 할 권리가 있습니다.
권리요구처 : press@bluetoday.net
인터넷 뉴스팀 press@bluetoday.net
<저작권자 © 블루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