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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故) 노종해 경감 등 내평지서 전투에서 산화한 경찰관과 청년단원을 기리기 위한 추모행사가 수몰된 내평지서 위치에서 거행됐다.(2014년 6월 25일) 강원경찰청 제공 | ||
지금은 수몰된 북산면 내평지서장으로 전투 지휘
北 대규모 포위 공격에도 1시간이나 버티며 사투
12명 장렬하게 전사…춘천지구 전투 승리에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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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25전쟁이 발발하기 전 내평지서의 모습. | ||
● 민간단체는 대한청년단이 중심
6·25전쟁 발발 64주년이었던 지난해 6월 25일 강원 춘천시 소양호에서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전쟁 당시 북한군의 진격을 저지하다 산화한 고 노종해 경감(추서 계급) 등 9명의 전사자와 김봉림 등 청년단원 3명의 나라사랑정신을 기리기 위한 추념식이었다. 이 자리에서는 뒤늦게나마 노 경감에게 무공훈장이 수여됐다.
1922년 1월 10일 서울시 동대문구 용두동 108번지에서 출생한 고(故) 노종해 경감은 광복과 함께 경찰에 투신해 신생 국가의 치안질서 확립과 국가방위에 기여했다. 그가 강원 춘성군 북산면 내평지서장(경위)으로 부임했을 때 춘천 일대에서는 군이 주도하고 민·관이 총동원돼 38도 선 방어를 위한 전투진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그는 북산면의 대한청년단장 김봉림과 함께 지역의 작전을 담당하는 제7연대 제2대대와 적극 협력해 군의 전투진지 보강과 전투준비 지원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지역 주민의 반공의식 고취에도 대한청년단과 노 경감은 뜻을 같이했다. 이렇게 북산면은 어느 지역보다도 민·관·군 협력체계가 잘 구축돼 있었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군은 춘천 정면에 제2사단을 투입하고 모진교를 건너 공격을 시작했다. 도로가 없는 산악 지역에는 보병부대를 투입해 기습적인 공세를 감행했다. 북한군의 공격이 시작되자 민·관·군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사전에 준비한 전투진지와 통합 방위체계가 큰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북산면에서도 대한청년단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지역방위체제를 유지했다. 청년단장 김봉림은 대원들을 집결시켜 향토를 지키도록 지시하고 내평지서로 달려가 무기를 지급하는 등 전투준비를 서둘렀다. 그날 새벽 대한청년단원 송종열은 보리밭을 지나다가 38도 선에서 울려오는 적의 포격 소리를 들었다. 그는 적의 도발이 평소에 있었던 소규모 도발과 다르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송종열은 청년단 본부로 달려가 문서를 소각하고, 청년단원 명단을 뒷산 뽕나무밭에 묻은 후 방어태세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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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원지방경찰청에서 고 노종해 경감에게 추서되는 충무무공훈장을 그의 장녀(앞줄 중앙)에게 수여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2014년 6월 25일) 강원경찰청 제공 | ||
● 6사단 7연대 2대대 반격 시간 벌어
내평지서장 노종해 경감은 지서에 소속된 12명의 경찰관과 김봉림 단장 등 3명의 청년단원을 지서의 진지에 배치한 다음 적의 동향을 살폈다. 북산면 지서는 소양강 북쪽 46번 도로변의 약간 높은 지대에 있었다. 지서 주변은 미리 마대를 쌓아 전투진지화해 놓았다.
북한군의 공격은 삽시간에 이뤄졌다. 노 경감과 대원들은 미처 철수할 틈이 없었다. 북한군의 대병력이 지서를 물샐틈없이 포위한 후 포위망을 압축하기 시작했다. 대원들은 지서의 전투진지에서 적에게 조준사격을 가했다. 노출된 상태로 공격하던 적 20여 명이 쓰러졌다. 그러나 적은 계속 증원되고 있었다. 국군은 이미 철수해 그들이 구출될 가능성은 사라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점점 불리해졌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노 경감은 대원들을 독려하며 적의 공격에 계속 저항했다. 북한군은 “하잘것없는 지서쯤이야”라고 생각해 가볍게 공격을 시작했으나 한 시간여 동안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일단 공격을 중단했다.
북한군은 81㎜ 박격포를 동원해 집중사격으로 지서를 불태운 후 총공세를 감행했다. 노 경감을 포함해 설창길·김석진 경사(경위 추서), 김삼봉·배영섭·심윤흠·이봉춘·최성환·최인철 순경(경사 추서) 등 9명의 경찰관, 김봉림 단장과 2명의 청년단원 등 모두 12명이 장렬하게 전사했다. 3명의 경찰관은 적이 접근하는 틈을 타 구일생으로 적의 포위망을 탈출했다.
노 경감이 지휘한 내평지서 전투는 20명 이상의 적을 사살하고 그들의 공세를 한 시간 이상 지연시켰다. 그사이에 제6사단 제7연대 제2대대는 질서 있게 철수해 원나루 남쪽에 주저항선을 점령할 수 있는 시간을 얻었다. 이처럼 노 경감과 청년단원들의 내평지서 혈투는 춘천지구 전투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나아가 가평-수원 방향 진출로 수도권에 집중된 국군의 후방을 차단한다는 북한군의 계획에 커다란 차질이 생기게 했다.
고(故) 노종해 경감의 내평지서 혈투는 당시 대한청년단 송종열 단원의 증언으로 밝혀졌다. 그는 1950년 10월 북산면이 수복된 후 북산면 서기로 채용됐다. 그 후 북산면장으로 승진한 송종열은 내평지서의 혈투와 전사자들을 잊지 못했다.
그는 당시 전사한 12위의 유해를 발굴해 내평초등학교 옆 소나무 숲에 안장한 후 합동위령제를 지냈다. 그러나 1973년 소양강댐 건설로 내평리 일대가 물에 잠기게 돼 유해 일부는 국립현충원에 옮겨 안장하고 일부는 유족에게 인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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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전사 일기. 6·25전쟁 당시 전국 경찰의 전투상황을 기록한 문서다. | ||
●보훈처, 작년 ‘6·25 전쟁영웅’ 선정
정부는 노 경감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기 위해 그의 유해를 발굴해 국립현충원에 안장(09-3-6)했다. 국방부는 노 경감과 내평지서 혈투에 관한 내용을 한국전쟁 전투사 38도 선 초기전투(중·동부전선편, 52~63쪽)에 수록하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2014년 ‘6·25참전용사 공적 발굴 사업’을 통해 노 경감의 공적을 발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그에게 충무무공훈장을 추서했다. 이어 노 경감을 2014년 6월의 6·25전쟁영웅으로 선정하고, 그의 장녀 등 6명의 유가족을 초청해 수몰된 내평지서 위치에서 고인의 나라사랑정신을 되새기는 기회를 만든 것이다.
노 경감에게 무공훈장이 추서됐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그와 함께 전사한 나머지 8명의 경찰관과 김봉림 대한청년단장 등 3명의 청년단원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중 일부 전사자의 유해를 국립현충원에 안장하는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이제라도 추가 서훈 등 합당한 조치들을 서둘러야 한다.
<최용호 전쟁과평화연구소장>
[ 출처 : 국방일보 http://kookbang.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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