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옹진반도 공격으로 사면초가 상황
민간선박으로 국군·피란민 1300여명 수송
송호림 소령·민간인 등 합심해 임무수행 성과
17연대 무사히 철수 … 후방지역 안정화 기여
1945년 광복과 함께 38도선으로 분단된 황해도 남쪽 옹진반도 일대는 경기만(京畿灣)에 의해 고립된 조그만 섬과 같았다. 38도선은 지형보다는 정치적 고려에 의해 지도상에서 설정된 경계선이었다. 북한은 1949년 초부터 은파산을 비롯한 옹진반도 일대에서 도발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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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옹진반도 제17연대의 철수작전에 기여한 대성호의 모습(전쟁사 자료 인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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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7연대 연대본부와 제3대대를 부포항에서 인천항으로 철수시킨 LST-801함(전쟁사 자료 인용) 옹진반도 제17연대의 철수작전에 기여한 대성호의 모습(전쟁사 자료 인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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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곶항과 부포항 일대의 지형과 해상도 | ||
● 국군 제17연대의 옹진반도 투입
육군본부는 1950년 1월 2일 직할부대인 제17연대를 옹진반도에 투입했다. 북한군이 전면공세를 감행한다면 해상으로 철수하도록 했다. 그러나 6·25전쟁이 발발할 때까지 제17연대의 철수계획은 구체화되지 못했다.
제17연대가 철수할 경우 이용할 수 있는 포구는 동쪽의 부포항과 중앙의 사곶항이었다. 사곶항은 수심이 낮아 1㎞ 남쪽에 있는 용호도(龍湖島)까지 소형 선박으로 이동해야 중형 선박을 이용할 수 있는 등 매우 불리한 여건이었다.
용호도의 면적은 2.19㎢로 서울 여의도(2.9㎢)보다 약간 작은 섬이지만 예로부터 김 양식장으로 유명했다. 연평도 조기 어장의 전진기지여서 어민들의 생활은 풍족했고, 옹진반도의 혼란기에도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시기 김두의 경사가 용호도의 지서장으로 부임했다.
● 6·25전쟁 발발과 제17연대의 철수
1950년 6월 25일 새벽에 시작된 6·25전쟁은 용호도 주민들의 풍족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루아침에 바꿔놓았다. 북한군은 제3경비여단의 4개 대대와 T-34전차를 동반한 제6사단 제1연대 등 압도적인 전력으로 고립된 제17연대를 무차별 공격했다. 제17연대는 처음부터 그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초전에 제1대대장 김희태 소령이 대대 정문 앞에서 적의 포탄에 전사하는 등 위기를 맞았다.
제1대대를 공격한 북한군 제3경비여단은 서측방을 우회해 옹진읍으로 진격했다. 제1대대는 퇴로가 차단되면서 전멸당할 위기에 처했다. 그때 증원된 제2대대장 송호림 소령이 제1·2대대를 통합 지휘해 오후 9시쯤 사곶항으로 철수했다. 그러나 그들을 수송할 선박은 준비되지 못했다.
육군본부는 서해안을 항해하던 LST-801함(용화함)을 부포항으로 급파해 제17연대의 철수를 지원하도록 했다. 당시 부포항에는 연대본부와 제3대대의 일부 병력이 집결해 있었다. 그들은 LST를 이용해 인천항으로 철수할 수 있었지만 사곶항에 집결해 있던 제1·2대대 병력을 수송할 함정은 없었다. 제1·2대대는 북쪽에서 남하해 오는 적의 공격으로 사면초가 상황에 몰려 있었다.
● 용호도 지서장 김두의 경사와 민간선박 대성호의 활약
사곶항은 작은 어항으로 해수면에 암석이 깔려 있어 대형 선박은 접안할 수 없었다. 일단 1㎞ 남쪽의 용호도로 이동해야 했다. 당시 사곶항의 작은 어선들은 모두 피란하고 한 척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때 옹진경찰서장 김선진 경감이 송호림 소령에게 용호도에 ‘대성호’라는 기관선이 남아 있다는 첩보를 제공했다.
송호림 소령은 용호도 지서장 김두의 경사에게 전화를 걸어 ‘대성호’를 사곶항으로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대성호는 선주 임훈근이 가족과 함께 피란하기 위해 짐을 싣고 있었다. 김두의 경사는 선주를 찾아가 국군을 용호도까지 철수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득했다. 그는 선주의 짐을 내리게 한 후 직접 배에 올라 신태원 선장 등 선원 5명과 함께 사곶항으로 향했다.
김두의 경사가 사곶항에 도착하자 군·경과 피란하기 위해 대기 중이던 민간인이 뒤섞여 아수라장이었다. 모두가 부두로 달려들었다. 부두의 혼란 상황을 지켜 본 김두의 경사는 선박의 접안을 보류한 채 해상에 대기했다. 송호림 소령은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부두에 주차된 15대의 차량에 휘발유를 뿌려 불을 밝힌 후 군중을 진정시키려 했다. 그러나 혼란은 통제되지 않았다.
송호림 소령은 연단에 올라 공중을 향해 권총을 발사해 주위를 진정시킨 후 말했다. “질서를 어기고 먼저 타려는 자와 정원을 무시하고 타려는 자는 총살에 처한다. 승선 순위는 군인, 경찰, 민간인 순으로 하되 여기에 있는 사람은 전원 수송할 것이니 질서 정연하게 대기하라”는 포고령이었다.
부두의 혼란이 진정되자 대성호가 접안했다. 대성호의 배수톤수는 20톤으로 90명의 인원을 승선시킬 수 있었다. 당시 사곶항에 집결하고 있던 피란 대기자는 제17연대 제1·2대대 및 본부요원을 합해 1300여 명, 경찰·민간인 등이 2000여 명이었다. 용호도까지 1㎞를 왕복하는 데 30분이 소요됐다.
송호림 소령은 안전을 고려해 1회에 80명씩 승선하게 하고, 하선 시에는 선착장이 아닌 얕은 바다에서 뛰어내리게 해 소요 시간을 단축했다. 대성호의 수송은 26일 아침까지 계속됐다. 그때 적의 포격이 시작돼 남아 있던 500여 명을 옮기지 못한 채 수송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용호도로 철수한 장병들은 지서장 김두의 경사의 배려로 이틀 만에 처음으로 아침식사를 하게 됐다. 김 지서장과 신태원 선장 등 대성호 선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1300여 명의 국군병력과 수많은 피란민들이 안전하게 아군 지역으로 철수할 수 있었다. 그 후 제17연대 제1·2대대와 군경은 연평도를 거쳐 대전 지역으로 철수해 대전형무소 경계 등 후방지역 안정화 작전에 크게 기여했다.
국군 제17연대 제1·2대대 및 군경의 철수가 가능했던 것은 김두의 경사와 신태원 선장 등 민간인 선원들 덕분이었다. 그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더라면 제17연대의 온전한 전투력 보존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또한 피란하지 못한 반공 인사들 역시 북한군에 의한 대대적인 학살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전시 위급한 상황에서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적극적인 임무수행으로 군경의 작전에 기여한 김두의 경사와 민간인 선원들의 애국심과 투철한 책임의식은 높이 평가돼야 마땅하다.
국방부는 김두의 경사와 대성호 선원들의 활약에 관한 내용을 한국전쟁사(제1권 484~490쪽)에 수록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전쟁 와중에 훈장조차 수여하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최용호 전쟁과평화연구소장>
[ 출처 : 국방일보 http://kookbang.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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