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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 랜더스 감독의 `한국전선의 미군병사' 포스터. | ||
| o 제작 : 콜럼비아 픽처스 코퍼레이션 o 배역 : 앤디 스미스 이병(Lon McCallister), 마이크 커비 상사(William Phillips), 밀로 파가노(Brett King), 루이스 윌러드 중위(William Tannen), 스탠 하우저(Norman Wayne), 파워스(Richard Paxton), 페기 콜(Sunny Vickers) o 상영시간 : 73분 o 색상 : 흑백 |
‘한국전선의 미군병사’는 할리우드의 대형영화사가 제작한 최초의 6·25 전쟁영화다. 1951년 1~2월, 미국 전역에서는 이 작품과 소형독립영화사에서 제작한 ‘철모(The Steel Helmet)’와 ‘한국정찰대(Korea Patrol)’ 등 3편이 경쟁적으로 관람객 유치에 열을 올렸다. 영화비평가와 관객들의 평가, 그리고 흥행수입 측면에서는 ‘철모’가 단연 선두였다.
실제 편지 美 언론에 알려져
그러나 ‘한국전선의 미군병사’는 ‘철모’보다 감동적인 영화이며, 흥행에도 성공했고, 당시 언론에서도 호의적인 평가를 받은 영화다. 그런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1950년 9월, 미국과 자유 우방들의 언론에는 존 맥코믹(John J. McCormick)이라는 미군 병사가 미국에 있는 딸들에게 쓴 애절한 편지가 널리 소개됐었다.
‘세상에는 너희들을 학교에 갈 수 없게 하고, 일요일에 교회에도 못 가도록 하는 나쁜 사람들이 많단다. 아빠는 이런 사람들을 물리쳐서, 그들이 너희와 엄마가 사는 곳에 못 가도록 막아야만 한다. 정의를 위해 싸우는 아빠와 같이 너희도 항상 양심이 옳다고 시키는 대로 살아야 한다. 나는 10년간 두 번째로 전쟁에 나섰으며, 지금은 한국이라는 나라의 참호 속에서 싸운단다. 만약 내가 하느님의 나라로 가게 되면, 이 세상에서 가졌던 아빠의 마지막 생각이 너희 둘과 엄마를 위한 것이었음을 알아주기 바란다. 아빠가’
편지의 내용이 예언적이었던지 딸들이 편지를 받았을 때 펜실베이니아 주 콜링스데일 출신의 이 병사는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이러한 사연을 극화한 것이 바로 할리우드 대형영화사가 최초로 제작한 6·25전쟁영화이자, 콜럼비아 영화사로서도 최초의 6·25전쟁 영화로 기록된 ‘한국전선의 미군병사’다. 참고로 콜럼비아 영화사는 6·25전쟁에 관한 영화를 총 7편 제작했음을 알려둔다.
편지 내용서 영감받은 작품
‘한국전선의 미군병사’의 제작자는 샘 카츠먼이며, 그에 대해서는 제20화 ‘스카이 코만도’에서 소개한 바 있다. 가난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돈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으며, 당시 콜럼비아 영화사의 해리 콘 사장은 과다한 출연료 문제로 전속배우와의 계약파기가 필요할 경우 그 악역을 카츠먼에게 맡길 정도였다.
카츠먼은 ‘한국전선의 미군병사’를 저예산 영화를 만드는 데 탁월한 솜씨를 발휘하는 동년배의 류 랜더스(Lew Landers, 1901~1962) 감독에게 맡겼다. 참고로 그는 30년간 서부극·코미디·공포물 등 150편을 남길 정도로 부지런했으며, 할리우드의 명배우 앤서니 퀸(Anthony Quinn, 1915~2001)을 ‘Parole(가석방, 1936)’에 단역으로 출연시켜 영화계에 데뷔시킨 인물임을 알려둔다.
‘한국전선의 미군병사’는 맥코믹의 편지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지, 결코 편지내용에 충실한 영화는 아니었다. 영화의 마지막에 소개되는 편지도 맥코믹의 편지와 유사한 내용일 뿐, 두 딸에게 보내는 편지가 아니라 딸과 아들에게 쓴 편지로 설정이 바뀌었음을 미리 알려둔다.
영화 줄거리를 소개해 보기로 한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 앤디 스미스는 여자 친구 페기 콜의 환심을 사려고 육군에 자원한다. 페기는 앤디의 남자다운 결정에 홀딱 반하며, 둘은 앤디가 출정하기 바로 전에 결혼한다.
기초훈련 중에 앤디는 몇몇 친구를 사귀는데 그중 하나가 밀로 파가노다. 밀로는 늘 부인과 갓 태어난 쌍둥이 애들을 그리워하는 우울한 성격의 신병이다.
한국에 도착하자 신병들은 아버지 같은 마이크 커비 상사의 지휘를 받는다. 커비는 아주 어린 나이의 신병들을 ‘솜털 부대’라고 별명을 지어준다. 비록 신병들이 미숙하지만, 커비는 사로잡은 북한군 병사로부터 얻은 정보를 근거로 이들과 함께 기습을 해 보지만 복병을 만난다.
이 과정에서 앤디는 동료가 적의 공격으로 사망하자, 앞뒤 안 가리고 근처에 버려진 삽날 트랙터를 타고 적의 기관총병들에게 달려든다. 그의 영웅적인 행위를 주변에서 칭찬하지만, 앤디는 밀로와 함께 전투의 야만성과 전쟁의 허무함에 대해 생각한다.
며칠 후 앤디는 심한 감기로 고통을 받고 있는 신병 파워스와 야간 보초 근무 중, 파워스에게 감기약을 얻어주기 위해 잠시 참호를 비운다. 그 사이에 북한 저격병 2명이 공격을 감행하며, 파워스가 수류탄을 맞아 사망한다.
앤디는 초소를 비웠다고 비난을 받으며 동료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는다. 커비는 전쟁이란 원래 혼란스러운 것이며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라면서 앤디를 위로해 준다. 점차 신병들은 전투를 통해 단련되며 솜털부대는 적으로부터 타격을 받지 않는다.
커비의 부대가 조그만 마을에 도착하자, 루이스 중위는 적의 탄약고를 폭파시키라는 위험한 임무를 지시한다. 커비는 앤디·밀로· 하우저와 함께 화약고 폭파에 성공하지만 적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강변에서 이들은 적이 탱크가 지나갈 수 있는 강바닥 밑을 지나는 교량을 건설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자녀 미래 걸고 자유 향한 싸움
커비는 밀로와 하우저에게 본부에 사실을 보고하도록 하고, 앤디와 함께 적의 시선을 교란시키다가 잡힌다. 죽음을 예감한 커비는 앤디에게 편지 한 장을 건네며, 살아 돌아가면 가족에게 전달해 달라고 부탁한다. 밀로와 하우저는 야음을 틈타 캠프로 돌아와 보고하게 되고, 미 공군이 건설현장을 폭격해, 커비와 앤디는 탈출한다.
며칠 후, 하우저는 상병으로 승진하며, 앤디는 루이스 중위로부터 전출됐음을 통보받는다. 그러나 앤디는 부상병들을 수송하는 기차가 파괴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기차를 수리할 수 있는 유일한 기술자인 자신이 전선에 계속 남게 해 달라고 요청한다.
앤디가 커비와 부서진 기차의 엔진을 다시 작동시키자, 반대 방향에서 적을 실은 다른 기차가 나타나며, 적들은 총격을 가하기 시작한다. 커비는 전사하고 앤디는 다리에 총상을 입은 채 기차를 몰고 안전하게 탈출한다.
앤디는 미국으로 돌아와 부인 페기와 함께 커비의 가족을 만나러 간다. 그리고 커비의 어린 자녀에게 아빠의 편지를 읽어준다(앞에 소개한 맥코믹의 편지를 약간 수정한 내용). 이 장면은 할리우드의 6·25전쟁 영화들 가운데 가장 가슴 찡한 감동을 주는 엔딩이다. 편지에는 자녀가 성장하는 데 함께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심정과 자녀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 자유를 위한 싸움을 해야만 하는 아빠의 마음이 담겨 있다.
<이현표 전 주미한국대사관 문화홍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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