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존 호디악 주연의 ‘전투지역(Battle Zone)’의 포스터. | ||
| o 제작 : Allies Artists o 배역 : 대니 영 중사(John Hodiak) 간호사 지니(Linda Christian), 미치 터너 중사(Stephen McNally), 앤디(Martin Milner),스미티(Dave Willock), 한국병사(Philip Ahn), o 상영시간 : 81분 o 색상 : 흑백 |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90여 편의 6·25 전쟁영화 제목 중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배틀(Battle, 전투)’이며, 무려 5편이나 된다. ‘Battle Circus(1953)’와 ‘Battle Hymn(1957)’은 본 연재물에서 다룬 바 있다. 오늘은 ‘Battle’이란 제목의 영화 중에서 가장 먼저 제작된 ‘Battle Zone(전투지역· 1952)’이라는 영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주인공이 카메라맨 특이
‘전투지역’은 2명의 주인공이 전투병이 아니라, 뉴스릴(Newsreel) 카메라맨이라는 점에서 다른 영화들과 다르다. 또한 이들이 종군기자가 아닌, 미 해병대 중사 계급의 신분으로 동영상 뉴스를 촬영하는 군인들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잠시 동영상 뉴스에 관한 우리의 경우를 소개하고자 한다. 동영상 뉴스를 우리 국민들에게 친숙하게 만든 것은 대한민국 공보처가 아닌가 한다. 요즈음은 TV가 동영상 뉴스 전달의 가장 비중 있는 매체가 됐지만, 6·25전쟁 이후 상당 기간 우리는 대한민국 공보처에 의해 제작된 ‘대한뉴스(대한늬우스)’를 보고 움직이는 세상을 경험했다.
공보처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함께 발족한 이후, 영화과라는 조직을 두고 흑백 뉴스영화를 제작·배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6·25전쟁 기간에는 부산에서 ‘대한늬우스(16㎜ 필름)’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후 1994년까지 41년간이나 제작된 ‘대한뉴스’는 우리 현대사의 가장 중요한 기록 중의 하나다. 참고로 대한뉴스 필름자료는 문화체육관광부 소속기관인 한국정책방송(K-TV)에 남아 있다.
한편 공보처(공보실-공보부-문화공보부로 명칭 변경)의 소속기관이던 KBS는 1961년부터 TV프로그램을 제작·방송하기 시작했다. KBS는 1973년 독립할 때까지 국영방송이었으며, KBS 직원들은 공무원 신분이었다. 이는 우리만이 아니라, 세계 주요 국가들도 지난 세기 중반까지 정부가 주도적으로 동영상 뉴스를 제작해 대국민 홍보수단으로 활용했으며, 특히 전쟁기간 중에는 그 비중이 매우 높았다.
뉴스영화 美 국방부가 제작
6·25전쟁 기간에 미국에는 우리나라에 있는 공보처라는 조직이 애초부터 없었기 때문에 6·25전쟁과 관련한 대부분의 뉴스 영화를 미 국방부가 제작했다. 각급 군 부대 내에 뉴스릴 카메라맨을 두고, 전장에서 전투 장면 등을 촬영해 본국에서 10~15분 분량의 뉴스 영화를 제작·배급한 것이다.
‘전투지역’은 바로 뉴스영화를 촬영하는 군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극영화다. 레슬리 실랜더(Lesley Selander, 1900~1978) 감독의 이 작품에서 미 해병대 중사로 출연하는 주연배우는 ‘존 호디악(John Hodiak, 1914~1955)’이다. 호디악이 3편의 6·25전쟁 영화에 출연했다는 사실을 제10화 ‘한반도 상공에서의 임무’에서 소개한 바 있다.
호디악과 경쟁적으로 열연하는 또 한 명의 부사관 역할을 맡은 스티븐 맥낼리(Stephen McNally, 1913~1994)는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으나 변호사로 활동하다 배우로 변신해 서부극으로 유명해진 배우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여 간호사로 출연하는 미모의 멕시코 출신 린다 크리스티안(Linda Christian, 1923~생존)은 ‘전투지역’이라는 영화보다는 촬영 당시 그녀가 할리우드 최고 미남스타의 하나였던 타이론 파워(Tyrone Power, 1914~1958)의 아내였다는 사실로 더 유명하다.
타이론 파워는 ‘The Mark of Zorro(쾌걸 조로, 1940)’에서 가면과 망토를 걸친 도적으로, ‘Blood and Sand(혈과 사, 1941)’에서 투우사로 출연해 박진감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다. 또한 연주 중에 사망한 미국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를 영화화한 작품 ‘The Eddy Duchin Story(애심, 1951)’에서는 극적인 연기로 영화팬들에게 많은 눈물을 쏟게 한 인물이다.
뭇 여성들의 심금을 울리던 타이론 파워였지만, 린다 크리스티안에게는 만족할 만한 남편이 아니었던 것 같다. 린다는 타이론과 1956년에 이혼했다. 그들에게는 어린 두 자녀가 있었는데, 딸인 로미나 파워는 1982년에 남편과 ‘펠리치타(Felicita, 가수 이용이 ‘사랑이란’ 제목으로 번안 국내에서도 히트)를 불러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대중가수다. 영화 줄거리를 살펴보기로 하자.
1950년 7월 20일, 대니 영 중사가 미국 캘리포니아 주 펜들턴 시 소재 미 해병대 훈련소에 들어선다. 그는 뉴스영화 전문 촬영기사로 제2차 세계대전 시 미군의 활약상을 취재한 베테랑이다. 그는 한국전쟁에 참전해 전장의 실상을 취재하기 위해 복귀한 것이다. 그곳에서 대니는 그의 경쟁자이자, 훈련소에서 촬영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미치 터너 중사와 재회한다.
한편 대니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귀었던 여자 친구 지니의 저녁 초대를 받는다. 지니는 이탈리아 적십자 소속 간호사이며, 대니는 이탈리아에서 그녀와 사귀다 배신하고 귀국했었다. 지니는 미국에서 근무하게 돼 대니를 찾았으나, 못 만나고 그 대신 미치와 사랑에 빠지게 됐다고 털어놓는다. 대니는 사과하며 다시 시작하자고 하지만, 지니는 거절한다.
두 카메라맨 인천상륙작전 참전
두 사람의 카메라맨과 그들의 중대는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한다. 지니도 한국에 오게 되며, 대니는 지니에게 다시 사랑을 호소하지만, 성과가 없다.
대니와 미치는 미 해병대가 북한군을 북쪽으로 몰아내는 과정을 경쟁적으로 촬영한다. 둘은 북한의 장진호까지 진격하는 동안 한국전쟁에서 유엔군이 승리하리라고 낙관한다. 그러나 갑자기 중공군의 개입으로 둘은 유엔군의 대규모 철수작전을 촬영한다.
전투가 교착상태에 이른 다음해 봄, 미치는 적진에 침투해 촬영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대니도 스미티·앤디 상병 등과 이 특수 임무에 가담한다. 이들은 중공군의 동태를 촬영하며, 필름을 한국군 전령들을 통해 본부에 전달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첩자가 도주해 중공군에게 밀고한다.
미군이 머물던 농가는 적의 기습을 받으며, 앤디 상병과 11명이 사살당한다. 그러나 미치와 대니 등은 적의 트럭을 탈취하며, 무사히 탈출한다. 이 과정에서 대니는 팔에 총상을 입는다.
서울 탈환 등 자료화면 많아
응급치료소에서 대니는 지니를 만나 다시 사랑을 고백하지만, 그녀의 미치에 대한 사랑은 요지부동이다. 결국 대니는 지니를 포기하고 미치와 촬영을 위해 전선으로 다시 향한다.
이 영화는 저예산의 영화지만 미 국방부의 협조를 받아 미군의 인천상륙작전, 서울탈환, 장진호 전투, 흥남철수 작전 등과 같은 귀중한 자료화면을 포함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전투지역’은 6·25전쟁 발발 첫해의 전투를 종합한 기록영화라고 할 만하다.
더구나 ‘전투지역’은 뛰어난 편집기술로 자료화면과 허구적인 스토리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교묘하게 처리해 놓았다. 이런 점에서 자료화면이 어색하게 삽입돼 있는 할리우드의 다른 6·25전쟁 영화들과는 차별화된다.
<이현표 전 주미한국대사관 문화홍보원장>
안보단체 블루유니온에서 운영하는
블루투데이 후원도 소중한 애국입니다
기사에 언급된 취재원과 독자는 블루투데이에 반론, 정정, 사후보도를 청구 할 권리가 있습니다.
권리요구처 : press@bluetoday.net
인터넷뉴스팀 press@bluetoday.net
<저작권자 © 블루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