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그루빠'를 아십니까?
'비사회주의 현상을 제거하기 위한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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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는 ‘그루빠’라는 조직이 있다. Group을 북한식 표기로 바꾼 검열단을 말하는데, 주로 ‘비사그루빠’라고 부른다. 이름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비사’회주의적 현상을 제거 및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평양에서 온성과 회령으로 탈북자 색출을 위한 그루빠가 올라간 적이 있다. 한 대북 소식통에 의하면 이 그루빠는 보위부와 안전부가 독자의 지휘체계를 가지고 올라갔다고 한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사전에 연계망을 가지고 있던 도강 주선업자들은 미리 사태파악을 하고 자리를 피했고, 국경을 넘어 중국 내륙으로 들어가는 업자들도 종종 있었다.
특히 함경북도에 들어갔던 중앙당 검열 그루빠는 활동 범위가 넓었기 때문에, 곳곳에 엄중한 분위기가 형성된 적도 있었다고 한다. 검열에 적발된 경우 중국문세에 해당하는 사람은 교화형 최소 2년형 이상을, 한국문세에 해당하는 사람은 최소 교화형 5년형을 선고받게 된다.
문세는 개인의 신상과 행적에 관한 문건에 나쁜 기록이 남겨져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전과 기록과 같은 개념이다. 탈북자가 잡히거나 송환되어 한국으로 가려고 했다는 말을 못 꺼내는 이유 중에 하나가 문세 때문이다, 한국행을 시도하다 잡히거나 한국과 접촉했던 사람들은 ‘한국(남조선)문세’라 해서 ‘중국문세’에 비해 고문이나 교화의 강도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그루빠의 수사에도 함경북도의 주민들은 시대가 많이 변했다고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일례로 온성의 한 노부부는 자신들의 아들과 딸이 남한의 부산에서 살고 있다고 말하고 다닐 정도였다. 이전에는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 동안은 가족 중 누군가 한국에 갔다는 것이 밝혀지면 즉각적으로 그루빠와 보위부의 수사 대상에 올라 아무도 모르게 없어질 정도로 심하게 처벌 받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국경 연선지역의 경우에는 ‘집집마다 탈북자가 한 명씩은 있다’고 말할 정도로 많으니, 주민들끼리 특별한 고발 대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루빠의 감시에 대상에 올라 가족 중 한국행을 선택한 자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 공개재판을 통해 교화형 외에도 가택추방형을 내리기도 한다. 가택추방형이란 탈북자의 가족을 내륙지역으로 추방하는 것을 말한다.
추방 대상자는 중국에 간 사람이 두 명 이상인 세대와 한국에 간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는 집이다. 강제추방이 되면 함경남도 산골 지역이나 함경북도 오지 등으로 보내진다. 그러나 권력 기관과 관계를 가지고 있거나, 돈이 많은 부유층들은 그루빠의 검열이 시작되기 전부터 미리 피신하거나 추방 대상에서 빠지기도 한다.
대북 소식통에 의하면, 최근 탈북자의 수가 늘어나면서, 그루빠의 활동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특히 온성과 회령 등지에서 비사그루빠의 검열 활동들이 있었고, 재검열에 들어간 지역도 많아졌다고 한다.
더불어 그루빠의 활동이 주로 국경지대이다 보니, 북한 체제에 피로감을 느낀 그루빠의 일원들 조차도 기회를 틈타 도강하는 사례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북한 측에서 보면,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히고 있는 것이다.
국가적 노선을 바꾸려 하지 않고, 제재와 처벌을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북한. 결국 이러한 통제방식이 지속될수록 사회적인 혁명의 목소리가 소리없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그루빠'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신준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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