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北수해지원, 당국간 징검다리 될까>
北의중 탐색 분위기..류우익 "먼저 지원제의 할수도"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민간의 대북 수해지원이 정부 차원의 지원과 남북 당국간 접촉이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지난 24일 북한 개성을 방문하고 돌아온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는 가급적 빨리 밀가루와 의약품 등 긴급 수해지원 물품을 북측에 보낼 예정이다.
북민협은 당초 이르면 이번 주 구호품을 보낼 예정이었지만 물품 구매에 필요한 시간 등을 감안하면 9월 초에나 첫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북민협의 지원은 북측이 적극적 관심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남측 민간단체의 인도적 지원에 대해 극도로 소극적 모습을 보였던 것에 비춰보면 사뭇 달라진 태도다.
북측은 북민협과의 접촉에서 "수해가 상당히 컸다. 이른 시일 내에 일정 규모의 지원을 해달라"며 적극적 태도를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원 물품의 분배 투명성(모니터링)에 대해서도 "남측 단체의 입장을 존중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민간의 추가 수해지원은 물론, 그동안 위축됐던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다시 활기를 띨 가능성이 커졌다.
더 관심을 끄는 것은 정부 차원의 지원으로 이어질지 여부다.
남북관계 분위기 개선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해 지원으로 분위기가 좋아지면 이산가족 상봉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단정적 언급은 피한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며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때 가서 검토하겠다"면서 수해지원 카드를 살려두고 있다.
류우익 통일부장관은 기대감 실린 속내를 내보였다.
그는 지난 24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북민협의 접촉 제의에 북측이 호응한 것을 두고 "일단 좋은 사인(신호)으로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류 장관은 "우리 민간과 협의가 잘되면 당국 간 대화도 아무래도 탄력을 받지 않겠나, 여건이 좋아지지 않겠나 해서 좋은 생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의 수해가 심각해지면 (북측의) 요청이 따로 없더라도 지원을 제의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지켜보고 있다. 다만, 적절한 시기에 제안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북측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게 좋겠고, 그런 의미에서 상황을 검토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해 상황이 심각하고 북측이 받아들일 것이라는 판단이 서면 정부 차원의 대북 수해지원을 제의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로서는 북측의 의중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처지다.
현 남측 정부와 상종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북한은 지난 8일 우리의 이산가족 상봉 제안에 대해 5ㆍ24조치 해제와 금강산관광 재개를 조건으로 내걸며 사실상 거부했다.
지난해에는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50억원 규모의 수해지원을 제의하고 물품까지 준비했지만, 북측의 묵묵부답으로 지원이 이뤄지지 못했다.
개성에서 북측과 접촉했던 북민협의 한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적절한 방식으로 지원 의사를 표시하면 북측이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북측이 남측 당국에 대한 기존의 강경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부는 앞으로 북민협을 시작으로 계속될 민간단체의 대북 수해지원 과정에서 북측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탐색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초강력 태풍 `볼라벤'으로 인한 피해 여부도 변수다.
그동안 폭우 등으로 상당한 수해가 발생한데 더해 `볼라벤'에 따른 북측 피해가 심각해지면 남측으로부터의 지원 수요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해를 통과해 북한 황해도 지역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는 `볼라벤'은 과거 큰 피해를 줬던 태풍 `루사(RUSA)'나 `매미(MAEMI)'와 맞먹는 강한 바람과 폭우를 동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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