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돈주가 처벌받지 못하는 이유
자본주의 경제와 사회주의 법률 사이의 딜레마
이미 북한의 시장은 자본주의와 마찬가지로 유통자본이 형성돼있다. 흔히 ‘돈주’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주민을 상대로 30%이상의 높은 이자로 장사 밑천을 지원해 준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이미 유통과 무역을 비롯한 북한 전반의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돈주들은 장사를 해서 돈을 축척한 경우도 있지만, 그럴 경우에는 북한의 사회주의법치 대상으로 몰려 어느때든 몰랄할 여지가 크다. 북한의 자본특권층에 속하는 돈주들은 조총련 가족이나 해외공작원 가족, 또는 김정일 최측근 자녀들이다. 그들은 단순히 돈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손에 권력도 쥐고 있는 셈이다.
북한 내 시장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돈주의 장사 범위가 늘어남에 따라 해외에서 끌어들인 돈을 북한 내 시장활동을 통해 채우고 있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자본주의가 점차 활성화돼가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돈주들은 흔히 말하는 ‘돈이 돈을 벌게 해주는 선순환’의 연결고리를 찾게 됐다. 당국의 외화벌이 기관이나 기업소조차도 운영자금이 부족할 경우, 3~5%의 이자를 물고 돈주에게 돈을 빌리기도 한다.
이렇게 돈주는 제도권 금융기관이 허약한 북한 내에서 각종 금융, 소매금융, 무역금융, 기업금융 등의 실질적 자본가의 위치를 굳혀가고 있다.
| 북한 당국은 왜 돈주들의 사은행화를 방치하고 있는 것일까?
돈주는 실제적인 경제 주체로 급부상했다. 통제를 해도 돈주가 없으면 지역 경제가 제대로 작동을 못할 지경까지 이르렀다. 한사람의 돈주가 많게는 수 천명의 ‘돈줄’을 손에 쥐고 있기 때문이다. ‘돈줄’안에는 권력층도 상당수 포함된다. 따라서 돈줄을 끊는 순간 경제마저 하락하는 기현상을 빚고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돈주들이 국가에 주는 로비 또한 만만치 않다.
돈주들 중에는 자신들의 안정성을 보장받기 위해 막대한 양의 공채를 사들이는 경우가 많다. 또한 대가없이 국가에 기부형식으로 헌납을 하는 돈주도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돈주의 계산 속에 포함된다. 국가로부터 감사장이나 표창장을 받게 되면 위법행위가 적발되더라도 눈 감아 주는 경우가 많은 것을 이용한 것이다. 이 때문에 돈주들 사이에서 기부금 경쟁이 붙기도 한다.
또한 직접적으로 대면한 후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5~6명 가량의 대리인(중간상인)을 거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실체를 밝히는데 어려움을 겪게 만드는 것도 돈주의 전략 중 하나다. 그 이유는 골동품이나 마약과 같은 불법적 거래를 피하기 위해서이다.
돈주의 세력은 점차 강해지고 있다. 특히 과도기 상태에서 나타나는 정경유착 경향을 보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돈주의 존재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현재도 돈주는 국가의 통제범위 밖에 있다. 자본주의 바람과 돈의 영향력이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은 돈주와 공생관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사회주의 현상과 법률로는 더 이상 북한 경제를 이해할 수 없다. 북한 정권에서 통제를 시도하던 장마당도 고삐를 놓친지 오래다. 북한식 사회주의의 기둥이 무너지고 있는 중심에 ‘돈주’가 있다. 북한이 ‘돈주’에 대해 자본주의식 경제와 사회주의식 법률 중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북한 정권의 선택에서 앞으로의 정책결정에 대한 방향성을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선택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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