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부유층이라고 정의되는 사람은 흔히 당과 국가관리, 인민군 고위 장교를 비롯해 해외 근무 경험을 가지고 있거나 해외에 친척을 두고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대략 총 인구에 10%정도로 일반 주민들에 비해 몇 배에서 수십 배까지의 구매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특히 특권층을 뛰어넘는 상위 특권층들은 위스키 4잔이 50달러인 노래방을 애용하며, PC로 채팅을 즐기는가 하면 벽걸이 TV로 영국 BBC나 일본 NHK 등 위성방송을 시청한다. 평양 시내 백화점에 전시되어 있는 고가의 가전제품들이 이러한 상위 특권층을 겨냥한 상품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북한에서 부유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차별화된 마케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사례는 평양 만수대 예술극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본래 만수대 예술극장은 김정일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이나 외국의 방북 대표단의 공연 관람, 행사 장소로만 용도가 극히 제한돼있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호위사령부 소속 군인들이 24시간 극장을 지키고 있었고, 주민의 출입 또한 통제됐던 곳이다.
그러나 최근 부유층의 예식장소로 만수대 예술극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7.1조치 이후 국영기관 독립채산제에 대한 압박은 만수대 예술극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기관의 수입을 올려야 하는 처지에 직면한 극장은 수익사업을 시작해야만 했고, 결국 개방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기존의 부유층들은 주로 옥류관, 청류관, 청춘관 등 최고급 음식점에서 예식을 치뤘다. 하지만 만수대 예술극장에서도 예식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부유층과 초(超)부유층의 선이 나뉘어졌다. 만수대 예술극장의 예식비용이 아무리 부유층이라고 할지라도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기 때문이다. 결국 10%와 1%의 귀족 마케팅이 결혼식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부유층의 형성은 북한 정부의 모금 활동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부유층에게 정부 공채를 판매하는 경우다. 물론 의무는 아니지만, 북한 당국은 공채 판매를 늘리기 위해 모금 활동을 지속적으로, 많은 액수를 한 사람에게 북한 최고 인민위원회의 명의로 명예 배지를 수여하기도 한다. 이 배지가 일종이 ‘면죄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부유층 사이에서도 모금 경쟁이 붙기도 한다. 결국 배지의 소유 여부가 부유층의 등급을 나누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북한 당국의 계산된 귀족마케팅의 전략을 엿볼 수 있다.
10%의 부유층은 1%의 상위 계층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그들 사이에서도 보이지 않는 경쟁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경쟁은 ‘그들만의 소문난 잔치’에 불과하다. 10%와 1%를 나누는 기준이 '돈'이 아닌 '인민들의 생활에 얼마나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는가'로 측정한다면 그들 모두 최하위 계층으로 전락해버릴 것이다. 10%, 1%가 있다는 것은 결국 90% 이상의 인민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부유층만의 '소문난 잔치'에서 끝낼 것이 아니라 인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름난 잔치'가 가장 절실한 곳, 이것이 현재 북한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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